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수학자다.
자연은 인간 사회 최고의 논리 체계인 수학을 알고 있다.”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자연이라는 커다란 책은 그 책의 언어를 아는 사람만이 읽을 수 있다. 그 언어는 수학”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많은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를 발전시키며 오늘날 인류 문명의 진보를 이끌었지만 수학은 아직도 많은 부분 속살을 감추고 있다. 그런데 인간도 쉽게 풀지 못하는 수학 문제를 사고가 없다고 믿어온 동·식물들이 풀어낸다면 믿을 수 있을까.
실제 수학의 기본 개념인 ‘최적화’ 문제를 풀어낸 동·식물이 적지 않다. 수천년을 진화하며 생존에 성공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형태와 행동방식을 최적화로 이끌어냈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본능으로 최고의 수학자가 돼버린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수박은 ‘구(球)’의 비밀을 안다
수박과 사과, 토마토 등 많은 과일은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왜 그럴까. 살아남기 위해서다.
수분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 과일들은 생존하기 위해 껍질을 통해 증발하는 수분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 숙명에 놓여 있다. 그래서 증발하는 수분의 양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겉넓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거듭했다.
몸집은 최대한 키우면서 수분 증발은 최소화하는 방법이 바로 ‘구’ 형태다. ‘구’는 체적이 일정할 때 그 체적의 겉넓이를 가장 작게 해 준다. 과일들이 스스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고등과학원 윤강준 박사는 6일 “실제 ‘구’가 겉넓이를 최소화하며 체적을 최대화한다는 사실을 수학 전공자도 쉽게 증명하지 못한다”며 “자연이 효율적인 방향으로 진화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독수리는 곡선으로 난다
공중의 한 점에서 지상의 한 점까지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경로는 무엇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두 점을 잇는 ‘직선’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하늘의 독수리가 땅 위의 토끼를 잡으러 날아오는 경로는 직선이 아니다. 독수리는 일직선으로 하강하지 않고 처음엔 급한 경사의 곡선 형태를 보이며 내려오다 어느 정도 가까워지면 각도를 줄여 토끼를 향해 날아간다.
독수리가 곡선 항로를 택한 것은 바로 ‘중력’ 때문이다. 두 점이 지상에 위치할 땐 직선 거리가 가장 빠르지만 높이가 다를 땐 중력의 영향을 감안한 어떤 형태의 곡선이 가장 빠르다.
이러한 곡선을 ‘사이클로이드(Cycloid)’라 하는데 직선보다 멀지만 도착 지점에는 더 빠르게 갈 수 있게 한다.
직선과 사이클로이드, 원의 모양을 가진 미끄럼틀에서 축구공을 굴려보면 사이클로이드가 가장 빠름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이클로이드는 ‘등시 곡선’을 이룬다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 한 점에서 도착점에 도달하는 시간이 같다는 것. 이는 도착 지점에 가까울수록(낮은 곳에서 출발할 수록) 이동거리는 짧아지지만 중력 가속도의 영향도 덜 받기 때문이다. 누가 독수리의 능력을 알고서도 ‘새 대가리’라고 무시할 수 있는가.
■피보나치 수열을 풀어낸 꽃
화이트컬러백합(1), 등대풀(2), 붓꽃(3), 동백(5), 모란(8), 금불초(13), 치커리(21)…
꽃잎의 숫자들이다. 어떤 규칙이 있을까. 이 숫자들은 앞의 두 숫자를 합한 수로 이뤄진 ‘피보나치 수열’이다.
줄기에서 잎이 나와 배열되는 잎 차례는 90%가 피보나치 수열을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치가 최대한의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피보나치 수열은 나뭇가지의 수나
해바라기 씨의 숫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소한의 공간에서 최대한 많은 씨앗을 배치하기 위해서다.
피보나치 수열은 아름다움과도 관계가 있다. 피보나치 수열의 증가비는 ‘
황금비(1.618)’에 가깝기 때문이다.
또 1, 2, 3, 5, 8, 13을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을 결합해 각 정사각형에 내접하는 반원을 그리면 하나의 나선을 얻게 되는데 이를 ‘황금 나선’이라고 부른다. 산양의 뿔이나 소라껍데기, 태풍이나 우주의 나선은하도 다 이 황금 나선의 모양을 하고 있다.
윤 박사는 “자연은 무질서해 보이지만 실제론 조화와 질서 속에 일정한 패턴을 이루고 있다”며 “수학의 많은 숙제에 대한 해답이 자연에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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