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5일 일요일

美 명문대-고교 “영재 모셔라”… 장학금 주고 또 주고




미국 하버드대 와이드너 기념도서관(위). 이 대학은 지난해 말 연간 소득이 4만 달러 이하인 가정의 학생들에게 학비를 면제해 준다고 발표해 명문대 학비 인하 경쟁에 불을 지폈다. 아래는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의 자매학교인 필립스 앤도버 아카데미 교정.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도 부모 소득이 7만5000달러 이하인 학생에게 수업료 일체를 면제해 주기로 해 명문 사립고교들의 학비 면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혹시 학자금 보조를 신청하면 입학사정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미국 명문 사립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강한별(12학년·한국의 고3·버지니아 주 거주) 양은 최근 학비지원신청(FAFSA·연방학비지원·사립대학들도 학비 지원 여부 심사 기준으로 사용함)을 할지 한동안 망설였다. '사립대는 등록금이 주요 수입원일 텐데 이왕이면 학비를 다 내겠다는 학생을 선호하지 않을까'하는 짐작에서였다.

강 양은 하버드대 예일대 등 동부 사립대 진학을 꿈꿔왔지만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형편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학비가 저렴한 주립대 진학도 진지하게 생각해 왔다.

그러나 강 양의 상담을 받은 대입 상담가들은 한결같이 "미국 명문대들은 훗날 자기 학교를 빛내줄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는 게 최대 관심사라는 점을 잊지 말라"며 "입학사정에서 전혀 불이익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학비보조를 신청하라"고 강조했다.

재정 문제가 입학 사정에 고려대상이 아님을 뜻하는 '니드-블라인드' 정책을 명시한 대학의 경우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대부분 명문대가 이 정책을 택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단 '니드-어웨이'라고 명시한 대학의 경우엔 지원자의 재정 상태가 입학사정에 고려대상이 된다.









미국 최고 명문대학과 명문 사립고교들이 우수한 학생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학비 보조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하버드대에서 시작된 파격적인 학비 감면 제도는 캘리포니아공대, 펜실베이니아대, 듀크대, 예일대 등 주요 명문 사립대 대부분으로 확산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 학비 감면 제도는 1998년에 프린스턴대가 가정소득 연 4만6500달러 이하의 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최근 상당수 대학들은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복지 차원'에 그치지 않고 중산층 가정의 우수 학생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사실 미국 중산층은 학비 부담이란 측면에서 가장 곤란을 겪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학자금보조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력으로 학비를 낼 수 있는 고소득층도 아닌 중산층 가정 학생들은 결국 성적이 우수해도 사립대를 포기하고 주립대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우수 인재들을 놓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명문 대학들이 머리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학비 감면 폭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금주 초 학비 감면제도를 발표한 예일대에 따르면 학부생 5300명 가운데 43%가 등록금 경감 혜택을 받게 된다.

연소득이 12만 달러가 넘는 중상층 가정 학생도 등록금을 경감 받아 연소득의 10%만 내면 된다. 연소득 6만~12만 달러일 경우는 적게는 소득의 1%, 많게는 10%까지 차등 적용된다. 등록금을 면제받기 위한 기준도 현 4만5000달러에서 6만 달러 이하로 확대됐다.

학비가 사립대 못지않게 비싸고 입학경쟁이 치열해 '명문가 자제와 소수 엘리트만의 전당'으로 불렸던 동부 사립고교들도 중산층 이하 출신 학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엑시터 필립스 아카데미는 지난해 말 부모소득이 7만5000달러 이하인 학생에게는 수업료 전부를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학교 관계자는 "학교금융자산이 1억 달러(9500억원)에 도달했다"며 "최고의 학생유치를 위해서라면 몇만 달러의 수업료 수입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인트 폴 고교 역시 최근 6만5000달러를 기준삼아 "전액장학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학교 윌리엄 매튜스 교장은 지난주 본보와 인터뷰에서 "우수한 학생이라면 학비 부담 능력에 관계없이 최고의 교육환경을 제공받아야 한다"며 "연간 학비가 4만 달러를 넘어서지만 수업료 부담능력과 무관하게 가장 우수한 미래의 인재들을 우리 학교에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학비를 아무리 높여도 전세계에서 최고 인재들이 몰려들어 해마다 경쟁률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이들 학교들의 학비지원 확대 경쟁은 "더 우수한 학생을 한명이라도 더 뽑는게 학교를 발전시키는 길"이라는 인식의 산물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물론 사립학교들의 고액 학비에 대한 여론과 의회의 따가운 시선을 감안한 측면도 없지는 않다.

학비 보조는 주로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게 해당되지만 대학의 경우 학교에 따라 외국 유학생들에게도 나름의 재산 판단 기준을 통해 적용하는 곳이 많다. 사립고교의 경우 아직 외국 유학생에게 혜택을 주는 곳은 드물다.

미국 일류 대학들의 학비 인하 경쟁
대학순위현 연간학비감면 내용
프린스턴대14만3980달러―학자금 대출제 폐지, 장학금 전환(2001년부터)―저소득·중산층 대상 장학금 확대 계획
하버드대24만5620달러―연 가계수입 18만 달러 이하인 가정의 학생에게는 가계 소득의 10% 이하로 등록금을 책정―등록금 최대 50% 감면 효과 (올해 가을학기부터 적용)
예일대34만5000달러―연 가계수입 6만 달러 이하, 등록금 전액 면제.―연 가계수입 6만∼20만 달러, 등록금 33∼50% 감면(올해 가을학기부터 적용)
스탠퍼드대44만5608달러―장학금 15.2% 확대, 학자금 대출제를 장학금으로 전환
펜실베이니아대54만6124달러―연소득 10만 달러 이하 가정의 학생에게는 학자금 대출제를 장학금으로 전환 (2009년 가을학기부터 적용)
컬럼비아대94만6095달러―학자금 대출제를 장학금으로 전환, 장학금 확대
순위는 2007년 12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가 매긴 대학평가 순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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