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20일 목요일

칠판에 문제 풀며 개념 다지고, 신문 보며 캠프 준비했죠"

나의 영재학교 합격기 | 경기과학고 1학년 김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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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인턴기자

지난해 전국 8개 영재학교에 합격한 서울 출신 학생은 전체의 38%에 육박한다. 입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서울이나 몇몇 교육 특구를 제외한 지역에서 영재학교에 합격한 사례를 찾는 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다. 경기 부천 상일중을 졸업한 김주원(경기과학고 1)군의 합격기는 그래서 특별하다. 2학년 때 영재학교 입시에서 한 차례 고배를 마셨던 김군은 1년 더 실력을 갈고닦아 결국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김군은 "시험 준비 막바지일수록 복습이 중요하다"며 "새로운 내용을 공부하기보다 지금까지 배운 것들을 다시 한 번 살펴보면서 개념을 완벽히 다지라"고 강조했다.

"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이맘때 굉장히 떨리고 초조할 거예요. 내가 공부하지 못한 내용이나 자주 틀리는 개념이 시험 문제로 나오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이 생기죠. 이럴 땐 틀렸던 문제를 풀어보고 해당 개념을 정리해야 합니다. 관련 유형이 출제되면 무조건 맞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렇게 복습하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높아지면 더 차분하게 공부에 매진할 수 있어요."

김군은 개념 학습할 때 칠판을 활용한다. 물분필을 사용할 수 있는 가로 2m, 세로 1m짜리 칠판을 구해 방 한쪽 벽에 걸었다. 공책 대신 칠판에 문제 풀이 과정을 적고,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된 것처럼 설명하는 식이다. 그러자 실수도 줄어들고 지루하지 않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는 "독서실 책상에 앉아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만 계속 풀다 보니 압박감이 들었다"며 "남에게 내가 아는 문제를 알려준다는 생각으로 칠판에 문제 풀이를 적어 보니 마음이 편해지고 더욱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군은 중 2 때 경기과학고에 도전했다가 불합격했다. 영재성 검사를 통과하고 마지막 전형 단계인 캠프까지 경험한 터라 아쉬움이 더했다. 3학년 때 다시 캠프에 가게 된 그는 실패 경험을 되새겼다. 문제는 마음가짐이었다. 2학년 땐 '이번에 떨어져도 나중에 한 번 더 기회가 있다'는 생각으로 진지한 자세가 부족했던 탓이다. 그는 "날씨가 더워 학교 측에서 부채를 나눠줬는데, 부챗살에 선을 긋고 거기서 도형을 찾는 데 정신이 팔려 토론에 집중하지 못했다"며 웃었다.

"캠프 땐 모든 선생님이 학생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주시합니다. 학생의 본 모습, 영재학교에 들어와 잘 적응하고 성장할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서죠. 면접이나 토론 때 학생이 캠프에서 했던 행동의 이유를 직접 묻기도 해요. 이 때문에 캠프에서 내주는 과제를 성실하고 끈기 있게 수행하려는 자세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합니다. 제가 2학년과 3학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문제풀이 속도나 실력이 아니라 마음가짐과 자세였어요."

캠프 준비를 위해 과학 잡지나 책, 신문 등을 보기도 했다. 특히 신문의 NIE(신문활용교육) 지면에서 과학을 비롯한 다양한 시사 정보를 얻었다. 김군은 "기본 상식을 쌓아둔 덕분에 토론이나 면접 때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군은 영재성 검사와 기간이 겹치는 내신 중간고사 준비에 소홀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그는 "중간고사를 잘봐야 그다음에 있을 영재성 검사도 잘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서 내신 공부를 마무리했다"며 "불안하고 초조해 중간고사를 포기하고 싶어도 마음을 굳게 다지면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이 있잖아요. 매 순간 하는 일마다 최선을 다해야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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