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를 앞둔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이게 아닌데…"싶은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성적관리는 제대로 안돼 있으면서, 특별활동이 유난히 많은 학생들이다.
게다가 여름방학 때 엄청난 돈을 들여 가며 '뭔가 특별해 보이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 학생에게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선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는 듯 하다. 이는 아마 미국 대학들의 입시 정책을 잘 못 이해한 부모님들에게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
전에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대학 입학 사정관들이 가장 흡족해 하는 지원서는 '성적표'만으로도 이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지원서다. 얼마나 도전적인 학생인지, 특정과목에 얼마나 많은 열정이 실려있는지, 그리고 그 열정이 어떤 특별활동으로 이어졌는지 등이 입학사정관들의 최대 관심사다.
'학교 성적표'는 흔히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시되는 기초공사에 비유된다. 기초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집은 오래가지 않아 탈이 나게 마련이다. 대학이 생각하는 좋은 학생이란 바로 이같이 기초공사가 잘 이루어져 대학 혹은 사회에 나가서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학생을 말한다.
미국 대학들이 학생을 평가할 때 '포괄적인 평가'를 한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GPA>표준시험 점수>특별활동 순으로 평가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성적관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특별활동 등에 투자하는 시간이 성적관리에 악영향을 줘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고교 성적관리는 먼저 균형잡힌 커리큘럼을 세우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학들은 지원자들로 하여금 가장 기본적인 대학준비 과목을 잘 이수해 학업적인 균형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 여기서 대학준비 과목은 영어와 수학, 과학, 역사, 외국어를 말한다. 프린스턴대의 경우 이들 과목에 대한 최소한의 수강 연수를 아래와 같이 권장하고 있다.
·4 years of English (including continued practice in writing)
·4 years of Mathematics (including calculus for students interested in engineering)
·4 years of one Foreign Language
·At least 2 years of Laboratory Science (including physics and chemistry for students interested in engineering)
·At least 2 years of History
예일은 이수과목들에 대해 "도전적인 AP/IB 과목 개설은 각 고등학교마다 모두 다르다. 학교 사정에 맞춰 커리큘럼이 짜여 있기 때문에, 학교마다 해당 과목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 수의 도전적인 과목을 이수했느냐가 아닌, 학생들이 해당 학교의 커리큘럼을 얼마나 최대한 활용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하고 있다.
하버드는 고교생들이 준비해야 할 커리큘럼 중 역사과목에 대해선 이같이 밝히고 있다. "역사학은 인문사회학의 기초다. 세부 과목중에서는 미국사가 기본이고, 세계사, 유럽사를 듣기를 권장한다. 특히 유럽사는 세계사를 이루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역사를 공부할 땐 단순히 역사적 사실(What happen) 뿐만 아니라, 어떻게(How), 왜(Why)에 대한 물음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웬만한 연도나 장소는 기억해 둬라. 사실을 모른채 컨셉만 이해해선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학교 성적은 대학 입학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다. 고등학교 4년 내내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과 9, 10 학년때 저조하다가 11, 12학년때 성적이 점차 좋아진 학생이 있다면 물론 첫 번째 학생이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대학에 와서 잘 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 주는 학생이라면 저학년 때의 낮은 점수를 커버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뉴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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