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학년 초까지 선택해 집중
ACT가 SAT보다 훨씬 쉽고 과외나 학원 수강없이 학생 혼자서 준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나, 시험이 내 아이만 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해야 하는 등 선택시 주의사항이 많다. 두 시험을 모두 치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고교 내신성적과 엑스트라 커리큘러, 자원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두 시험을 병행해 준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잇점이 전혀 없기에, 양자택일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 시기가 요즘 10학년 초로 빨라지고 있다.
SAT 시험을 결심할 경우 PSAT 시험과 별도로 준비해야 하는데, 이미 9학년부터 시험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대학이 SAT와 ACT를 동등하게 취급하긴 하지만, 대학에 따라 선호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희망 대학을 5개 정도로 좁힌 후 이들 대학이 두 시험 중 선호하는 시험을 정확하게 가려내야 한다. 해당 대학 웹페이지 입학시험란에 언급이 더 많은 시험이 더 선호하는 시험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적으로 대학 입학의 유불리를 따져서 시험을 선택하는 것은 상당한 위험이 내포돼 있다. 학생의 성향에 따라 점수 차이가 클 수 있기 때문이다. SAT는 기본적으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와 추론능력(reasoning ability)을 측정하는데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ACT는 지식(knowledge) 그 자체를 측정하는데 주력한다.
물론 두 영역을 교차반영한 시험문제도 많지만, 대체적인 경향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추론능력, 혹은 응용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SAT가 적당하고, 폭넓은 지식에 강한 학생이라면 ACT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다. 수학 시험에서도 기하학과 대수학 영역에는 단단한 기초를 요구하는 공통점을 지녔으나, SAT 시험은 수학인지 영어인지 헷갈리는 장문의 스토리형 문제가 나오고, 기하학 영역에서는 기본공식을 응용한 문제가 출제된다. 하지만 ACT는 직접 공식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전 문제 위주로 출제된다. ACT와 SAT에 모두 나오는 삼각함수도 ACT는 기초적인 공식 위주로 출제되지만, SAT는 ACT에 없는 데이터 분석기법을 응용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대체적으로 SAT 수학 문제는 문제해결능력(problem-solving)을 시험하고 ACT는 여러 영역의 기초 수학 컨셉과 공식을 요구한다.
SAT 영어는 종합이해력(reading comprehension)과 단어(vocabulary) 능력을 측정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SAT 단어 영역은 상당히 어려워서 학교 수업 외에 별도의 공부가 이뤄져야 고득점이 가능하다. 종합이해력 측정 시험의 경우, 제시간에 읽기도 벅찰 정도로 긴 예시문이 나열된다. ACT도 종합이해력 영역이 있긴 하지만 문장 전체의 이해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문법(grammar)과 구문론(syntax) 위주로 출제된다.
두 시험간의 이러한 차이 때문에 한국에서의 암기위주 시험에 익숙한 한인 학부모는 ACT가 더 쉬운 시험일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으나, 직접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미국에서 교육 받은 미국학생이라서 두 시험 중 어떤 것이 더 쉬울 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다. SAT보다 ACT 시험을 훨씬 어려워하는 학생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ACT는 SAT에 없는 과학 영역 시험이 따로 있다는 사실도 걸림돌이다. ACT 과학 시험은 고교 정규 커리큘럼 상의 생물, 지구과학, 물리 등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지만, 과학과목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난관이다. ACT 과학에는 SAT 수학에 포함된 데이터 분석 기법이 나와 일반적인 과학지식을 그래프나 차트를 통해 이해하는지 따지는 문제가 많다. 고교 내신에서 수학과 과학이 부족한 학생이 ACT 시험을 보면 점수가 더 안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두 시험 중 하나를 선택하기 전에 온라인 등을 통해 문제집을 각각 접해보고 시험을 쳐본 후에 더 높은 점수가 나오거나 더 보기 편한 시험을 선택할 것을 권하고 있다. 각 시험의 시험 시간에 맞게 혼자 시험을 치른 후 점수를 계산해 보면 쉽게 생각되는 시험일지라도 점수가 오히려 안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점수가 더 많이 나오는 시험이 적성에 맞는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점수는 퍼센타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고 쉽다고 느끼는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해야 한다.
워싱턴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