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11일 수요일

virus 바이러스와 세균

세균은 혼자서도 생존… 바이러스는 숙주 있어야 가능

세균은 몸속 각 부분 돌아다니며 스스로 증식해 질병 일으키죠
바이러스는 세포 뚫고 내부 침투, 세포를 숙주 삼아 증식해 질병 발생
구조 불안정해 돌연변이 자주 일어나 세균보다 치료제 만들기 까다로워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코로나)이 확산한 지 두 달이 다 돼갑니다. 18일 국내 확진자가 31명에 달하는 등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요. 이렇게 신종 전염병이 발생하면 '바이러스'와 '세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집니다. 둘 다 직접 눈으로 보기엔 너무 작고, 가끔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에 헷갈리기 쉬워요. 바이러스와 세균은 어떻게 다를까요?

바이러스는 세균보다 작고 돌연변이 잦아

세균은 영어로 박테리아(bacteria)라고 하는데, 몸이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성 생물입니다. 크기는 보통 1~5㎛(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로 일반 동물세포(10㎛)보다 작습니다. 세포막을 경계로 내부와 외부가 구분됩니다. 세균 내부는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유전물질(핵산)인 DNA, 그리고 DNA를 둘러싼 단백질 등으로 이뤄져 있어요. 세균은 엄연한 생물체이기 때문에 ▲자손을 만들고 ▲스스로 양분을 먹고 에너지를 만들며 ▲외부 반응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생물의 특성을 모두 지닙니다.
바이러스와 세균의 차이 그래픽
▲ 그래픽=안병현
반면 바이러스는 크기가 0.1㎛ 이하로 세균의 100분의 1~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또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증식하거나 진화하는 것은 생물체의 특징인 반면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 수 없는 것은 무생물체의 특징입니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는 숙주(宿主)가 되는 다른 세포나 세균에 기생해 살아야 하지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은 세균처럼 DNA인 경우도 있고 이와 유사한 유전물질인 RNA인 경우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세포막 등 유전물질을 보호하는 장치가 없고, 유전물질이 RNA인 경우엔 DNA보다 훨씬 불안정해서 돌연변이가 쉽게 일어납니다. 그래서 세균보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에 대응하는 것이 까다로워요.

세포막 뚫고 사람 몸에 침투

세균은 지구상 어떤 환경에서도 살 수 있고, 공기나 물, 음식 등을 통해 사람 몸에 들어오지요. 몸속 각 부분을 돌아다니면서 우리가 소화하고 흡수한 양분으로 살아갑니다. 세균이 몸속에서 증식하는 과정에서 면역 체계가 파괴되거나, 세균이 내뿜는 독소로 질병이 생깁니다.

반면 바이러스는 체세포를 뚫고 침투하는 방식으로 우리 몸속에 들어옵니다.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처럼 세포막에 안착해 유전물질을 주입하거나,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세포막에 있는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막을 통과하는 경우도 있어요. 세포 안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가 가진 유전물질 복제 장치를 이용해 자신의 유전물질을 복제합니다. 증식에 성공해 수가 늘어난 바이러스는 다시 세포막을 뚫고 숙주에서 빠져나오는데, 이 과정에서 숙주 세포가 파괴되거나 변형되면서 질병이 발생하지요.

밝혀지지 않은 바이러스의 기원

바이러스는 홀로 증식할 수 없고 숙주에 기생해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 어떻게 생겨났는지 밝혀내기 어렵습니다. 바이러스의 기원은 기존에 크게 세 가지 가설이 있어요. 우선 바이러스가 세포로 이뤄진 생명체보다 먼저 생겨났다는 가설입니다. 바이러스에 다른 생명체와 유사성이 없는 단백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자신보다 큰 세포에 기생하던 작은 세포가 퇴화해 만들어졌다는 가설도 있습니다. 숙주와 비슷한 유전물질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견돼 이런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지요. 마지막 가설은 세포를 가진 생명체의 DNA나 RNA가 떨어져 나와 바이러스가 됐다는 겁니다. 다만 이 설명은 바이러스에만 있는 단백질들의 존재를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최근엔 이런 가설들을 종합해 생명이 시작할 때 생겨난 바이러스가 있었기 때문에 바이러스에만 있는 특수한 단백질이 존재하고, 이후 진화 과정에서 숙주의 유전물질이 섞여 들었다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바이러스는 백신·항바이러스제, 세균은 항생제로 치료하죠]
세균과 바이러스는 치료 방식도 다릅니다. 세균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는데, 항생제는 세균의 세포벽을 약하게 만들어 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인류가 최초로 만든 항생제는 '페니실린'으로, 영국의 생물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이 1928년 우연히 푸른곰팡이에서 나온 물질이 포도상구균을 죽인 것을 발견한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질병성 세균에 대한 항생제가 개발되었죠.

바이러스는 백신이나 항바이러스제로 대응합니다. 백신은 바이러스를 약하게 만들거나 죽여서 몸속에 미리 아주 적은 양을 주입하는 방식입니다. 백신을 맞으면 우리 몸은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이에 대한 항체를 미리 만들어두기 때문에, 나중에 진짜 바이러스가 들어오더라도 대응할 수 있게 되지요. 겨울철에 맞는 독감 백신이 바로 이런 원리입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몸에 침입한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하거나 바이러스 자체를 없애는 역할을 합니다. 2009년 유행했던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가 대표적인 항바이러스제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자주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항생제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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