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저학년까지 번진 열풍
"밑져야 본전"..강남선 중위권 이상이면 도전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초등학교 3학년인 유진(9) 양은 1주일에 3번 학교가 끝난 뒤 학원의 국제중학교 대비반에서 영어 면접과 논술, 수학을 배운다. 가끔 토요일에도 보충수업을 위해 학원에 가지만 자신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처럼 공부하는 아이들이 같은 반에도 여러 명 있기 때문이다.
유진 양의 어머니 이 모(41. 광진구) 씨는 "너무 공부만 시키는 것 같아 안쓰럽지만 국제중에 들어가면 외국어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쉽다고 해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유진이 반에 다섯 명 정도가 국제중을 준비하고 있고 서울의 웬만한 동네의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국제중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중 열풍을 고조시켰던 서울의 대원국제중학교와 영훈국제중학교가 설립 허가를 받은 지난해 10월 이후 1년여가 지난 요즘도 국제중의 열기는 식지 않고 초등학교 저학년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강남에서는 `공부 좀 한다'는 초등학교 학부모 대부분이 저학년 때부터 국제중 입학을 염두에 두고 자녀 교육을 하고 있다.
대치동 P 학원의 김 모 상담실장은 "본격적인 국제중 준비반은 5∼6학년생들로 구성되지만 실제로는 3∼4학년부터 신경을 써서 준비하고 있다"면서 "강남에서는 성적이 반에서 중위권 이상이면 일단은 국제중을 염두에 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제중 열기는 국제중들이 내년 입학생 모집을 위해 최근에 개최한 설명회 참가자 수를 보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대원중은 최근 개최한 설명회에 3천여 명이 참가했다고 밝혔고 영훈중은 1차 800 명, 2차 1천200 명, 모두 2천 명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대원중과 영훈중의 한 학년은 160명이다.
이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사교육으로 유명한 대치동과 목동 등의 학원들은 국제중 대비 과정을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자녀를 국제중에 보내려는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확하다. 국제중에 진학하면 명문 대학교 진학률이 높은 특목고에 입학하기 쉽다고 믿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둔 최 모(43. 송파구 잠실동) 씨는 "청심중이나 대원중에 진학하면 같은 재단의 특목고에 진학하는 데 유리할 것 같아 국제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처음으로 95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경기도 가평의 청심중은 같은 재단의 청심국제고에 75명(졸업생의 78.9%)이 진학하는 등 졸업생 대부분이 특목고에 입학했고 일반 고등학교에 들어간 경우는 9명(11.5%) 밖에 되지 않았다. 1998년 개교한 부산국제중의 경우 올해 졸업생 62명 중 특목고에 진학하지 않고 일반계 고등학교로 입학한 학생은 12명(19.4%)에 불과했다.
처음부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아놓은데다, 영어로 대부분의 수업을 진행해 국제중 출신이 외고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의 특기자 전형에 유리하다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렇다고 학부모들이 국제중 진학에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워낙 모집인원(대원·영훈중 각각 160명)이 적기도 하지만 추첨에 의해 최종 합격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전국 1등이라고 해도 입학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합격 여부를 떠나 국제중 진학을 준비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특목고나 명문대에 진학하는 밑거름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당장은 성적이 좀 떨어지더라도 국제중을 준비하는 초등학생들이 많다.
P 학원의 김 실장은 "학부모들은 국제중이라는 목표가 아이들이 공부를 보다 효율적이고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국제중이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특목고 진학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에 그치고 있고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국제중이나 관련 학부모는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딸이 국제중을 준비 중인 박 모 씨는 "국제중에 보내지 않는다고 해서 어차피 아이들이 맘 편히 놀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글로벌 인재로 크려면 좋은 학습분위기 속에서 공부해서 명문대를 졸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 환경을 국제중이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대원중 강신일 교감은 "국제중 졸업생이 대부분 특목고로 진학한다는 현상은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특목고 진학이 목표는 아니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학생들의 자유"라고 말했다.
<서울국제중1년> ② 영훈ㆍ대원국제중 가보니
수학ㆍ과학도 영어로 수업..영어집중반 운영
학생 "만족스럽다"..일부는 수준차 따른 스트레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서울 대원ㆍ영훈국제중의 설립 허가가 난 지 1년이 되어간다.
이 학교들은 연간 2만 명이 넘는 초등학생 조기 유학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사교육 시장이 크게 늘 것이란 여론의 비난이 거셌다.
설립 여부를 두고 서울시교육위원들이 반려-재심의를 반복했고, 학생 선발 방식도 여러 차례 바뀌어 '탁구공 색깔'로 최종 입학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등 혼선을 거듭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교한 대원ㆍ영훈중이 벌써 2회 신입생들을 선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서울 국제중 '1회 입학생'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영어수업을 잘 따라오고 있을까. 학교는 글로벌 인재를 길러낸다는 취지에 걸맞은 교육을 제공하는 걸까.
◇ 주요 과목 모두 영어로 수업
영훈국제중의 14일 과학 수업. 이날 주제는 지구의 구조였다.
원어민 교사 제프 맥클린(Jeff Mclean)씨가 수업을 시작했다.
"Scientists believed that there was attraction to the North and South magnetic poles. But it's not the same as geographic poles..."
'inner core(내핵)' 'outer core(외핵)', 'Earth's magnetic field'(지구 자기장), 'geographic pole(지리극.地理極)'같은 과학 관련 어휘가 쏟아졌다.
과연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은 수준이었지만, 학생들은 연방 고개를 끄덕이며 교사의 물음에 앞다퉈 영어로 대답했다.
수업이 중반으로 접어들자, 뒤에서 지켜보던 박진영 교사가 수업을 이어받았다. 원어민 교사가 조금 전에 설명한 지구 자기장에 대해 우리말로 다시 수업을 진행했다.
박진영 교사는 "완전히 똑같은 수업은 아니지만, 같은 내용을 두고 원어민 교사, 한국어 교사가 각각 설명한다"며 "영어수업에서 이해를 못 했더라도 한국어로 수업 할 때 다시 내용을 보충하며 수업을 따라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에 찾은 교실은 영어 시간. 미국의 고전적 시인으로 유명한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을 배우고 있었다.
원어민 교사는 시의 운율은 어떤지, 화자는 누구인지, 화자는 왜 숲에서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학생들은 시 속의 상황에 대해 "cold and dark", "middle of nowhere", "before Christmas" 등 교사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며 스스로 시를 이해해나갔다.
시의 화자가 누구인 것 같냐는 교사의 질문에 누군가 "He's...probably Santa(아마 산타가 아닐까요)"라는 장난기 어린 답을 하자, 다 같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하는 등 수업 내내 즐겁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15일 찾은 대원 중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주요과목 대부분이 영어수업으로 진행됐다.
다만 한국인 교사와 원어민 교사가 같이 수업에 들어가는 영훈중과는 달리, 대원중은 수학, 과학 과목은 1시간 원어민 교사 수업, 3시간은 한국인 교사의 영어 수업으로 진행된다.
한국인 교사의 수업에서도 우리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수학교사 이은영(24) 씨의 수업시간에서 들을 수 있는 우리말은 고작 한두 마디였다.
그렇지만, 두 학교의 학생들 전부가 원어민급의 영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He'와 'She'를 혼동하는 사소한 실수를 하기도 하고, 옆 친구에게 적당한 영어 표현을 묻고 교사에게 질문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만, 그것들을 부끄러워하지도, 문제 삼지도 않는 분위기가 자유로운 영어 환경을 만들고 있었다.
◇ 학생ㆍ학부모 교육 만족도 높아
국제중학교에서의 생활과 교육에 대해 학생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원어민 강사 수업, 수준 높은 교육, 그리고 다양하게 제공되는 수준별 방과 후 학습 등에 대해 학생들은 "학교가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학교가 즐거운 학생들은 수업시간뿐 아니라, 쉬는 시간에도, 심지어 청소 시간에 걸레질에도 적극적이었다.
대원중학교의 임형택 군은 "입학 전에는 국제중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하는 것이 즐겁고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훈중학교의 김경남 학생은 "운동이나 악기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체험을 할 기회도 많다"며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며 웃었다.
학부모들 역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원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학비가 학기당 120만 원 수준으로 싸다고 할 순 없지만 일반 중학교를 다녔다면 이보다 더 비싼 사교육을 받았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니 학원 다닐 필요를 못 느낀다"고 전했다.
대원중이 지난 4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교생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정규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82.3%에 달했다.
영훈중이 학생ㆍ학부모를 대상으로 두 번에 걸쳐 실시한 만족도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만족한다'는 답변을 한 비율이 학생은 51%에서 85%로, 학부모는 36%에서 69%로 늘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쉽지 않았던 1년이었다. 시행착오도 많았다.
무엇보다 입학한 학생들의 수준차가 생각보다 컸다. 외국체류 경험이 없는 학생 중에는 100%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버거운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등을 대상으로 학교 정원의 20%를 선발한 사회적 배려자 전형 학생 중에서 영어수준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담임을 맡은 교사 B씨는 "영어 수준 테스트 결과, 사회적 배려자 전형으로 들어온 친구들이 가장 낮은 반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학교 모두 영어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영어 집중반'을 운영하며 학생들 간 수준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원중학교 강신일 교감은 "지난 1년 간 논란도,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교육만큼은 한치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는 각오다"며 "국제적인 리더를 길러낼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영훈중학교의 곽상경 자문위원도 "영어나 학습능력뿐 아니라 인성을 갖춘 인재를 목표로 한다"며 "좋은 교육의 혜택을 받는 만큼 아이들이 인류와 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국제중1년> ③ 사교육 조장 비판 여전
특목고 가기 위한 `입시학원化'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임수정 기자 = "상당한 수준의 영어실력을 어디서 배울 수 있겠는가. 주 3∼4시간 영어교육을 진행하는 초등학교에서 국제중학교에 입학할 수준의 실력을 갖출 수 있겠는가. 공교육은 사교육을 절대 이길 수 없다"(입시학원 원장 J씨)
"(학부모들이) 대부분 특목고를 생각하고 있을 거다. 우리 아이 같은 경우 시험 때 아니어도 새벽 1시까지는 공부한다. 시험 때는 새벽 2시까지도 한다"(익명을 요구한 대원중 학부모)
"영어실력이 많이 늘고 있어 스스로 즐기고 있다. 처음엔 의사소통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진 내 실력을 스스로 느낀다"(영훈중 재학생 김은정 양)
글로벌 인재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올해 개교한 서울지역 국제중학교가 신입생을 맞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대원중학교 입시설명회에 3천여 명의 학부모들이 몰릴 정도로 열기도 여전하다.
하지만, 지난해 서울의 국제중 개교를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귀족학교', `초등학교 사교육 진원지' 등 국제중에 쏟아졌던 비난의 목소리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눈 가리고 아웅'식 입시전형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6월 `사교육 경감 실천계획'을 발표하면서 서류심사, 면접, 추첨의 3단계로 이뤄지는 국제중 입시전형을 서류심사, 추첨의 2단계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학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면접을 없애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서류심사를 위해 내야 할 서류에 자기소개서가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자기소개서의 경우 학원이 대신 작성해 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해에는 제외됐던 전형이다. 면접 대신 자기소개서가 슬그머니 들어갔으니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면접이 실제 없어졌는지도 논란거리다.
대원중과 영훈중의 입시전형을 자세히 보면 서류심사 바로 옆에 `필요하면 관계자 면담'이라는 대목이 있다.
시 교육청은 이에 대해 "서류심사를 하는 별도의 입학관리위원회가 심사 중에 확인할 사항이 있으면 교사나 교감 등 관계자를 부르겠다는 얘기다. 학생을 부른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중의 생각은 다르다.
영훈중의 곽상경 자문위원은 "아주 우수한 애들은 면담 없이 붙이고, 아주 (성적이) 아닌 아이들은 면담 없이 떨어뜨리고, 면담이 필요한 친구들은 직접 찾아가서 면담 후에 선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원중은 학생을 직접 불러 면담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입시학원 상담실장은 이에 대해 "수준이 비슷한 애들을 불러서 우열을 가리겠다는 것이 면접이 아니고 뭐냐. 서류만으로 어떻게 우수한 아이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올해 국제중 입시도 면접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대원중의 경우 자기소개서를 입시전형에서 뺀 시 교육청의 결정에도 면접 직전 자기소개서를 쓰도록 해 올해도 편법적인 면접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 "사교육 필요 없다" vs "초등 사교육 열풍에 큰 몫"
"그동안 받았던 사교육 때문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학원 냄새가 나면 떨어뜨릴 것이다.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 준비한 친구들은 들어오기 어려울 것이다"(영훈중 김용회 교사)
"사교육을 받거나 컨설팅을 받으러 다녀봤자 아무 데도 쓸데없다. 정상적인 성장 과정에서 능력이 있으면 교육기관 등에서 상도 받고 하는 거다"(대원중 강신일 교감)
학교 관계자들은 사교육이 국제중 입시에 도움이 안 되며 공교육만으로 충분히 국제중에 올 수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입시전형에서도 `교과학습 발달상황'이 40~50점(100점 만점 기준), `추천서'가 30점을 차지해 이 말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강남이나 목동 등의 부유층 거주지역에서는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학원이나 과외 등을 통해 국제중을 준비하려는 학부모들로 넘쳐난다. 학원가에서는 우후죽순처럼 국제중 준비반이 생겨나고 있고 국제중 전문학원마저 세워지고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국제중 입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사교육이 필요한지는 자명해진다고 말한다.
강남의 한 입시학원 상담실장은 "추천서와 학교 성적의 비중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추천서는 좋은 내용으로 가득 차 있고 학교 성적은 과목마다 `매우 뛰어남'을 다 받는다. 차별화가 안 된다. 차별화를 위해서는 경시대회 성적이나 영재교육원 수료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기소개서, 수상실적, 방과 후 활동 등의 배점이 5점이나 10점에 불과하지만, 이 부분이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입시 서류에 자기소개서가 포함되면서 영어 인증이나 사설 경시대회 수상실적도 얼마든지 적어낼 수 있게 됐다. 현재 학교 측은 이들 항목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 학생 간 경쟁 치열..`귀족학교' 논란 여전
국제중의 교육 과정이나 수업 질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이뤄지는 수업이나 차별화된 교외 활동 등이 영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에 모두 동의한다.
대원중의 안승연 양은 "나중에 국제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국제중에서 국제적 감각을 기를 수 있을 것 같다. 학교에서 태국의 유엔 관련기구도 방문했는데 그런 활동들이 많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 내세우는 `사람 중심의 교육'이 구호에 그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우선 아이들 간 성적을 둘러싼 경쟁이 상상을 초월한다. 고3 수험생 못지않은 힘든 생활을 이겨내야 한다.
영훈중의 오상현군은 "(다니길 원하는 학생은) 체력적으로 많이 보충을 하고 지원하셨으면 좋겠다. 밤새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많다. `새벽 1시에 잤다. 2시에 잤다'는 말들이 있다"고 전했다.
대원중에서는 아예 월, 화, 목요일은 밤 9시 30분까지 자율학습을 시킨다. 영훈중에서는 학생들이 3학년이 되면 입시 대비반을 만들고 영어인증시험을 대비하는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귀족학교' 논란도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았다.
강북 지역의 한 학부모는 "강남 학부모들이 학교 분위기를 주도한다. 생활수준도 차이나고 맞벌이도 하고 있어 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 동네학원밖에 안 보내 (아이가) 영어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것도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원중의 지난해 합격생 160명 중 강남, 서초, 송파 등 3개 구 출신은 55명이었다. 서울시내 25개 구 중 3개 구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저소득층 등을 뽑는 `사회적 배려 전형' 32명을 제외하면 일반 및 국제전형의 절반 가까운 학생이 강남 출신인 셈이다.
참교육학부모회의 송환웅 부회장은 "국제중이란 곳이 결국 특목고를 가기 위한 코스 아니냐. 글로벌 인재 양성에 이바지도 하지만, 초등학교 사교육과 입시경쟁을 과열한다는 등의 문제점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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