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25일 금요일

鳶飛魚躍 (연비어약)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뛰며 노닌다'

 연비어약(鳶飛魚躍)에서 鳶은 솔개 연, 飛는 날 비, 魚는 물고기 어, 躍은 뛸 약으로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뛰며 노닌다'라는 뜻으로 시경(詩經) '대아(大雅) 한록편(旱麓篇)'에 나오는 말이다. 천지조화의 작용이 그지없이 오묘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瑟彼玉瓚 黃流在中 (슬피옥찬 황류재중) 산뜻한 구슬 잔에는 황금 잎이 가운데 붙었네.




豈弟君子 復祿攸降 (기제군자 부록유강) 점잖은 군자님께 복과 녹이 내리네.
鳶飛戾天 魚躍于淵 (연비려천 어약우연) 솔개는 하늘 위를 날고 고기는 연못에서 뛰고 있네.
豈弟君子 遐不作人 (기제군자 하불작인) 점잖은 군자님께서 어찌 인재를 잘 쓰지 않으리오. 솔개가 하늘에서 날고 고기가 연못 속에서 뛰고 있다는 것은 성군(聖君)의 정치로 정도(正道)에 맞게 움직여지는 세상을 표현한 것이다. 새는 하늘에서 날아야 자연스러운 것이며, 물고기는 물에서 놀아야 자연스럽다. 이는 천지의 조화 바로 그 자체인 것이다.

퇴계(退溪) 선생은 '도산십이곡(陶山十二曲)'에서 천지만물의 자연스러운 운행을 이렇게 노래했다.

"春風(춘풍)에 花滿山(화만산)하고 秋夜(추야)에 月滿臺(월만대)로다. 四時佳興(사시가흥)이 사람과 한가지라. 하물며 魚躍鳶飛(어약연비) 雲影天光(운영천광)이야." 봄바람이 산 가득 꽃을 피우고, 가을 밤 달빛이 환히 비추는 것은 어긋남이 없는 우주의 질서이고, 사계절의 아름다운 흥취와 함께함은 자연과 합일(合一)된 인간의 모습이다. 게다가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물속에서 뛰노니 이는 우주의 이치가 잘 발현된 상태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은 만물이 우주의 이치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모습들을 집약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또 율곡 이이(栗谷 李珥)가 19세 때 금강산 마하사에 들어갔을 때 노승 의암(義庵)이 물었다.

"유교에도 비공비색(非空非色)이라는 말과 같은 법어(法語)가 있느냐?"

이에 율곡은 즉석에서 대답하였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 곧 비공비색(非空非色)의 의사(意思)입니다."

그러고 다음과 같이 한시를 지어 재확인하였다.

鳶飛魚躍上下同(연비어약상하동) 솔개 하늘을 날고 물고기 물에서 뛰는 이치, 위나 아래나 똑같아
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이는 색(色)도 아니오 또한 공(空)도 아니라네.
等閑一笑看身世(등한일소간신세) 실없이 한번 웃고 내 신세 살피니
獨立斜陽萬木中(독립사양만목중) 석양에 나무 빽빽한 수풀 속에 나 홀로 서 있었네. 이 시는 위로는 공중에서 솔개가 날개치고 아래로는 연못 속에서 물고기가 뛰노는 것이 모두 생명이 약동하는 세계임을 찬탄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유가(儒家)의 이 시와 불가(佛家)의 비공(非空) 비색(非色)이 생명의 세계임을 갈파한 법어(法語)와 공통되는 관련이 있다. 이것이 곧 생명 철학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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