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31일 금요일

수학=남자과목, 국어=여자과목 케케묵은 공식 깨볼까?


전통적으로 여성은 언어에, 남성은 수리에 강하다. 이는 지난 14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놓은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성적분석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언어영역 성적의 경우,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평균 5점 뒤처져 성별 과목 평균 중 점수 차가 가장 컸다. 반면, 수리 '가' 형 성적은 남학생이 여학생을 평균 1.1점 앞섰다. '수학=남자 과목, 국어=여자 과목'. 이 해묵은 공식을 멋지게 뒤집을 비법은 없는 걸까? 지난 18일 서울대 교정(관악구 관악로)에서 만난 '언어 잘하는 남자' 박현후(서울대 사회대 1년·왼쪽)씨와 '수리 잘하는 여자' 김정민(서울대 인문대 1년)씨에게 물었다.
[예제1] 로그(log)N의 가수가 로그1/2의 가수보다 작은 두 자리 자연수 n의 개수를 구해라.

[예제2]
(가)~(다)의 공통점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연물을 통해 현실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② 대조적 소재의 열거를 통해 시적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하 생략)
[그 남자의 언어영역] 선택지 속에 '힌트', 정답 근거 반드시 확인
언어영역을 공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뭘까? 김정민씨는 ‘공감’을, 박현후씨는 ‘객관성’을 각각 강조했다. “여학생은 언어영역 중에서도 특히 문학 문제에 강해요. 여성 특유의 공감 능력 덕분인 것 같아요. 제 주변엔 교과서 수록 소설 ‘월영낭자전’(작자·연대 미상)을 읽고 운 여학생도 있었다니까요.”(김정민) “언어영역 공부는 절대로 혼자 해선 안 돼요. 자칫 정답의 근거를 주관적 기준, 즉 본인 생각에서 찾는 실수를 저지를 수 있거든요. 제 경우, 같은 교재로 공부하는 친구들의 의견을 자주 물어봤어요. 문학 문제를 풀 땐 보기부터 읽어보며 객관적·보편적 시각을 유지하려 했고요.”(박현후)

삼수 끝에 올해 대학생이 된 박씨는 재수 시절 언어영역 점수를 2등급대에서 1등급으로 끌어올렸다. 2011학년도와 2012학년도 수능에선 만점(원점수)을 받았다. 오랜 수험 생활을 거치며 익힌 언어영역 공부 비결은 ‘분석적 읽기’.

“수능 문제는 영역에 관계없이 선택지 하나에도 정답을 암시하는 키워드가 여러 개 숨어 있어요. 예를 들어 수리영역 예제([예제1 참조])를 풀 땐 ‘가수’와 ‘자연수’ 두 용어의 정의로 답을 쉽게 구했어요. 오답자는 둘 중 하나에만 집중하죠. 언어영역 예제([예제2] 참조)를 풀 때도 수리영역에서와 달리 선택지를 대충 읽는 바람에 적지않은 힌트를 놓칠 수 있어요. 두 번째 선택지만 해도 ‘대조적 소재인가?’ ‘소재가 연이어 나왔나?’ ‘시적 긴장감이 높아졌나?’ 등 질문할 거리가 여러 개인데 말이에요.”

(정답 선택의 기준이 된) 자신의 해석이 옳은지 여부는 반드시 답지를 통해 확인했다. 이를 위해 지문이나 선택지 옆엔 자신의 생각을 늘 간단히 기록했다. 박씨가 즉석에서 풀어본 언어영역 예제의 선택지 옆엔 ‘○’ ‘×’ ‘△’ 같은 기호가 적혀 있었다.

“‘○’는 ‘옳다’, ‘×’는 ‘그르다’, ‘△’는 ‘잘 모르겠다’란 뜻이에요. 이런 메모는 지문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어차피 정답은 지문을 전반적으로 이해해야 구할 수 있는 거거든요.”

‘국어 울렁증’ 남학생에게 건네는 박현후씨의 조언
①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꼭 거쳐라. 해답지와 비교해보는 건 물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는 게 좋다.
②문학 문제는 보기부터 읽어라. 자의적 해석을 피하려면 보기에 제시된 기준에 맞춰 작품을 해석할 필요가 있다.
③선택지를 꼼꼼히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실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짐작으로 답을 ‘찍는’ 습관도 바로잡을 수 있다.
[그 여자의 수리영역] 풀이 과정 반듯하게 정리. 어려운 수식, 문장으로 이해
김정민씨는 인터뷰 현장에 문제집 두 권을 가져왔다. 한 권은 수학 성적(모의고사)이 3등급이었던 1학년 때 것, 나머지 한 권은 수학 성적이 1등급으로 오른 2학년 이후의 것이었다. “2학년 때 문제지가 훨씬 깔끔하죠?(웃음) 수학 잘하는 남학생의 공책을 본 적이 있는데 풀이 과정이 가지런히 적혀 있었어요. 이후 저도 필기법을 바꿔 수식을 쓸 때마다 행갈이 하고 삐뚤삐뚤했던 줄을 가지런히 맞췄죠. 그랬더니 제가 어떤 단계에서 틀렸는지가 한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어려운 수식은 문장으로 바꿔 이해했다. “삼각함수 부분이 정말 어려웠어요. 공식과 그래프가 따로 놀았거든요. 개념부터 다시 파고들면서 불필요한 수식은 머릿속에서 지웠어요. 원과 접선의 방정식을 이해할 때 ‘원 중심의 좌표와 직선 간 수직 거리가 반지름과 같으면 원과 직선이 접하는 것’이란 문장을 만들어 그래프와 함께 익힌 다음, 공식은 잊어버리는 식이죠.”

박현후씨는 수학의 매력을 “답이 딱 떨어질 때의 쾌감”이라고 말했다. 김정민씨의 생각은 달랐다. “여학생은 아무래도 수학에 대한 호감도가 낮아요. 설사 수리영역 성적이 높다고 해도 대개는 부단한 노력으로 (낮은 호감을) 극복한 경우죠.” 김씨에 따르면 ‘수학이 싫지만 성실한’ 여학생의 상당수는 질(개념 정리를 통한 응용력 확립)보다 양(문제 풀이 훈련에 따른 숙련도 향상)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문제를 많이 푼다고 해서 응용력이 늘진 않아요. 그럴 땐 교과서를 활용, 주요 개념을 정리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단, 그러려면 자신을 도와줄 ‘수학 고수’를 한 명 두는 게 좋아요. 수학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 학생이라면 또래 친구처럼 편한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보세요.”

‘수학 울렁증’ 여학생에게 건네는 김정민씨의 조언
①개념 정리가 우선이다. 단, 수식 대신 그림·그래프·문장 등을 활용한다.
②문제 풀이 과정은 깔끔하게 적을수록 좋다. 특히 오답 쓴 이유를 분석하는 데 효과적이다.
③수학 잘하는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라. 궁금한 게 생길 때마다 물어볼 수 있는 ‘딱 한 명’이면 족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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