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19일 토요일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





위기지학(爲己之學)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위인지학(爲人之學)이라는 말도 있다. 둘 다 옛 선인들에게는 낯익은 말이나 현대인들에게는 낯 설은 말이다. 선인들은 학문을 연구할 때 형이상학(形而上學)과 형이하학(形而下學)으로 구분하여 궁구(窮究)했듯이 그것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학문을 크게 위기지학과 위인지학으로 나누어 설파(說破)했다. 이를 직역하면 전자는 나를 위한 학문이고 후자는 남을 위한 학문이란 뜻이다.

이처럼 위기지학이란 자기를 완성하기 위해 덕성수양(德性修養)을 모토(motto)로 하는 학문을 말하는 것이고 위인지학은 남에게 알려지려고 자기과시(自己誇示)를 추구하는 학문을 말하는 것이다.

위기(爲己)는 실천해나가는 것을 가리키고 위인(爲人)은 남에게 말만하는 것을 가리킨다. 위기란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내공(內功)을 쌓는 것이다.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각고(刻苦)의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충실(忠實)하는 것이다. 언행(言行)을 함께 하는 것이다.

위인은 그게 아니다. 위인은 말과 실천이 따로 노는 것이다. 말만 앞세우는 것이다. 내공을 쌓지 않는 것이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귀로 듣고 입으로 내보내는 구이지학(口耳之學)을 하는 것이다.

위기지학은 군자(君子)와 통하고 위인지학은 소인(小人)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옛 분들이 군자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마음에 들러붙고 사체(四體)에 펼쳐져서 동정(動靜)에 나타나지만 소인의 학문은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간다고 설파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신을 위한 공부를 했기에 종당에는 남까지 완성시켜주는 성물(成物)에 이르렀으나 지금의 학자들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를 하므로 종당에는 자기를 상실하는 상기(喪己)에 이른다고 한탄(恨歎)한다.

위기지학은 자기를 완성하는 성기(成己)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기의 완성을 뛰어넘어 타인의 완성까지 도와주는 성물(成物)로 귀결된다. 위기지학의 핵심은 정성(精誠)이다. 정성을 다하는 데 있다. 옛말에 지성(至誠)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정성을 다하면 하늘이 감동한다는 말이다. 지성(至誠)에서 말하는 성(誠)은 자신만 완성시키는 것[成己]이 아니라 타인까지 이루어 주는 것[成物]을 뜻하는 것이다. 위기지학은 이처럼 성기성물(成己成物)을 동시에 추구하는 학문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도 성기성물을 동시에 추구(追究)하는 위기지학을 모토로 정진(精進)해야 한다.

위인(爲人)은 자칫 위선(爲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위선은 도선(盜善)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위선이란 말로만 베푸는 것이다. 실속이 없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척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도선이란 남의 선행(善行)을 가로채는 것이다. 남이 이루어 놓은 것을 가로채는 것이다. 위선을 해서도 안 되고 도선을 해서도 안 된다. 적선(積善)을 해야 한다. 적선이란 선을 쌓는 것이다. 착한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남에게 베푸는 일을 많이 하는 것이다.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적선으로 내공을 쌓아야 한다. 적선으로 성기성물의 경지(境地)를 가야 한다.

예술(藝術)은 사랑할 때 꽃피고 팔 때 시든다는 말이 있다. 예술만이 아니다. 학문도 마찬가지다. 학문도 사랑할 때 꽃피고 팔 때 시드는 것이다. 팔기 시작하면 그 순간 시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위인지학을 멀리하고 위기지학을 가까이 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예술을 너무 팔아서도 안 되고 학문을 너무 자랑해서도 안 된다. 예술을 판다는 것은 위인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학문을 자랑한다는 것은 위인의 길을 간다는 것이다. 잘난 체 하는 것이고 이것 보라고 남 앞에 과시하는 것이다.

향을 싼 종이에선 향내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선 비린내 나는 법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향내가 나도록 열심히 내공을 쌓아야 한다. 덕성수양(德性修養)을 쌓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의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이 나를 살리는 길이고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다.

포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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