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19일 일요일

특성·관심 분야·활동·연구… 교사와 대화하며 '나'를 알려라

전문가가 알려주는 '좋은 학생부 만드는 법'

교육부가 최근 '2015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기재 요령'을 각 학교에 배포했다. 교내상 수상인원을 대회별 참가인원의 20% 내외로 권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학교가 상을 남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학생부의 본래 목적은 말 그대로 '학생의 학교생활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매년 기재 요령까지 만들어 배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학생부가 '입시'에 중요하게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입 수시모집에서는 1단계 서류전형 당락을 좌우할 정도다. 더구나 학생부는 새 학년이 되면 지난 학년에 기록된 내용을 수정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매년 잘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학생부를 학생·학부모는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항목별로 조목조목 살펴보며 '좋은 학생부 만드는 법'을 함께 소개한다.
 
◇교과학습발달상황, 학업능력·태도 등 보여줘
학생부를 펼치면 인적·학적 사항 외에 △출결 △수상경력 △자격증 및 인증 취득 상황 △진로 희망사항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 △교과학습 발달 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독서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이종한 서울 양정고 교사(진학전략부장)는 " '교과학습 발달 상황'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대입에서 지원자의 학습 역량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교과학습 발달 상황'란에는 △단위 수 △원점수/과목평균(표준편차) △성취도(이수자 수) △석차등급 등이 상세히 기록된다. '교과학습 발달 상황'의 아래 항목인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는 각 과목 담당 교사가 학생의 학업 역량, 학습 의지, 과목별 성취 수준, 적성, 수업 태도 등을 간단한 문장으로 기록한다. 김경숙 건국대 입학사정관(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장)은 "입학사정관은 '교과학습 발달 상황'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 항목을 통해 '지원자가 대학에서 학업이 가능한가'를 확인한다"며 "예컨대 공과대학을 지망하는 학생이 수학 5등급, 국어·영어 1~2등급을 받았다면, 평균 내신이 2등급 이내여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수학 내신이 3등급이라도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에 '어려운 문제를 접했을 때 며칠씩 고민하고 교사에게 질문하며 탐구하는 자세를 보였다'는 내용이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백 명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모든 학생의 특징을 파악해 구체적으로 적기란 쉽지 않다. 학생들이 교사와 자주 대화하며, 자신의 특장점을 '티'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권우 이화여대부속고 교사(입시전략실장)는 "자기 관심 분야에 대한 방과 후 활동과 토론·연구, 수행평가 등을 교사에게 꾸준히 언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과학 선택 교과는 자신의 희망 진로와 연결된 과목을 듣는 게 현명하다. 김 사정관은 "화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학교에 수업이 개설됐음에도) 화학Ⅱ를 듣지 않았다면, 희망 전공에 대한 열정 등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 역시 "과학 내신을 전부 1등급 받았다면 심화 과목으로 물리Ⅱ·화학Ⅱ·생물Ⅱ 등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며 "내신 성적이 잘 안 나오는 심화과목임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공부한 점이 '도전정신'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덧붙였다.

 2015 학교생활기록부 예시
2015 학교생활기록부 예시
◇수상기록, 학생 관심 영역과 노력 드러내
그다음 중요한 항목으로는 '수상경력'과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을 꼽을 수 있다. 김 사정관은 "수상 실적은 지원자의 학교생활 충실도, 관심영역, 성취도 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아니다. 박 교사는 "상을 받았다 할지라도 관련 과목 분야 동아리활동이나 방과 후 학습을 학생부에서 보여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수상 실적과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정관 역시 "예를 들어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에 '중국어 말하기에 관심 가지고 노력함'이라고 기재되고, 교내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입상했으며 독서활동 상황에도 중국어 관련 기록이 있다면, 학생부에 학생의 특징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나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상 여부보다는 성실하게 참여하는 '태도'가 우선이다. 교내 대회가 다양할 경우에는 자기에게 어떤 대회가 적합한지 담임교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이 교사는 "교사와 이런 대화를 자주 하면, 설령 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대회 준비 과정이나 그로 인해 달라진 점 등이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이나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기록돼 알찬 학생부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동아리 활동이다. 학생의 관심 영역과 자기주도성을 잘 보여주는 항목이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이 직접 만든 '자율동아리' 활동도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다. 단 무분별하고 형식적인 동아리 활동은 금물이다. 김 사정관은 "동아리 활동에서는 참여도와 기여도를 중요하게 본다"며 "자율동아리를 네댓 개씩 한 지원자에 대해서는 '각 동아리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박 교사 역시 "동아리를 선택하거나 만든 동기, 활동 후 변화 등을 학생부에 잘 녹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부도 ‘양’보다 ‘질’이 중요
학생부에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반드시 교사의 언어로 쓰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학생·학부모가 쓴 내용을 그대로 붙여 넣은 일명 ‘셀프(self) 학생부’가 큰 논란이 됐다. 김 사정관은 “심지어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이 ‘내가~’라는 말로 시작하는 학생부도 있더라”며 “이처럼 학생이 쓴 걸 그대로 베낀 것 같은 학생부는 입학사정관이 신뢰할 수 없는 자료가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학생부 항목별로 기재 가능한 글자 수가 절반 이상 줄었다.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은 과목별 500자로 대폭 줄었다. 이 교사는 “학생부도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학생 특성이나 관심 분야, 노력 등이 구체적 사례와 함께 담겼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학교마다 학생부 기록 방식도 조금씩 달라요. 그런 내용을 고 1 때부터 담임교사에게 자세히 확인해서 학교 방식에 잘 따라야 좋은 학생부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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