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수학 잘하는 아이를 만들려면 부모가 먼저 수학 교과서 읽어라


 
이번 수능에서는 수리 '가'와 '나' 모두 지난해 수능에 비해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수리 변별력이 높아지면서 이번 수능에서 최상위권과 상위권·중위권을 구분 짓는 과목은 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학 잘하는 아이를 만들려면 먼저 부모가 수학 교과서를 충분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현재 사용하는 7차 교육과정의 교과서를 읽어본 부모들은 하나같이 교과서가 많이 달라졌다고 말한다. 과거 교과서는 개념 정의에서 원리 증명으로 이어지지만 지금 교과서는 학생 스스로 개념과 원리를 탐구하여 발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넓이'를 배울 때 현재 교과서는 '이 삼각형의 넓이는 1㎠짜리 정사각형 몇 개와 같은가?'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그리고는 '삼각형을 작은 정사각형들로 쪼개 볼까?'를 거쳐서 '이전에 배운 평행사변형의 넓이 계산 방법을 이용해서 삼각형 넓이를 계산해 보자'로 단계적으로 확장해 가는 탐구활동을 한다.

이렇게 배우면 도형의 넓이에 관한 낯선 문제를 만나더라도 기본 개념과 원리를 이용해서 주어진 도형을 쪼개보고 키워보며 문제를 풀 수 있다. 나아가 원의 넓이나 부피는 물론 적분까지도 쉽게 배울 수 있다. 이는 스스로 원리를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내면에 지식을 구성하는 것이 학습이라는 구성주의 교육학에 바탕을 둔 것이다. 공식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수학을 공부했던 부모와 학원이 이런 교육과정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과거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면 아이들만 피곤하다.

또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지 않은 채 공식을 암기하고 문제만 풀도록 시키지 말아야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사칙연산을 모두 익힌 학생을 가르쳤던 적이 있다. 초등 1학년이었던 그 학생은 3학년 수준의 나눗셈까지 풀어냈으니 이를 테면 2년 정도 선행학습을 한 상태였는데, 그 학생에게 "왜 그렇게 풀면 되는 거지?"라고 물었을 때 그 학생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나눗셈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계산방법만 암기한 것이었다. 이렇게 공부하면 단순한 사칙연산이 대부분인 초등 저학년 과정에서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성적이 떨어지고 수학을 싫어하게 된다.

공부를 자기에게 알맞은 속도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빠른 학생은 빠르게, 느린 학생은 느리게 가르치라는 것이다. 일주일에 수학을 10시간씩 공부하는 학생이 20시간씩 공부해서 다음 학기 선행학습을 한다면 그건 학습량을 늘린 것이지 학습 속도가 빠른 것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 학습량을 늘려 선행학습을 무리하게 한 학생이 중학교 이후에 선행 진도가 점점 줄어들다가 학습능력과 의욕이 떨어져 결국 공부를 포기하게 된 경우를 필자는 자주 보았다. 개인마다 두뇌의 발달 정도가 시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학습내용과 방법에 따라서도 다르게 나타난다. 부모와 교사가 학생의 학습상황을 잘 살펴보면서 속도를 조절해 주어야 한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독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창의력을 측정하기 위해 수능에서는 낯선 문제들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런 문제를 풀려면 생각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사고력은 결국 충분한 독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리영역에서 시험문제가 어려웠다고 하는 이유가 낯선 문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낯선 유형의 문제를 만나 어려워하거나 아예 푸는 것을 포기해버리면 부모들은 여러 유형의 문제를 많이 풀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한 문제라도 더 풀도록 아이들을 다그치고 학원에 보낸다.

하지만 오로지 많은 문제만 푸는 학습방법은 효과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력까지 퇴화시킨다. 현행 교육과정은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낯선 문제를 만났을 때 알고 있는 지식, 원리를 새롭게 재조직 재구성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학 공부는 고정된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에서 낯선 문제를 출제하는 것도 당연하다. 마치 기업에서도 창의성과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를 원하는 것과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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