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14일 화요일

생생한 화질 만드는 수학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텔레비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니면 중요한 스포츠 경기를 보는 데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마치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보여주기를 바랄 것이다. 안방에 편히 앉아서도 마치 콘서트장에 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소원을 수학으로 이룰 수 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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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IB
텔레비전 발전사는 화질 발전사!
1927년 브라운관을 이용한 텔레비전이 개발된 뒤, 텔레비전 기술은 “어떻게 화질을 더 좋게 만들까?”라는 질문에 응답하면서 발전해 왔다. 브라운관은 전자총이 쏘는 ‘음극선’이라고 하는 전자의 흐름을 이용해서 영상을 표시하는데, 처음에는 검은색을 나타내는 전자총만을 사용해서 화면이 흑백이었다. 이후 빨간색과 녹색, 파란색을 쏘는 전자총이 더해지면서 화면을 컬러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같은 아날로그 방식은 화질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아날로그 방식에서는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의 색깔과 밝기 등을 위아래로 진동하는 전파의 높낮이와 진동수 변화 등으로 바꿔서 쏘아 보내 준다. 그러면 텔레비전은 이 신호를 해석해서 브라운관에 표시해 주는데, 방송국에서 보낸 전파 신호는 가정의 텔레비전 수신기까지 날아오는 동안 다양한 방해를 받는다. 다른 종류의 전파나 기상 상태, 우주에서 온 전자기파의 방해를 받아서 원래 신호와 달라지기 쉽다. 그 결과 텔레비전 화면에 잡음이 생긴다.
반면 요즘 쓰이는 디지털 방식은 촬영한 영상 정보를 0과 1을 이용한 이진수 신호로 바꿔서 전파에 실어 보낸다. 이 전파 역시 다양한 환경에 의해 방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전파의 형태가 0과 1이라는 신호를 조합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신호가 더해졌을 때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텔레비전 수신기에서 자체적으로 이런 신호를 감지해서 원래의 신호로 복원할 수 있고, 그 결과 훨씬 깨끗한 영상을 볼 수 있다.
없는 화면 만들고, 흐린 화면 생생하게
디지털 방식을 쓰면서 텔레비전은 마치 컴퓨터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한 화면에 여러 채널의 방송을 표시하거나, 인터넷 접속 기능을 더해서 스마트폰처럼 온라인 서비스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날로그 화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선명한 이미지 제공이 가능해졌다.
이전 아날로그 텔레비전은 방송국에서 보내오는 초당 30프레임의 영상 신호를 그대로 받아서 보여 주는 장치였다. 프레임이란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1초당 재생되는 프레임이 많을수록 영상이 더 자연스럽고 생생해진다.
디지털 방송에서는 초당 60프레임의 영상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에 전보다 더 섬세한 영상 표현이 가능해졌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60프레임의 영상을 1초에 120개나 240개까지 늘려서 보여줘, 아날로그 텔레비전보다 최소 4배 이상의 선명한 화질을 제공할 수 있다.
원래 초당 60개이던 프레임을 120개 이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뛰어난 방법은 ‘광학 흐름’이라는 기법이다. 광학 흐름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어지는 두 프레임을 참고해 그 사이에 존재하지 않는 화면을 만들어 넣는 것인데, 여기에 수학 원리가 쓰인다.
한편, 수학을 이용해 흐린 화면을 생생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디지털 정보로 된 영상을 확대하면 각각의 픽셀이 커지면서 화면이 흐릿해진다. 그래서 작은 화면을 크게 키워서 보면 화질이 많이 떨어진다.
이 문제로 수학으로 해결할 수 있다. 화면이 고화질이라면 픽셀이 어떤 색이 될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최근 발전하고 있는 딥러닝 기술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됐다. 딥러닝이 가능한 인공신경망은 학습을 통해 저화질 화면의 고화질 모습을 추론해 화면을 수정해나간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영화처럼 CCTV로 얻은 저화질 영상도 선명하게 바꿔 볼 수 있다.
‘평균값’ 찾아 깨끗한 의료 영상 얻는다!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의료영상장치도 디지털 신호를 이용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학자를 중심으로 한 공동연구팀은 수학을 기반으로 새로운 의료영상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그 주인공은 연세대 계산과학공학과 서진근 교수와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 그리고 경희대학교 생체의공학과 우응제 교수다. 공동 연구팀은 자기공명영상으로 파악할 수 없는 질병 정보를 확인하는 의료 영상장치인 자기공명저항률단층촬영장치(MREIT)를 지난 2008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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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EIT는 MRI에 전류를 흘려보내는 장치를 더한 의료영상장치다.
출처 : 우응제
MRI는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서 몸속에 있는 수소 분자의 반응과 분포를 통해 질병 정보를 파악한다. 반면 MREIT는 인체에 전류를 흘려 줄 때 생기는 자기장을 측정해서 세포의 전기 전도율 변화를 확인하는 장치다. 정상 세포와 암세포의 전기 전도율 차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결과를 바탕으로 질병 유무와 그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현재 MREIT의 상용화를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장치를 상용화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인체로부터 나오는 신호를 영상으로 만들 때 생기는 잡음을 처리하는 것이다. 의료장치를 인체에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인체에 무해한 정도의 약한 전류를 흘려야 하는데, 그러면 인체에서 나오는 신호의 크기도 매우 작아진다. 그 결과 장치에서 발생하는 전기적인 잡음의 크기와 인체 신호의 크기가 비슷해져서 신호를 영상으로 나타냈을 때 알아보기가 힘들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때 이용하는 수학적인 방법 중 하나는 ‘평균값’을 내는 것이다. 디지털 영상은 사물을 입자 단위로 쪼개서 그 입자를 구성하는 색을 수치 정보로 나타낸다. 이때 특정 입자를 나타내는 수치가 인접한 입자에 비해 터무니없이 크거나 작으면 잡음이 된다.
무궁무진한 영상 수학의 가능성!
디지털 영상과 수학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는 텔레비전과 의료 영상뿐만이 아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농업이나 사진 편집 분야에서도 영상 수학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콩을 재배하는 농민들의 관심거리는 적절한 시기에 콩잎에 번식하는 진드기를 퇴치하는 약을 뿌리는 것이다. 특히 미국처럼 넓은 면적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나라에서는 농약을 뿌리는 시기를 잘 결정해야 두세 번 뿌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진드기를 퇴치할 수 있다. 이는 작물의 품질뿐 아니라 재배 비용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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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처럼 사진을 찍으면 철망과 진드기가 한 화면에 찍혀 진드기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철망과 진드기를 구분하면(사진 2, 3) 진드기가 번식하는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있다.
진드기의 번식 상태를 알려면 콩잎을 딴 뒤 사진을 찍어서 진드기의 크기와 수를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이때 콩잎을 평평하게 펴기 위해 사용하는 철망이 문제였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철망까지도 진드기로 잘못 파악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수학 알고리즘으로 해결할 수 있다. 타원 모양인 진드기의 찌그러진 정도, 즉 장축과 단축의 길이 차이를 가지고 진드기와 철망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러면 진드기가 번식하는 정도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이처럼 수학은 영상의 화질을 개선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영상 또는 사진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디든지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CCTV 등 언제 어디서나 수많은 영상이 만들어지고 있는 오늘날 수학이 할 수 있는 일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scienc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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