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이 행성 궤도 문제를 쉽게 풀어낸 것은 그만이 알고 있던 '유율법'이라는 수학기법 덕분이었다. 오늘날 미적분 개념이다. 독일 과학자 라이프니츠도 독자적으로 미적분을 발견했다. 그래서 영국과 유럽 학계가 누가 먼저 미적분 개념을 생각해냈느냐를 놓고 100년이나 싸웠다. 뉴턴이 먼저 미적분을 찾아냈지만 발표는 라이프니츠가 앞선 것으로 결론이 나 무승부가 됐다.
▶미분(微分)은 한없이 잘게 쪼개는 것이고 적분(積分)은 이렇게 쪼갠 것을 다시 쌓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없이 잘게 쪼갠다는 것은 '무한'의 개념과 연결된다. 무한은 원래 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인간이 다룰 수 없는 문제였다. 데카르트는 "인간은 유한한 존재여서 무한에 관해 논쟁하는 것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했다.
▶미적분은 그런 금기를 깼다. 덕분에 과거엔 신만이 알고 있던 행성과 별의 움직임을 비롯해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하는 모든 것을 설명하고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열전도와 진동, 방사성 원소 붕괴 같은 자연현상과 환율·금리·주가 변동이나 유언비어 전파속도 같은 경제·사회 현상 분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미적분은 초등수학 단계에 머물러 있던 인류를 단숨에 고등수학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 수준이 좌우하고 과학기술은 수학 수준이 좌우한다. 그 수학의 핵심 개념 미적분이 국내에선 한동안 찬밥 취급을 받았다. 공부하기 어려워 사교육비 부담을 키운다는 이유로 인문계 과목에서 빼버린 것이다. 덩달아 이공계 학생들까지 미적분 공부를 접었다. 지난해 공대 신입생의 61%가 미적분이 빠진 인문계 수리시험을 치렀다. 과학기술과 학문의 기반을 우리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2012학년도 수능시험 개편으로 내년부터 인문계 고교생들도 미적분을 다시 배운다니 다행이다. "미적분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는 무지한 발상으로 이공계 분야에 잡초만 무성하게 만들어버린 이런 어리석은 일을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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