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0일 목요일

[神의 입자 '힉스' 존재 확인] "힉스 없다"에 100달러 건 호킹(英 천재 물리학자)이 틀렸다


이휘소 박사가 40년 전 첫 명명… 힉스 교수, 노벨상 유력
우주생성 비밀 밝혀 줄 새로운 입자 17년만에 발견… 일부선 "힉스입자 단정 일러"


우주 만물을 탄생시킨 '신(神)의 입자(粒子)' 힉스(Higgs)가 발견됐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물질을 이루는 기본 입자 중 가장 핵심적인 힉스와 일치하는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인류가 새로운 입자를 발견한 것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CERN 연구에 참여한 박인규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자가 발견되면서 오늘날의 IT(정보통신) 시대가 가능해진 것처럼 새로운 입자 발견은 늘 새로운 문명을 가져왔다"며 "힉스 발견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힉스는 우주탄생을 설명하는 입자물리학 '표준모형(standard model)'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된 입자다. 표준모형에 따르면 우주에는 12개 기본 입자와, 이들 사이에 힘을 전달하는 4개 매개입자가 있다. 137억년 전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탄생한 기본 입자에는 질량이 없었다. 하지만 기본 입자들로 구성된 물질에는 질량이 존재한다.



입자에 질량이 없으면 빛의 속도로 움직이면서 다른 입자와 전혀 반응을 하지 않고, 우주 만물도 만들어질 수 없다. 자유롭게 움직이던 기본 입자를 붙잡은 것이 바로 힉스다. 과학자들은 힉스 입자로 가득 찬 공간에 질량이 없던 기본 입자가 빠지면서 질량이 생기고 이동 속도가 느려졌다고 가정했다. 언론의 감시망을 잘도 빠져나가던 스타가 파파라치에게 둘러싸여 꼼짝하지 못하게 된 것과 비슷하다.

CERN은 "실험을 통해 확인한 새 입자의 질량은 125~126GeV(기가전자볼트)로, 양성자(수소이온)의 133배"라고 밝혔다. 이 실험 데이터는 99.99994%(5시그마) 정확하다고 CERN은 밝혔다. 5시그마 이상이어야 '과학적 발견'으로 인정된다.

CERN은 이날 '힉스 발견'이라고 단정하지 않고 '힉스에 일치하는 새 입자 발견'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기존 이론에 들어맞는 힉스일 가능성이 확실시되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론으로 설명해야 할 입자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우주 전체 질량 중 현대물리학으로 설명되는 것은 4%에 불과하다. 롤프 호이어 CERN 소장이 "내가 보는 얼굴이 친구인지, 친구의 쌍둥이 형제인지 알아낼 필요가 있다"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박인규 교수는 "그토록 고대하던 외계인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찾던 화성인인지, 아니면 안드로메다인인지는 아직 모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4일 스위스 제네바 인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조셉 인칸델라 대변인이 힉스 입자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는“만물의 근원을 밝혀줄 힉스 입자와 99.99994% 일치하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뉴시스

힉스 입자는 1964년 그 이론을 만든 피터 힉스(83)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의 이름을 땄다. 이날 발표 현장에 참석한 힉스 교수는 노벨상 수상이 확실시된다. 물리학의 표준모형을 만들고, 기본 입자를 예견·발견한 사람들은 모두 노벨상을 탔다. 반면 영국의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는 씁쓸해졌다. 그는 작년 말 동료 과학자와 내기를 하면서 힉스가 없다는 쪽에 100달러를 걸었다.

우리나라로선 이휘소 박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뜬 게 안타깝다. 이 박사는 1972년 힉스 교수가 제안한 가상의 입자에 '힉스 보존(boson·매개입자)'이란 이름을 붙인 인물이다. 그는 기본 입자의 하나인 '참 쿼크'도 처음 예측했다. 살아있다면 그 역시 노벨상 수상은 떼어 놓은 당상이었다.

☞힉스(Higgs)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나타난 기본 소립자에 질량을 부여한 존재로 가정된 입자다. 힉스 입자가 있어야 우주 만물의 탄생을 설명할 수 있다. 1964년 영국의 피터 힉스 교수가 처음 가설을 제시했고 이번에 존재 여부가 밝혀졌다.

☞표준모형(standard model)


1968년 스티븐 와인버그와 압두스 살람이 제시한 입자물리학의 기본 원리. 1897년 톰슨이 기본 입자 중 가장 먼저 전자를 발견했으며, 1995년 미국 페르미연구소가 마지막으로 '톱 쿼크'를 발견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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