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IT의 AI 칼리지
1조원 투입해 'AI 대학' 설립, 개교 158년 사상 최대 프로젝트
中 도전에 위기감… 역사·철학 등 인문계 학생들까지 융합교육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본관 옆 스타타(Stata) 센터. 여러 개의 빌딩이 찌그러지고 기울어져 뭉쳐진 듯한 건물이다. 내부도 미로처럼 구부러져 쭉 뻗은 복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MIT 최대 연구 조직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는 이런 곳에 있었다. 애덤 코너 시몬스 CSAIL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센터를 설계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과학자들이 자주 만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고 융합하라는 뜻에서 복잡하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60여년 전 MIT에서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란 말과 개념이 탄생했다. 올 9월 AI는 공식적으로 이 학교의 중심에 선다. MIT는 AI를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 학생이 사용해야 할 '미래의 언어'로 규정하고, AI를 모든 학생에게 가르치고 다른 학문과 융합하는 단과대를 만든다. 학과(스쿨) 단위로 운영해온 MIT의 첫 단과대(칼리지)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AI 언어와 자신의 전공 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이중 언어자(bilingual)'로 탈바꿈한다.
1861년 개교한 MIT는 반도체, PC, 모바일 혁명 등 발전을 이끌었다. 노벨상 수상자 93명을 배출했고 졸업자들이 창출하는 경제 규모는 한국을 넘어 세계 8위인 브라질과 비슷하다. 이런 대학이 AI의 깃발 아래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한다. 교육과정과 대학 조직을 개편하고 교수 임용 방식도 손본다.
1861년 개교한 MIT는 반도체, PC, 모바일 혁명 등 발전을 이끌었다. 노벨상 수상자 93명을 배출했고 졸업자들이 창출하는 경제 규모는 한국을 넘어 세계 8위인 브라질과 비슷하다. 이런 대학이 AI의 깃발 아래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한다. 교육과정과 대학 조직을 개편하고 교수 임용 방식도 손본다.
이 칼리지에 투입되는 자금은 10억달러(1조1000억원). 금융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3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그의 기부로 AI 칼리지 설립은 현실이 됐다. 그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최고경영자 마윈을 만났을 때 기부를 결심했다고 한다. 마윈을 통해 기존 산업을 넘어 미래 신기술에 도전하는 중국의 위력을 알았다. 슈워츠먼은 "미래에도 미국이 세계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최고 인재를 끌어모으고 사회를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국민소득은 6만달러가 넘는다. 그래도 자족하지 않는다. 한국은 3만달러에 도달했다. 하지만 전 분야에서 갈등과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밖에서 불어오는 태풍은 경제 기반 전체를 흔들고 있다. 위기의 무게는 미국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2020년 3월 5일 창간 100주년을 맞는 본지는 한국의 정체된 현실과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열자는 취지에서 연중 기획 '질주하는 세계'를 연재한다. 세계는 한국이 아는 것보다 맹렬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1편에선 100년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혁명하는 세계의 대학을 소개한다. 지난달 7일 과거를 선도했고 거침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MIT를 찾았다.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의 60여개 연구실은 첨단 컴퓨터와 크고 작은 로봇·드론, 3D 프린터로 가득했다. 한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두 팔을 가진 공장용 로봇 '박스터'를 이용해 사람과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있었다. 다른 연구실에선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상체 동작 프로그램 입력이 한창이었다. 물건을 배달하는 자율 주행 카트가 복도를 돌아다녔다. 중앙 정원에는 밤에 빛을 내는 AI 식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CSAIL 박사과정 연구원인 한국계 미국인 옥결씨는 "컴퓨터와 로봇·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컴퓨터 비전, 로봇 청소기, 로봇 물고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여기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민소득은 6만달러가 넘는다. 그래도 자족하지 않는다. 한국은 3만달러에 도달했다. 하지만 전 분야에서 갈등과 정체를 경험하고 있다. 밖에서 불어오는 태풍은 경제 기반 전체를 흔들고 있다. 위기의 무게는 미국과 비교도 되지 않는다.
2020년 3월 5일 창간 100주년을 맞는 본지는 한국의 정체된 현실과 위기를 돌파하고 미래를 열자는 취지에서 연중 기획 '질주하는 세계'를 연재한다. 세계는 한국이 아는 것보다 맹렬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1편에선 100년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혁명하는 세계의 대학을 소개한다. 지난달 7일 과거를 선도했고 거침없는 자기 변신을 통해 미래를 준비하는 MIT를 찾았다.
컴퓨터과학·인공지능연구소(CSAIL)의 60여개 연구실은 첨단 컴퓨터와 크고 작은 로봇·드론, 3D 프린터로 가득했다. 한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두 팔을 가진 공장용 로봇 '박스터'를 이용해 사람과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는 AI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있었다. 다른 연구실에선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의 상체 동작 프로그램 입력이 한창이었다. 물건을 배달하는 자율 주행 카트가 복도를 돌아다녔다. 중앙 정원에는 밤에 빛을 내는 AI 식물이 움직이고 있었다. CSAIL 박사과정 연구원인 한국계 미국인 옥결씨는 "컴퓨터와 로봇·자동차의 눈 역할을 하는 컴퓨터 비전, 로봇 청소기, 로봇 물고기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이 여기서 탄생했다"고 말했다.
기술만이 아니다. CSAIL의 전신 'MIT 인공지능연구소'를 1959년 설립한 존 매카시 교수가 'AI' 용어와 개념을 만들었다. 연구소를 모태로 60년 동안 진화한 AI가 올해 MIT 학문의 중심에 서는 것이다. 9월 설립되는 AI칼리지는 최대 기부자 이름을 따 '스티븐 슈워츠먼 컴퓨팅 칼리지'로 정했다. 슈워츠먼은 예일대와 하버드대 출신 금융인이다. 그는 "강력한 AI가 세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AI의 가장 강력한 연구 중심인 MIT를 선택했다. 그의 기부금 이외에도 MIT는 다른 기부금으로 조성된 자금을 활용해 나머지 6억5000만달러를 투입한다.
AI칼리지 설립이 발표된 것은 작년 10월. 라파엘 리프 총장은 "모든 학생을 이중 언어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생물학·기계공학·전자공학 등 공학은 물론 사회·경영·역사 등 인문사회 학생들도 AI라는 언어를 전공과 함께 의무적으로 배워 연구에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AI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이론이나 현상을 찾아내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스스로 학습을 거듭해 사람이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 현상이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AI는 환율이나 주식시장을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전망한다. 경제·경영학에서는 새로운 이론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치·행정학에서는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문제점을 살펴본다. 신도시를 어디에 개발하면 효율적인지, 교통망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변도 AI가 내놓는다. 과거의 사료나 유적을 분석해 가설을 만들거나 유명 작품을 학습해 진품을 감별하는 등 인문학과 예술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의 활용 여부가 모든 학문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이식 실장은 "MIT 구상은 의사와 생명공학자가 AI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배 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AI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상에 대해 인문·사회과학 전공자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AI칼리지 설립 발표 직후 MIT는 보스턴의 동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여기서 멜리사 노블스 MIT 인문·예술·사회 학과장은 "칼리지 설립이 인문학 부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래의 기술이 인문학에 생존의 길을 찾게 할 것"이라고 했다.
MIT는 학교 안팎의 전문가로 구성된 AI칼리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위원인 닉 로이 CSAIL 교수는 "50명의 교수진 중 25명은 과학·공학·경영·인문사회 전문가 가운데 컴퓨터와 AI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고 했다. MIT의 AI 칼리지는 이런 인재에게 전공 분야와 AI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맡긴다. 마틴 슈미트 MIT 부학장은 "AI 칼리지를 통해 우리는 교수를 충원하고 승진시키는 방법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칼리지 설립이 발표된 것은 작년 10월. 라파엘 리프 총장은 "모든 학생을 이중 언어자로 키우겠다"고 했다. 생물학·기계공학·전자공학 등 공학은 물론 사회·경영·역사 등 인문사회 학생들도 AI라는 언어를 전공과 함께 의무적으로 배워 연구에 자유자재로 활용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AI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이론이나 현상을 찾아내고 있다.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스스로 학습을 거듭해 사람이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한 현상이 모든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AI는 환율이나 주식시장을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전망한다. 경제·경영학에서는 새로운 이론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치·행정학에서는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날 문제점을 살펴본다. 신도시를 어디에 개발하면 효율적인지, 교통망은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답변도 AI가 내놓는다. 과거의 사료나 유적을 분석해 가설을 만들거나 유명 작품을 학습해 진품을 감별하는 등 인문학과 예술의 연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AI의 활용 여부가 모든 학문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이식 실장은 "MIT 구상은 의사와 생명공학자가 AI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배 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AI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구상에 대해 인문·사회과학 전공자의 호응이 높다고 한다. AI칼리지 설립 발표 직후 MIT는 보스턴의 동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여기서 멜리사 노블스 MIT 인문·예술·사회 학과장은 "칼리지 설립이 인문학 부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미래의 기술이 인문학에 생존의 길을 찾게 할 것"이라고 했다.
MIT는 학교 안팎의 전문가로 구성된 AI칼리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회 위원인 닉 로이 CSAIL 교수는 "50명의 교수진 중 25명은 과학·공학·경영·인문사회 전문가 가운데 컴퓨터와 AI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를 선발하고 있다"고 했다. MIT의 AI 칼리지는 이런 인재에게 전공 분야와 AI를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맡긴다. 마틴 슈미트 MIT 부학장은 "AI 칼리지를 통해 우리는 교수를 충원하고 승진시키는 방법 자체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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