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6일 월요일

물에서 수소(Hydrogen) 뽑아낸다


식물 광합성원리 모방
미국 MIT 연구팀, 사이언스에 새 기술 발표
값싼 코발트를 촉매로 이용 경제성 뛰어나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결합 전기 에너지 만들어내
"10년내 상용화 가능할 것"
식물은 햇빛을 받아 물과 이산화탄소로 포도당을 만들고 우리가 호흡할 산소를 배출한다. 최근 이러한 식물의 광합성(光合成) 원리를 모방해 물에서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인 수소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수소는 연료전지에서 산소와 결합해 물이 되면서 전기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언제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햇빛으로 물에서 수소 추출

태양전지는 햇빛이 비출 때만 전기를 만들 수 있다. 낮에 만든 전기를 축전지에 보관하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이 너무 높아 효율적이지 못하다.

대안은 식물의 광합성 과정을 모방하는 것이다. 식물은 햇빛의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2H2O)을 산소분자(O2)와 수소 양이온(4H+), 그리고 전자(4e-)로 분리한다. 즉 수소에서 전자가 떨어져 나가면서 산소와의 결합이 깨지는 것이다. 산소분자는 바로 공기 중으로 배출되고 수소 이온과 전자는 나중에 이산화탄소와 만나 포도당을 만들어낸다.
이 원리를 응용하면 낮에 태양전지가 만든 전기 중 일부를 사용, 물을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뒀다가 밤에 수소 연료전지를 돌려 전기를 생산해 내는 완벽한 청정에너지 시스템이 구축된다.

하지만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려면 값비싼 백금 촉매가 있어야 한다. 또 물이 아주 강한 염기 상태여야 한다. 이 모든 조건을 다 맞추다 보면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대니얼 노세라(Nocera) 교수와 매튜 카난(Kanan) 박사는 지난달 1일 '사이언스(Science)'지 인터넷판에 "백금보다 훨씬 저렴한 코발트로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코발트는 자연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이다. 하지만 물에 쉽게 녹아 촉매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다. 노세라 교수팀은 코발트에 인산칼륨이라는 물질을 첨가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진이 상온에서 일반 수돗물이 담긴 비커에 양극과 음극 전극을 넣고 태양전지가 만든 전기를 흘려주자 코발트와 인산칼륨이 양극에 달라붙어 물에 녹지 않는 막을 형성했다. 이후 코발트 막 주변에서는 산소 기포가 솟아올랐다. 산소와 분리된 수소 이온은 반대편 음극으로 이동해 전자를 받아 다시 수소 분자가 되고 기포로 떠올랐다.
▲ MIT 연구진이 개발한 물 전기분해 장치. 태양전지에서 만든 전류가 물에 담긴 전극으로 흐르면 산소와 수소 기포가 분리돼 나온다. /미 MIT 제공
낮에는 태양전지, 밤에는 연료전지

사이언스지는 별도의 해설기사를 통해 "MIT대의 연구결과는 수소연료전지 상용화를 위한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성과"라고 밝혔다. 미국립과학재단(NSF)도 "태양을 24시간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노세라 교수는 "상용화를 위해선 촉매의 성능 개선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10년 내 가정에서 필요한 전기를 가정용 태양전지와 수소연료전지로만 해결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태양전지를 거치지 않고 직접 햇빛으로 물을 분해하는 기술도 개발됐다.

식물의 광합성에서 물 분해를 담당하는 핵심 효소에는 망간이 들어있다. 호주 모나시대 레온 스피시아(Spiccia) 교수 연구진은 전극에 식물과 흡사한 망간 막을 만들었다. 이 전극을 물이 담긴 비커에 넣고 햇빛을 비추자 수소와 산소가 분리돼 나왔다.

스피시아 교수는 지난달 17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식물이 30억년 진화를 통해 이룩한 메커니즘과 성분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며 "물 전기분해는 예전부터 해왔지만 1.2볼트(V) 정도의 약한 전기에너지인 햇빛만으로 물을 분해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분야 권위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8월호에 발표됐다.
  • ▲ 미 MIT 연구진이 물을 전기분해해 산소와 수소를 추출해낼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 미국립과학재단의 관계자들이 이번 기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과거 물 전기분해에서는 값비싼 백금전극을 써 상용화에 걸림돌이었지만 이번에는 자연에 풍부한 코발트를 이용했다. 또 상온에서 아무런 변화를 가하지 않은 일반 물을 사용해 상용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낮에 태양전지로 만든 전기 일부로 수소를 만들고, 이것으로 밤에 수소연료전지를 가동하면 24시간 청정에너지만으로 전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사이언스 제공=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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