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자녀교육법을 얘기할 때 '유태인 교육법'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인구의 2%,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태인들이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켰으면 아이비리그 교수진의 40%.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느냐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뭔가 특별한 교육법이 있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유태인 교육법을 배우자는 취지다.
유태인 교육법에서 남 다른 것을 꼽자면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여기서는 '경쟁의식'에 대해서만 말해보자. 유태인들 역시 자녀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주려 노력한다. 그러나 남을 이기고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제로섬 게임 방식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도록 하는 가르치는 것이 이들의 교육법이라 한다.
대학 입시생들을 만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유태인 교육법이 여간 공감이 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의 고등학생들이 '특별활동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가지고 있는 반면 정확히 어떤 활동을 하는 것이 좋고, 그 활동이 대학 원서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에 대해선 이해가 부족한 듯하다. 자신이 왜 특별활동을 하는지 목적이 분명치 않고 "남들이 다 하니까…" 따라 하는 방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들 알다시피, 고등학생들의 특별활동은 학문적인 성취(GPA와 SAT, AP점수)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들이 다 클럽 회장을 해야 하고 비슷비슷한 유형의 액티비티를 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 특별활동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앞서 말한 유태인 교육법의 '남들과 차별화 하기'이다.
미국 고등학교에는 약 80~100여개의 클럽들이 있다. 봉사클럽에서 국제학생회, 디베이트, 홈리스 음식배달, 음악, 애니메이션, 스포츠, 환경운동, 예비작가 클럽 등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사회의 각 분야들이 학교안으로 옮겨온 듯 하다. 학생들은 이들 클럽에 2~5개씩 중복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평생을 가는 친구를 사귀기도 하고 사회와 리더십을 발휘하는 기회를 갖는다.
그러면 특별활동을 하면서 어떻게 해야 남들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을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입학사정관이라고 가정해 본다면 이해가 좀 더 쉬울 것 같다. 입학사정관은 학생이 제출한 지원서 몇 장 달랑 들고 학생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학생을 직접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가는 어디까지나 지원서 안에 씌인 내용에 한정 된다.
특별활동과 에세이, 학업성적 등을 토대로 '이 학생은 이런 학생이다' 라는 평가를 한다. 만일 특별활동과 에세이를 다 읽은 다음에도 이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잘 모르겠다면, 그래서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면 일단 원서를 한켠으로 제쳐 놓을 것이다. 그런 다음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다른 학생의 지원서를 서둘러 집어 들게 될 것이다. 결국, 제대로 자신을 어필하지 못한 원서는 이렇게 구석에 묻히게 될 공산이 커진다.
특별활동과 에세이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미지 메이킹'이다. '이 학생은 마음이 따뜻하다' '지적 호기심이 남다르다' '성숙함이 놀랍다' '리더십 자질을 갖추고 있다' 등등. 예컨대 한 학생이 스포츠 몇가지, 악기 조금, 서둘러 한듯한 인턴십, 단기 봉사활동, 별 연관성이 느껴지지 않는 클럽 몇 개를 원서를 장황하게 늘어놓았다고 치자. 여기저기 찔러보기는 했지만, 이 학생이 정말 어떤 것을 잘 하고 좋아하는지 구체적인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특별활동의 가짓수는 2-3개에 그치지만 연관성이 있는 깊이 있는 액티비티를 해 온 학생이라면, 그는 자신에 대해 이미지 메이킹을 잘 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특별활동 계획을 짤 때는 원서만 보아도 '내가 이런 사람이다' 라는 것을 입학사정관에게 알게 해 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물론 여러가지에 모두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는 있지만, 시간에 쫓기는 고등학생들의 일정상 이를 다 잘 소화할 수는 없다. 따라서 한 두가지라도 핵심을 깊게 팔 것을 권한다. '클리셰(Cliche)하다'라는 평가를 입학사정관으로부터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워싱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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