'반수 대학생' 성공 위한 전문가의 조언
◇상위권 일부만 성공… 치밀한 준비 '필수'
반수 선택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물론 가장 큰 목적은 '대학생 신분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 입시에 재도전하기 위해서'다. 반수생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다. 중상위권(상위권)에서 상위권(최상위권)으로 진학하고자 하는 경우가 하나, 현재의 학교나 학과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다른 하나다.
반수생 규모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쉽지 않다. 특정 학교나 학원에 일괄적으로 속해 있지 않기 때문.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반수생은 대개 대학 기말고사 준비 때문에 한국교육개발평가원 주최 6월 모의평가(이하 '6월 모평')에 응시하지 않는다"며 "이 점을 고려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응시자 수에서 6월 모평 응시자 수를 빼면 반수생 수는 대략 5만 명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반수생 중 원하는 대학 진학에 성공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다. 김 소장은 "그동안의 입시 상담 결과를 토대로 추산할 때 전체 반수생 중 원하는 대학(학과)에 진학하는 학생은 상위권이 10%, 중상위권이 5% 수준"이라고 말했다. "반수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일부 대학 1년생은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반수에 성공하는 학생의 대부분은 상위권이에요. 진학 목표 대학이 확실한 친구들이죠. 학원을 찾아 본격적 공부를 시작하는 건 대학 1학기 기말고사 이후지만 그 이전부터 독학으로 꾸준히 실력을 갈고닦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수생 중에는 여름방학만 되면 재수학원을 기웃거리는 '담수생'(대학에 몸만 담고 있는 재수생)입니다. 하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시류에 편승해 반수를 노리는 학생은 대입 재도전에도, 재학 중인 대학의 학점 관리에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 소장은 "반수를 택할 때 목표 대학이나 학과는 현재 재학 중인 학교를 기준으로 2단계 이상 높게 잡지 않는 게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지나치게 높은 목표는 자칫 좌절감으로 이어져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상위권(1~1.5등급) 학생은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준비해 성적을 올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상위권(3~4등급) 학생이 4개월 남짓 만에 수능 성적을 올리긴 현실적으로 어렵죠. 수시 비중이 늘어난 만큼 '재수=정시' 공식에 얽매이지 말고 적성검사나 논술 전형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보는 전략을 추천합니다."
박승동 원장은 "반수생은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는데, 대입 준비 시 이런 태도는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등급 컷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학생이라면 '내 원래 실력은 (경계선의) 위쪽 등급'이란 착각을 떨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 역시 "한두 문제로 등급이 나뉘는 데 대한 아쉬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거듭되는 실수는 곧 실력"이라며 "성적 분석은 지원 전략과 직결되므로 무모한 자신감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승부인 만큼 '전략 과목' 집중 공략을
박 원장은 "진학하고자 하는 특정 학교(학과)에 대한 강한 집념이 없다면 반수는 무의미하다"며 "단기간 승부인 만큼 목표 학교(학과)를 확정해 포기할 건 과감히 포기하고 두세 개 반영 영역을 집중적으로 학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반수를 결정한 후 시간 압박에 시달려 '○주 완성 특강' 같은 단기 강좌를 찾아다니는 학생이 적지않다"며 "초반엔 교과서 탐독을 시작으로 개념을 되짚고 9월 모의평가를 기점으로 문제 풀이 시간을 늘려가는 게 현명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재수 기간 전체를 똑같은 속도로 달리는 학생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본격적 여름이 시작되는 이맘때는 재수생이 접하는 대표적 고비 중 하나죠. 그런 점에서 체력이나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한 반수생은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반수 공부에 얼마나 집중하느냐' 하는 거예요."
전형을 선택할 땐 '정시에 무게중심을 두되, 도전할 만한 수시 전형 최대한 활용하기' 전략을 쓰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관련, 김 소장은 "수시 지원 카드 여섯 장 중 한두 장은 수능 전 수시 전형에, 나머지는 수능 이후 전형에 각각 지원하라"고 귀띔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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