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작업환경, 수입, 고용전망, 스트레스 등을 기준으로 200개 직업 중 최고의 직업과 최악의 직업을 각각 10개씩 소개했다. 그중 최고의 직업으로 뽑힌 것이 수학자였다. 10위 안에는 보험계리사(2위)를 비롯해 통계학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컴퓨터시스템 분석가도 포함됐다. 모두 수학을 기초로 한 직업이다.
▶직업적 인기 말고 수학의 학문적 영향력에 대한 조사결과도 있다. IBM은 20세기 수학의 최대 업적으로 뜻밖에 촘스키 언어학, 괴델의 불확정성 논리, 레비 스트로스의 문화인류학을 선정했다. 자연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인문사회과학에서도 수학적 발상과 논리가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국력과 수학실력은 함께 간다. 국제수학연맹이 선정한 수학 최상위 '5등급'엔 G8과 이스라엘 중국 등 10개국이 들어있다.
▶이처럼 중요한 학문이지만 노벨상에는 수학자에게 주는 상이 없다. 그러나 노벨상 제정과 비슷한 시기인 1897년부터 수학자들은 4년마다 국제수학자대회(ICM)를 열어 수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았다.
2회 파리대회 기조강연에서 독일 수학자 힐베르트는 20세기가 풀어야 할 23개의 수학적 난제를 제시했는데 20세기 전반기 수학사의 상당 부분은 힐베르트가 던진 난제를 푸는 과정이었다고 한다. 1936년 캐나다 수학자 필즈가 사재를 털어 만든 필즈상은 수학자대회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112년을 지나면서 국제수학자대회는 동반자 포함해 6000명이 모여드는 세계 최대 규모와 권위를 자랑하는 기초과학 분야 잔치로 자리 잡았다.
세계 정상의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학의 미래를 놓고 머리를 싸매는 풍경은 개최국에 더할 나위 없는 지적(知的) 자극이 됐다. 1990년 이 대회를 개최한 일본은 그해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002년 개최국 중국은 이후 수학 논문 수가 두 배로 늘었다.
▶그제 중국 푸저우(福州)에서 열린 국제수학연맹 집행위에서 한국이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한국의 수학실력은 국제수학연맹 등급에서 오랫동안 2등급에 머물렀다가 2007년 4등급으로 두 계단 뛰어오르며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국제수학자대회가 수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꿈을 심어줘 우리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날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국제수학자대회는 수학계 거장들이 모두 참석하는데다 개막식 때 ‘수학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을 개최국 국가원수가 직접 수여해 세계 뉴스의 눈이 쏠리는 지구촌 수학 축제다. 이 대회에선 현대 수학이 다 풀지 못한 난제들이 제시되는가 하면 수학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는 여러 토론과 일반 전시행사가 열린다. 근래엔 국가 지도자들이 이 대회에 관심을 나타내면서 화제가 됐다. 2002년 중국 대회 때엔 장쩌민 당시 주석이 개막식이 열린 3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으며, 2006 스페인 대회 때엔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페인 국왕이 개막식 사회를 맡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 ‘품격 높은 학술대회’를 유치하려는 국가 경쟁도 치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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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학자들이 대회 유치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2006년 6월 무렵. 당시 대한수학회 회장이던 민경찬 연세대 대학원장은 “국제수학연맹 회의 때 다른 나라 수학자들이 한국도 대회를 유치할 만한 나라라고 북돋아 줘 대회 유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자신감은 확고하지 못했던 시절”이라고 말했다. 당시 한국의 수학 등급은 하위권인 그룹Ⅱ였고, 게다가 1993년엔 국가 등급을 그룹Ⅲ으로 올려달라고 신청했다가 기각된 아픈 기억도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 무렵 대한수학회가 조사를 해 보니 한국의 수학 논문 수가 무려 세계 12위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Ⅳ에도 들 만한 수준이었다. “국가 등급 2단계를 한번에 올려 보자”는 도전이 수학계에서 일기 시작했다. 박 교수는 “고심 끝에 2단계 승급 신청서를 냈는데 뜻밖에 여러 나라들이 크게 호응해 거뜬히 그룹Ⅳ로 올랐다”고 회고했다. 국가 등급이 한번에 2단계나 오른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때부터 수학 후발국에선 꿈꾸기 어렵다던 수학자대회 유치도 현실로 영글기 시작했다.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브라질에선 룰라 대통령이 대회 유치를 지원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국제 학계에서 홍보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2010년 인도 대회에 이어 다시 아시아에서 열자는 제안에 대한 국제 수학계의 반론도 만만찮다. 한국의 유치 전략은? 박 교수는 “후발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나라인 한국에서 대회를 열어 ‘후발국 수학자들한테 꿈과 희망을 주는’ 대회로 치르자고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위원회는 1천명의 후발국 수학자를 서울 대회에 초청하겠다고 공약했다. 분단국인 점을 고려해 북한에도 관련 학술대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치위원회는 민간 기금과 함께 정부의 유치 지원 예산(20만달러)도 확보했다. 국제수학자대회가 서울에서 열리면, 우리 사회에서 수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청소년도 많아지고 한국 수학의 국제 위상도 크게 오를 것으로 수학자들은 기대한다. 더 큰 효과는 수학이라는 인류의 오랜 과학·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우리 사회도 직접 목격하며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국제수학연맹은 내년 4월 말 집행위원회를 열어 2014년 개최국을 결정한다.
대한수학회가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ICM) 서울 유치에 성공하였습니다. 국제수학연맹(IMU)은 지난 2009년 4월 18~19일에 중국 푸저우에서 11인 집행위원회를 열고 서울을 2014년 ICM 단일 개최후보지로 결정하였다고, 4월 19일저녁, 로바스 IMU 회장의 공식통지 이메일을 통하여 알려왔습니다. 대한수학회는 2007년 6월 ICM 유치위원회를 발족시키고 ICM 유치를 위해 준비해왔으며, 2008년 11월 국제수학연맹(IMU)에 2014년 ICM 유치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지금까지 브라질, 캐나다와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여 왔습니다. 특히 한국은 2014년 ICM 유치를 통해 수학 발전의 성과를 개도국과 공유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아시아 수학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2014년 ICM 서울 유치 성공은 국제 수학계가 한국수학의 빠른 성장과 수학에 대한 정부 및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인정한 결과이며 한국수학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회는 내년 8월에 인도 방갈로어에서 68개국 회원국이 참석하는 IMU 사무총회를 개최하고 서울을 2014년 ICM 개최지로 추인하게 됩니다. 112년 ICM 역사에서 집행위원회의 추천안이 번복된 경우는 없었으나, 제안서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이를 보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제수학연맹(IMU)에 제출한 한국의 제출자료는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www.kms.or.kr/icm/submitted 이에 대한수학회는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널리 알리고 대한수학회 회원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특히, 박형주 위원장을 비롯한 ICM 유치위원, 유치자문위원들의 노력과 모든 회원님들의 따뜻하고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대한수학회장 김도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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