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의 씨앗들은 55열의 나선과 89열의 나선을 이루며 박혀 있다.

황금비율이란 가로와 세로 또는 세로와 가로의 비율이 1 : 1.618로 가장 안정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비율이다. 예부터 인간은 이 황금비율을 건축물과 예술 작품에 적용했고,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왜 이 기하학적 비율에서 가장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 비밀은 자연에 있다. 이달의 ‘생태 탐사 여행’은 자연 속에 무수히 널려 있는 황금비율을 찾으러 떠나보자.


라미드, 파르테논 신전, 밀로의 비너스, 부석사 무량수전, 신용카드, 이들의 공통점은? 정답은 황금비율이다. 황금비율이란 가로와 세로 또는 세로와 가로의 비율이 1 : 1.618을 이룰 때 가장 안정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비율이다.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의 사각형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 눈에 가장 안정적으로 느껴지거나 또는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오는 사각형을 고르라고 하면 문화권, 인종,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황금비율로 된 직사각형을 고른다고 한다. 이렇게 황금비율은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끼는 비율로 알려져 있으며, 고대부터 많은 건축물과 예술 작품에 적용되었고, 현대에 들어서는 실생활에도 적용되고 있다.





붓꽃은 3장의 꽃받침 위에 3장의 꽃잎이 있다(왼쪽). 패랭이의 꽃잎은 5장이다(오른쪽).




동서고금에 나타나는 황금비율

황금비율을 적용한 가장 오래된 예는 기원전 4700여 년 전에 건설된 피라미드에서 찾을 수 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일정한 간격마다 매듭이 있는 줄을 가지고 길이의 비가 3 : 4 : 5인 직각 삼각형을 만들었고, 이를 피라미드와 신전 등의 각종 건축물에 사용했다고 한다. 여기서 길이의 비가 3 : 4 : 5인 직각삼각형의 최단선분과 최장선분의 비는 3 : 5로 황금비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시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모신 파르테논 신전도 황금비율로 지어졌다. 파르테논 신전을 정면에서 보면 폭과 높이의 비율이 정확히 황금비율을 이룬다. 상 전체 구성이 매우 안정감을 주는 밀로의 비너스는 여러 부분이 5:8의 비율로 되어 있는데, 이 또한 1:1.6에 일치한다.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의 무량수전은 평면의 가로와 세로 비율이 황금비율을 이룬다. 신용카드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은 각각 8.6cm와 5.35cm다. 이 둘의 비율 또한 1.607로 황금비율에 가깝다.

이렇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황금비율이 적용된 예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십자가, 액자, 창문, 사진….


황금나선 구조가 잘 나타나 있는 앵무조개




자연 속에서 황금비율 찾아보기

인간은 왜 이 기하학적 비율에서 가장 안정감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 비밀은 자연에 있다.

그 비밀을 찾기 위해 먼저 알아둘 게 있다. 피보나치 수열이다. 12세기 말 이탈리아 천재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찾아낸 이 수열은 앞서 나오는 두 개의 숫자의 합이다. 1, 1, 1+1=2, 1+2=3, 2+3=5, 3+5=8, 5+8=13, 8+13=21, 13+21=34, 21+34=55, 34+55=89…. 피보나치 수열은 신비롭게도 가장 아름다운 기하학적 비율인 황금비를 만들어낸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앞뒤 숫자의 비율을 2/1, 3/2, 5/3, 8/5, 13/8, 21/13, 34/21, 55/34, 89/55…식으로 무한대로 가면 1.618이란 황금비에 다다른다.

자! 그럼 황금비율을 향하는 피보나치 수열이 어떻게 자연 속에 숨어 있는가를 살펴보자.

먼저 주변의 꽃잎을 세어보자. 백합과 붓꽃은 꽃잎이 3장이다. 6장으로 보이지만 속지 말자. 뒤쪽의 3장은 꽃받침이다. 채송화, 패랭이, 동백은 5장, 모란과 코스모스는 8장, 금잔화는 13장이다. 국화과의 꽃들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꽃잎이 21장, 34장, 55장, 89장이며, 겹꽃잎을 이루는데, 각 단별로 보통 8대13, 21대 34다. 모두 피보나치 숫자다.

솔방울도 자세히 관찰해 보자. 비늘 같은 조각이 우회전 나선과 좌회전 나선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보통 그 나선 수가 각각 8개와 5개로 되어 있다. 이런 나선 모양은 파인애플 열매에서도 나타난다. 너무 많아 헤아리기 어렵지만 국화과인 해바라기 씨앗들은 55열의 나선과 89열의 나선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박혀있다고 한다.

피보나치 수열이 가장 잘 나타나는 것은 식물의 잎차례이다. ‘돌려나기’ ‘어긋나기’ ‘마주나기’를 하는 잎차례는 줄기에서 잎이 나와 배열하는 방식이며 t/n로 표시한다. t번 회전하는 동안 잎이 n개 나오는 비율이 참나무, 벚나무, 사과나무는 2/5이고, 미루나무, 장미, 배, 버드나무는 3/8, 갯버들은 5/13이다. 이 또한 모두 피보나치 숫자다. 이처럼 많은 식물이 피보나치 수열에 따른 잎차례를 보이는 것은 위에 있는 잎이 아래 있는 잎을 가리지 않고 햇빛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수학적 해법이라고 한다.




햇빛을 최대한 받기위해 아래 잎을 가리지 않으며 돋아나 잎차례,왼쪽부터돈나무,버드나무,개나리



자연의 움직임에도 황금비율이 있다

황금비율은 인간이 만든 조형물이나 식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자연의 움직임에도 황금비율이 적용된다. 이 경우에는 황금나선구조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림 11의 정사각형 A는 전체 사각형의 나머지 부분(사각형 EBCF)과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고, 정사각형 B는 사각형 HCFL과 황금비율을 이루고 있다. 황금비율로 된 직사각형의 Q를 중심으로 각 정사각형 안에 1/4원(호)을 그려 나가면 그림12과 같은 나선형구조의 호들이 연결된 형태가 된다. 이 호들의 연결된 형태를 황금나선(Golden Spiral)이라 하며 그 진행은 무한대로 뻗어나갈 수 있다. 이 황금나선의 연결된 각 호들의 상호비율을 측정해 보면 황금비율을 이루고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일정한 비율을 유지하며 무한대로 팽창하는 황금나선 구조가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게 그림 13의 앵무조개 껍질이다.



이 황금나선 구조는 초식동물의 뿔, 물의 소용돌이, 나아가 태풍과 은하수의 형태에서도 발견된다고 한다. 최근 태양계 내의 각 행성들 간의 거리가 임의적인 것이 아니고 황금나선 구조로 배열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와 흥미롭다. 이와 같이 황금비율은 자연 속에 무수히 널려 있다. 어쩌면 가장 큰 자연인 우주 자체가 황금비율에 의한 질서로 이루어져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도 황금비율과 황금나선 구조의 예외는 아니다. 배꼽에서 발바닥까지 길이와 키와의 비율, 어깨에서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와 팔꿈치에서 손가락 끝까지의 길이 비율, 엉덩이에서 발바닥까지의 길이와 무릎에서 발바닥까지의 길이 비율 등이 대부분 황금비율인 1 : 1.618에 근접한다. 유전자는 이중나선으로 되어 있는데, 나선의 한 주기는 가로가 34 옹스트롬(angstrom : 1000만분의 1 mm)이고, 세로가 21 옹스트롬인데, 그 비율인 1.619도 황금비인 1.618에 가깝다. 우리가 황금비율에서 가장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인간도 겉과 속 모두 황금비율로 이루어진 자연의 일부이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