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4일 토요일

개성 없는 '종합선물세트' 학생, 美대학 합격 어렵다




학생들 '획일화' 되면서 美 명문대 합격률 급감
'협력·리더십' 활동 통해 꾸준한 실천 모습 보여야

미국대학의 문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입시가 끝난 후 "향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던 입시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올해 입시(수시모집·early decision)는 한층 치열했고, 어느 해보다 결과가 나빴다는 평이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하다'고 할 만한 학생들이 낙방하는 등 당락을 가늠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지원자들의 SAT 성적이 예년보다 향상된 점을 감안하면 '바늘 구멍'이란 말이 더욱 실감이 간다. 앞으로 미국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美대학서 원하는 인재상 파악해야

미국대학 입시가 어려워진 것은 지난해(2008학년도)부터다. 지난해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 합격률이 급감했고,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대학 입시가 어려워진 것은 먼저 경쟁률 증가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내 지원자 수도 증가했지만, 한국인 지원자 수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영외고 김명수 국제진학실장은 "외고·자사고는 물론 일반고 등에서 미국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이 지난해는 약 600명 정도였으나 올해는 900~100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국대학에서 한국 학생을 뽑는 비율이 한정돼 있는 반면 지원자 수는 크게 늘어 진학지도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또 같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지원자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민족사관고 손은주 국제진학실장은 "인도·중국 학생들에 대한 미국대학들의 관심이 커질수록 한국 학생들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전했다.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FA(재정지원, 장학금)를 신청한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는 경향도 늘었다. 국내 특목고끼리의 지나친 경쟁이 원인이란 시각도 있다.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 타 학교를 험담하는 서한을 미국대학에 보내 한국 학교의 '위상'을 떨어뜨린 사례도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돌 정도다.
▲ 하버드대학교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경쟁률 증가보다 '개성의 상실'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우수한 SAT 성적과 과외활동 경력, 뛰어난 내신·AP 등을 갖춘 학생이 늘었지만, 이런 실적이 오히려 획일화되면서 '틀'에 갇힌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외대부속외고 김묘중 국제진로부장은 "미국대학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며 "미국대학에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학생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한다. 서울어학원 박영준 원장 역시 "아이비리그 입시에 대한 각종 정보가 쏟아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이 정보의 착시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며 "겉보기에만 좋을 뿐, 특색 없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학생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과외활동, 어디까지나 '학생'다워야

미국대학 입시에서 과외활동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외활동은 어디까지나 '학생다운 것'을 요구한다. 김명수 국제진학실장은 "미국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이 지나치게 많은 활동을 한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그런 활동을 실제로 다 했는지에 대해 의구심까지 갖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박영준 원장 역시 "고교생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과외활동은 피하라"고 조언한다.

올해 국내 일반고에서 브라운대에 합격한 학생의 사례를 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비즈니스를 전공할 예정인 이 학생은 거창한 과외활동 경력이 없다. 대신 학교 학예회를 위해 기업을 찾아다니며 후원금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학예회를 기획·실행한 경력을 부각시켜 합격했다. 또 지난해 하버드대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에는 합격기를 담은 책을 내려다 출판사로부터 "너무 평범해서 출판할 수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교내 학생회와 동아리 활동에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전년도 합격자들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미국대학에서 인정 받기 어렵다. 손은주 국제진학실장은 "비슷한 내용의 지원서를 자꾸 보게 되면 입학사정관들이 식상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다트머스대에 합격한 학생의 경우, 국내 청소년환경단체와 청소년환경대회를 조직하는 등 일관되게 활동했고, 그 안에서 자연스레 리더십까지 보였다.



봉사활동, 한두 개 골라 지속적으로


미국대학에서 학생 개인의 우수성 못지않게 중시하는 것이 바로 '협력정신과 리더십'이다. '우리 대학의 일원으로서 얼마나 충실하게 보낼 것인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김묘중 국제진로부장은 "팀 프로젝트 수업이 많은 미국에서는 조직 내 협조능력과 리더십을 중시한다"고 전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와 반대로 '경쟁'만을 생각한다. 다른 학생이 5개의 AP 성적을 가졌다면, 10개의 AP 성적을 가진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미국대학 입시에서는 이런 경쟁논리가 통하지 않을 뿐더러 AP과목을 무리해서 많이 수강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미국 내 고교는 일년에 들을 수 있는 AP과목을 3~4개 정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상을 듣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제한이 없어 2년간 12과목을 수강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골라 일년에 많게는 3~4과목 정도, 총 6~8과목 정도만 들어도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봉사활동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활동을 많은 시간 동안' 할 필요가 없다. 김명수 국제진학실장은 "한두 가지를 골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봉사활동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미국대학은 봉사활동을 통해 '지원자가 어떤 학생인가'를 보고 싶어합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가, 어떤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는가를 알고 싶은 것이죠. 자신의 능력,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활동을 골라 꾸준히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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