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논술 논제의 해답은 대부분 제시문 안에 들어 있다. 따라서 과학논술 시험지를 받았을 땐 우선 논제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논제가 묻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 후 제시문 분석에 들어가야 전반적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2009학년도 고려대 모의논술 문제를 예시로 과학논술 접근법을 살펴보자.
case 2009학년도 고려대 모의논술
[논제 4-a] 구조식을 이용, 콜산과 타우린에서 타우로콜산이 형성되는 화학반응을 설명하고 제시문 (바)의 논리를 이용해 타우로콜산염이 지방의 소화를 돕는 원리를 설명하시오.
▶이 논제를 풀 땐 생물학적 계면활성제인 타우로콜산염이 친수성기와 소수성기 부분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지방의 유화작용 원리와 과정도 잘 이해해야 수월하게 문제를 풀 수 있다.
[모범 답안] 제시문 (사)에서 설명하듯 콜산의 카르복시기(-COOH)와 타우린의 아미노기(-NH2)에서 물이 빠져나와 아미드(펩티드) 결합이 형성돼 타우로콜산이 만들어진다.
타우로콜산염이 지방 소화를 돕는 원리는 제시문 (바)에 나온 비누의 원리를 이용해 설명할 수 있다. 타우로콜산염은 계면활성제의 조건을 갖췄다. 타우로콜산염의 구조식을 보면 한 쪽은 음이온성 부분(SO3-Na+)으로 친수성을 띤다. 반면, 다른 쪽은 4개 고리로 이뤄진 포화탄화수소인데 탄소와 수소로 이뤄진 이 같은 분자들은 전기음성도 차이가 없어 극성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소수성을 띤다. 다만, 타우로콜산염엔 세 개의 히드록시기(-OH)가 있다. 일반적으로 탄소 수가 적은 경우 히드록시기(-OH)가 존재하면 물 분자와 수소 결합을 형성해 물에 잘 녹는 성질을 띠지만, 탄소 수가 많아질수록 친유성이 강해져 물에 잘 녹지 않는다.
타우로콜산염의 4개 고리엔 탄소가 17개 있지만 히드록시기(-OH)가 3개뿐이라 소수성으로 본다. 타우로콜산염의 소수성기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다른 지방쪽 분자단과 결합하고, 친수성인 염부분(SO3-Na+)이 물 분자와 결합해 체내 지방 소화를 돕는다.
[논제 4-b] 비커 A와 B에 휘발유와 물을 99대 1의 비율로 섞어 만든 혼합 용매가 담겨 있다. 비커 A에만 제시문 (사)의 타우로콜산염을 첨가했다. 비커 A와 B를 충분한 시간 동안 흔들어준 후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렸다. 제시문 (바)에 근거해 각각의 비커에서 일어난 상황을 기술하고, 제시문 (바)와 비커 A에서 일어난 현상의 차이점을 논술하시오.
▶계면활성제의 조건을 갖춘 타우로콜산염을 넣은 비커 A에선 휘발유와 물 사이의 계면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모범 답안] 비커 B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았으므로 휘발유와 물이 섞이지 않고 계면을 형성하지만, 비커 A는 첨가된 타우로콜산염이 계면활성제로 작용해 계면이 형성되지 않고 휘발유와 물이 섞이는 모습을 보인다. 제시문 (바)와 비커 A에서 일어난 현상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제시문 (바)의 세탁 상황에선 용매 다수가 물 분자다. 비누가 물에 녹으면 소수성 부분은 안쪽을 향하고 물과 친화력이 큰 친수성 부분은 바깥쪽으로 배열돼 공 모양을 이루는데 이를 '미셀(micelles)'이라고 한다. 한편, 비커 A에선 용매 다수가 휘발유다. 휘발유와 물 사이에 형성된 계면에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는 타우로콜산염이 친수성·소수성에 맞게 배열된다. 이를 충분한 시간 동안 흔들면 떨어져 나온 물분자단 주변에 타우로콜산염의 친수성 작용기들이 결합하고 가장 바깥 면을 소수성기가 둘러싸면서 계면이 사라지고 물층이 휘발유층에 용해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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