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6일 월요일

노력 끌어내는 건 적절한 동기 누구나 '공부의 神' 될 수 있죠

소년은 공부와 거리가 멀었다. 아홉 살 때부터 테니스 선수를 꿈꾸며 온종일 운동에만 몰두했다. 고등학교 2학년 2학기가 돼서야 뒤늦게 라켓 대신 펜을 들었다. 학력고사까지 남은 기간은 일 년여뿐. 그는 단기간 공부에 매진해 끝내 고려대학교 합격증을 손에 쥐었다. 김경일(49)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의 이야기다.

김 교수는 평범한 머리와 약간의 노력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그 비결을 속속들이 풀어낸 '십 대를 위한 공부사전'(다림)을 펴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명문대 입학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더군요. 최적의 결과를 낼 만한 상황과 환경을 조성한 덕분이었죠. 제 경험을 토대로 천재가 아니어도, 죽도록 공부하지 않아도 상황과 환경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은 학생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라이벌 의식, 장기전인 대입 준비에는 오히려 역효과
그가 학습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바로 '동기 부여'다. 동기 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학습 계획은 작심삼일로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김 교수는 "'접근 동기'와 '회피 동기'를 적절하게 조합하면 이러한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접근 동기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얻기 위해, 회피 동기는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어떠한 일을 하게끔 이끈다. 예를 들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건 접근 동기, 부모님께 혼나는 게 두려워 시험 준비에 힘쓰는 건 회피 동기다.

김 교수는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에는 접근 동기,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에는 회피 동기로 자극을 주면 좋다"며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면 처음엔 접근 동기로 시작했다가 시험일 직전에 회피 동기로 접근법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접근 동기로만 나아가면 일이 코앞에 닥쳐도 불안이나 압박감을 덜 느끼고 느슨해지기 때문이다.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 맞닥뜨릴 부정적 결과를 생각하면 적절한 긴장감이 생기고 학습 의욕을 고취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제게 접근 동기는 '연애'였어요. 초반에는 '대학 가면 소개팅도 하고, 여자친구도 많이 사귀어야지'라는 마음으로 공부에 몰두했죠(웃음). 학력고사 직전에는 부모님을 떠올렸습니다. '아들이 대학에 가지 못하면 얼마나 속상해하실까' 라고 말이죠. 시험 직전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셔서 회피 동기가 더욱 강하게 작용했습니다."

일의 성취도에 따라 격려 메시지를 달리하는 것도 동기 부여에 효과적이다. 사람은 일의 성취도가 50%에 달하기까지는 '지금껏 얼마나 했는지'를 파악할 때 열심히 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이상부터는 만족감이 사라지고 포기가 쉬워지니 남은 분량을 떠올리며 나아가는 게 좋다. 만약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게 목표라면 초반에는 '30쪽이나 읽었네!'라는 식으로, 중반을 넘기고 나서는 '이제 20쪽밖에 남지 않았어'라고 스스로 다독이는 식이다.

동기 부여를 위해 '라이벌 의식'을 활용하는 학생들도 있다. 그러나 라이벌의 존재가 긍정적인 결과만 끌어낸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김 교수는 "라이벌 의식은 순간적으로 에너지를 쏟아내는 일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끈기를 갖고 해야 하는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조심성을 떨어뜨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에게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는 얘기죠. 게다가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매일 공부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 집중력이 떨어지고 본인만의 페이스를 잃게 됩니다."

◇공부 효율 높았을 때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 들여야
대다수의 수험생은 잠을 참아가며 공부에 매진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사람마다 적정 수면 시간이 다르니 '잠을 얼마나 줄일까'보다는 '나는 몇 시간 정도 자야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잔 사람의 뇌에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차라리 충분히 자면서 몸과 뇌를 쉬게 해 깨어 있는 시간의 집중도를 높이는 편이 낫다. 김 교수 역시 수험생 시절 하루에 6~7시간씩 꼭 잠을 잤다.

시간과 관련해 알아두면 유익한 정보는 또 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배고픈 순간이 옵니다. 이때 바로 밥을 먹으러 가지 말고 참아보세요. 식욕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하면 먹고 싶은 욕구가 지식에 대한 욕구로 옮겨져 학습 능률이 올라가거든요. 배고플 때 쇼핑을 하면 물건을 많이 사는 것과 같은 원리죠. 단, 학습 능률이 올라가는 시간은 배고픔을 느끼고 30~40분 뒤까지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배고픔 그 자체에만 집중하게 돼요."

이어 김 교수는 공부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머릿속에 집어넣은 정보를 이해했는지 따져보려면 본인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는 '메타 인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 메타 인지 능력은 배운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면서 기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해한 줄 알았는데 막히는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단순히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말 때보다 학습 효과도 약 8배나 높다.

공부한 내용을 전혀 다른 분량으로 말하거나 쓰는 방식도 메타 인지 능력을 키우는 데 유용하다.

"배운 내용을 짧게 못 줄일수록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분량을 길게 늘리지 못한다면, 세부적인 내용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죠. 상자 안에 다양한 크기의 메모지를 넣고 무작위로 하나 뽑은 뒤 공간에 맞게 배운 내용을 적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휴식도 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법. 학생들은 대개 스마트폰 게임 등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휴식시간을 채우려 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게임하는 시간은 뇌에 여전히 자극이 가해지고 있어 휴식으로 볼 수 없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의 한 방법일 뿐"이라며 "멍 때리기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거리는 시간이 진정한 휴식"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성적이 우수하지 않다고 해서 학생들이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어'라고 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부가 잘되는 때와 장소는 사람마다 다른데, 아직 그걸 못 찾았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겁니다. 공부가 잘됐을 때의 경험을 일기장에 꼼꼼히 기록해 놓고 나중에 쭉 훑어보세요. 본인이 언제 가장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평범한 머리를 가진 저도 해냈잖아요.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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