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반 위의 요정'이라 불리는 김연아(18) 선수의 성공 뒤에는 어머니 박미희(49)씨의 헌신이 있었다. 박씨는 김양이 피겨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난 10여 년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며 '24시간 내조'를 했다. 때로는 코치로, 친구로, 어머니로 1인 다(多)역을 하며 김연아를 세계적인 선수로 키웠다. 피겨 지식이 전무했던 박씨가 준(準)전문가로 불리기까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낸 그녀의 부단한 노력은 실로 대단하다. 김 선수와 함께 캐나다 전지훈련을 떠난 박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이의 미래는 아이가 말해준다
"아이의 재능은 어떻게 발견하셨어요?" 박씨가 수없이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는 김양이 7세 무렵, 취미 삼아 보라고 사준 피겨스케이팅 비디오를 보고 선수들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아이의 표정에 주목했다. 도저히 일곱살 철부지의 표정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지해 보였다. 박씨는 이를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다.
한동안 아이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그것이 김양이 가진 재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다음날 바로 아이를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다. 박씨는 "아이들은 모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이라며 "그 안에서 보석을 꺼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양이 레슨을 몇 개월 받았을 즈음, 박씨는 코치와의 성격 다툼으로 불가피하게 피겨를 그만두게 하고 발레 학원에 등록시켰다. 그러나 피겨를 배울 때보다 김양의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을 보고 생각을 다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내 전공(專攻)은 오직 '연아'
박씨는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했다. 운동을 하거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10년간 김양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빙판에서 자꾸 넘어지는 딸이 안쓰러워 넘어지지 않게 하려다 보니 넘어지는 원인을 분석하게 됐고, 그것이 자연히 동작이나 기술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김양이 훈련 받는 동안 곁에서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는다. 대개 보호자로 따라온 엄마들이 아이가 레슨을 받는 동안 볼일을 보러 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양의 행동을 꼼꼼히 챙겨 포인트를 집어내거나 코치가 한 말을 기억해뒀다가 아이가 놓치는 것을 지적해줬다. "착지할 때 허리를 좀더 세워 봐, 아까 똑바로 세웠을 때 안 넘어졌지?" 하는 식이다. 그 한마디로 아이의 자세가 달라지고, 동작이 보완되는 모습을 보면서 '지켜보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박씨는 "아이는 지켜보는 만큼 달라진다. 이는 비단 피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켜보면서 아이의 그릇된 습관을 부모가 잡아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자녀가 얼마만큼 발전하고 있고 어디가 막혔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성엄마는 제1의 조력자
선수라면 한 번씩 슬럼프를 겪는다. 김양 역시 중1 올라갈 무렵 사춘기가 찾아와 괴롭혔다.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아온 김양은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상대가 없었기에 피겨에 대한 흥미도 차츰 잃어갔다. 그때 박씨는 국제대회에 출전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당시 한국의 피겨 위상은 하위권이었기에 연아가 대회에 나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며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대회라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김양은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동경했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 출전하고 온 다음에는 더 열심히 연습을 했다. 또한 웬만한 세계대회에선 떨지 않는 대범함도 기를 수 있었다. 김양이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힘들어할 때마다 박씨는 그녀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렇게 게으르다가 잠깐 반짝하는 운동 선수가 되면 어떻게 하니?"라고 자존심을 건드리면 김양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연습에 열을 올린다. 남에게 지고는 못사는 성격임을 간파한 덕분이다.
박씨는 "스트레스가 없어야 목표를 잘 이루는 아이, 약간의 부담이 있어야 잘 해내는 아이 등 아이들은 저마다 기질이 다르다"며 "부모는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지를 파악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성엄마라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절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모든 판단의 중심은 '연아'"라며 "아이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냉정한 행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미희씨가 강조하는 자녀 대화법
칭찬을 자주 하되, 객관적으로 하라
칭찬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서투르다. 이유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내딸이 잘났다!" 가 아니라 "어떤 점 때문에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해야 한다.
반복은 금물,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라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지겹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더 빨리 싫증을 낸다. 표현을 달리하면 효과가 지속된다. 예컨대, "발 모아!"라는 말도 "두 발 붙여!" 또는 "발 떨어지지 않게!"라고 고쳐서 말해보자.
객관식 답을 주고 선택하게 하라
"이거 해!"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이거 할래, 저거 할래?"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자녀에게도 선택권을 주자.
아이의 경험에서 사례를 들어라
과거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하면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예컨대, "손끝 좀 나긋하게 해 " 가 아니라 "너 아까 손가락을 모으기도 하고, 펼치기도 하던데 둘째손가락만 살짝올렸을 때가 가장 좋더라"라는 식이다.
조선일보
"아이의 재능은 어떻게 발견하셨어요?" 박씨가 수없이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그는 김양이 7세 무렵, 취미 삼아 보라고 사준 피겨스케이팅 비디오를 보고 선수들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때 그는 아이의 표정에 주목했다. 도저히 일곱살 철부지의 표정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진지해 보였다. 박씨는 이를 예사롭게 넘기지 않았다.
한동안 아이의 모습을 몰래 지켜보다 그것이 김양이 가진 재능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 다음날 바로 아이를 스케이트장에 데려갔다. 박씨는 "아이들은 모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원석"이라며 "그 안에서 보석을 꺼내주는 것은 부모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양이 레슨을 몇 개월 받았을 즈음, 박씨는 코치와의 성격 다툼으로 불가피하게 피겨를 그만두게 하고 발레 학원에 등록시켰다. 그러나 피겨를 배울 때보다 김양의 표정이 밝지 못한 것을 보고 생각을 다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내 전공(專攻)은 오직 '연아'
박씨는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했다. 운동을 하거나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다. 10년간 김양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은 덕분에 자연스럽게 내공을 쌓을 수 있었다. 빙판에서 자꾸 넘어지는 딸이 안쓰러워 넘어지지 않게 하려다 보니 넘어지는 원인을 분석하게 됐고, 그것이 자연히 동작이나 기술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김양이 훈련 받는 동안 곁에서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는다. 대개 보호자로 따라온 엄마들이 아이가 레슨을 받는 동안 볼일을 보러 가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양의 행동을 꼼꼼히 챙겨 포인트를 집어내거나 코치가 한 말을 기억해뒀다가 아이가 놓치는 것을 지적해줬다. "착지할 때 허리를 좀더 세워 봐, 아까 똑바로 세웠을 때 안 넘어졌지?" 하는 식이다. 그 한마디로 아이의 자세가 달라지고, 동작이 보완되는 모습을 보면서 '지켜보는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박씨는 "아이는 지켜보는 만큼 달라진다. 이는 비단 피겨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켜보면서 아이의 그릇된 습관을 부모가 잡아주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자녀가 얼마만큼 발전하고 있고 어디가 막혔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극성엄마는 제1의 조력자
선수라면 한 번씩 슬럼프를 겪는다. 김양 역시 중1 올라갈 무렵 사춘기가 찾아와 괴롭혔다.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아온 김양은 더 이상 국내에서는 경쟁상대가 없었기에 피겨에 대한 흥미도 차츰 잃어갔다. 그때 박씨는 국제대회에 출전해볼 것을 권했다. 그는 "당시 한국의 피겨 위상은 하위권이었기에 연아가 대회에 나가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며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계 대회라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물 만난 고기처럼 김양은 세계무대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동경했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들과 대등한 경기를 하기 위해 출전하고 온 다음에는 더 열심히 연습을 했다. 또한 웬만한 세계대회에선 떨지 않는 대범함도 기를 수 있었다. 김양이 연습을 게을리하거나 힘들어할 때마다 박씨는 그녀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그렇게 게으르다가 잠깐 반짝하는 운동 선수가 되면 어떻게 하니?"라고 자존심을 건드리면 김양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연습에 열을 올린다. 남에게 지고는 못사는 성격임을 간파한 덕분이다.
박씨는 "스트레스가 없어야 목표를 잘 이루는 아이, 약간의 부담이 있어야 잘 해내는 아이 등 아이들은 저마다 기질이 다르다"며 "부모는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는지를 파악해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극성엄마라는 말을 싫어하지 않는다. 자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절대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모든 판단의 중심은 '연아'"라며 "아이를 위해서라면 때로는 냉정한 행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미희씨가 강조하는 자녀 대화법
칭찬을 자주 하되, 객관적으로 하라
칭찬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서투르다. 이유를 정확히 말해야 한다. "내딸이 잘났다!" 가 아니라 "어떤 점 때문에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해야 한다.
반복은 금물, 같은 말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라
똑같은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 지겹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더 빨리 싫증을 낸다. 표현을 달리하면 효과가 지속된다. 예컨대, "발 모아!"라는 말도 "두 발 붙여!" 또는 "발 떨어지지 않게!"라고 고쳐서 말해보자.
객관식 답을 주고 선택하게 하라
"이거 해!"라고 강압적으로 말하는 것보다 "이거 할래, 저거 할래?"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자신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자녀에게도 선택권을 주자.
아이의 경험에서 사례를 들어라
과거의 경험을 통해 조언을 하면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인다. 예컨대, "손끝 좀 나긋하게 해 " 가 아니라 "너 아까 손가락을 모으기도 하고, 펼치기도 하던데 둘째손가락만 살짝올렸을 때가 가장 좋더라"라는 식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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