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면 수학적 문제를 소재로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소재 중 하나가 “임의의 각의 삼등분 작도문제”이다. 임의의 각의
삼등분 ‘작도’가 불가능함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자세한 내용은 [
삼대
작도불능 문제] 참조) 그러나, 그 말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도대체 이것은 무슨 말일까?
왜,
각의 삼등분 ‘작도’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
고대
그리스 수학자들은 작도를 위한 도구로 단 두 가지만 제시하였다. 하나는 컴퍼스이고, 다른 하나는 눈금 없는 자이다. 현재 우리는 이 두 도구를
유클리드 도구(
Euclidean tools)라고
부르고 있다. 다음은 교과서에 나오는 수학적 의미의 ‘
작도’의 정의이다.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하여 도형을 그리는 것을 작도라고 한다.
이러한
정의를 기초로 하여 처음으로 제시 되는 작도 문제가 바로 ‘선분의 이등분 작도’와 ‘각의 이등분 작도’ 문제이다. 이러한 작도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선분의 삼등분 작도 문제가 나온다.평행선 사이의 선분의 길이 비가 동일하다는 성질을 이용하면, 임의의 선분에 대한 삼등분은 간단하게 작도될
수 있다.
선분의
이등분.
각의
이등분.
이
두 도구를 이용하여 선분의 이등분, 각의 이등분 작도 문제 및 선분의 삼등분 작도 문제는 쉽게 해결하였지만, 당연히 해결되리라고 생각한 각의
삼등분 작도 문제해결에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각의 삼등분 작도 문제해결에 큰 관심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선분의
삼등분.
각의
삼등분 문제가큰 관심을끄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일상 생활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다른 작도불능문제(
원적문제, 배적문제)와 달리 각의 삼등분 문제는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각의
삼등분 ‘제도(protraction)’는
가능하지만, ‘작도(construction)’는?
각의
삼등분 문제에 대해 논쟁을 하는 이유를 보면, 작도라는 용어에 대해 약간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작도는 수학의 고유한 용어이기도 하지만, 일상
용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수학에서 모서리는 ‘선분’을 의미하지만, 일상에서 모서리는 ‘모가 진 가장자리’를 의미하는 것과 같은 경우로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작도에 대한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 보자. 네이버 어학사전을 검색하면 작도(作圖)는
첫째, ‘그림, 설계도, 지도 따위를 그림(drawing figures)’,
둘째, ‘자와 컴퍼스만을 써서 주어진 조건에 알맞은 선이나 도형을 그림(construction)’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결국 삼등분 문제의 논쟁은 첫 번째 의미로 작도를 받아들이는 사람과 둘째 의미로 작도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의 오해 때문인
것이다.
수학에서
작도는 유클리드 도구만을 사용한 도형 그리기 활동이다. 그런데, 이 도구의 사용에 몇 가지 강력한 조건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무시함으로
인해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도출되고 있는 것이다.
첫째, 자에는 눈금이 없을뿐 아니라, 내가 임의로 눈금을 표시하여 사용할 수도 없다.
자의 크기 자체를
눈금으로 사용해도 안 된다.
둘째, 컴퍼스로 그릴 수 없는 다른 곡선(쌍곡선,타원,포물선)을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작도로 얻어질
수 있는지 불명확한 곡선이나 도형은 작도에 활용할 수 없다.
셋째, 작도 도구의 사용은 유한 번만 허용된다. 즉, 무한 번 사용할 수는
없다.
넷째, 눈금 없는 자, 컴퍼스 이외의 도구는 사용할 수 없다.
반대로
위의 강력한 조건을 무시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인가? 바로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의 조건을 무시하여 각을 삼등분하는 활동을
편의상, ‘각의 삼등분 작도’가 아닌 ‘각의 삼등분 제도’라고 해보자.
임의의
각을 삼등분 하는 방법
1)눈금이
있는 자눈금 없는 자에 1(임의의 크기)을 표시하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
눈금
1이 표시된 자를 이용한 각의 삼등분.
삼등분할
∠AOB가
주어져 있다. 반지름이 1인 원의 중심 O에 삼등분할 ∠AOB를
둔다. 자 위에 원의 반지름과 같은 크기 즉, 1의 크기인 눈금을 표시한다. 여기서 눈금의 한쪽을 점 P, 다른 한 쪽을 점Q라 하고, 반지름이
1인 원과 직선 OA가
만나는 점을 R이라고 하자. 점 P는 직선 OB의
연장선 위에 놓이도록 하고, 점 Q는 점 O를 중심으로 하는 원 위에 오도록 한다.자가 점 R를 지나도록 위치를 이동하면, ∠RPO가
∠AOB를
삼등분한다. 비슷한 원리를 이용하면, 눈금을 자 위에 그리지 않더라도 자의 크기 자체를 눈금으로 이용해서 각을 삼등분하는 것 역시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2)컴퍼스로
얻을 수 없는 곡선을 이용 둘째, 컴퍼스로 얻을 수 없는 다른 곡선을 이용하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 아래 그림은 '체바의 사이클로이드'라는 곡선을 이용한 예이다. 이 곡선은 대학 이상에서 배우는 것이므로 분량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것을 양해하기 바란다. 특이한 곡선을 사용하면 각의 3등분 '제도'가가능하다는 것만 이해하면 되겠다.
체바의
사이클로이드를 이용한 각의 삼등분.
삼등분할
임의의 ∠AOB를
직선 MN 위에 놓이게 한다. 그 다음 직선 OA위에 OE=1이
되도록 하는 점 E를 잡는다. 점 E를 지나고 직선 MN에
평행인 직선이 사이클로이드와 만나는 점을 P라 하고, 직선 O'P를 긋는다. 마지막으로 O를 지나면서 직선 O'P에 평행한 직선을 그으면, 이
직선이 ∠AOB를
삼등분한다.
3)
도구를 무한 번 사용셋째,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를 무한 번 사용하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
무한
번 시행을 통한 각의 삼등분.
삼등분을
하기 위한 ∠AOB가
주어져 있다. 이 각을 이등분하여 (1)을 얻는다. 이것을 a1 이라고 하면, a1은 전체 각의 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1/2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앞에서
얻은 각의 반을 다시 이등분하여 (2)를 얻는다. 이것을 a2 라고 하면 a2= 1/2-1/4이 된다. 이제 (1)과 (2) 사이의 각을 이등분하면 (3)을
얻는다. 이것을 a3라고 하면, a3= 1/2-1/4+1/8이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계속 반복하여 보자. 그러면,
일반항으로 아래를 얻을 수 잇다.
그런데,
이것은 첫째 항이 1/2 이고 공비가 -1/2인 무한등비급수이므로, 다음 값을 얻을 수 있다.
즉,
무한 번 시행 후의 결과가 각을 삼등분한 것이 된다.
4)
다른 도구의 사용
넷째,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
이외 도구를 사용하면 임의의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 닮음의 원리에 따라 만든 아래 기구를 이용하면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 아래 왼쪽 그림과
같이 막대를 사용하여 등변사다리꼴 모양을 하면서 이음새 부분이 움직일 수 있는 기구를 만든다. 그 다음, 앞에서 만든 등변사다리꼴의 짧은
막대(막대 CO)를
새로운 등변사다리꼴의 대각선이 되도록 하는 새로운 등변사다리꼴을 추가적으로 구성한다. 또한 막대 DO를
새로운 등변사다리꼴의 대각선이 되도록 하는 새로운 등변사다리꼴을 추가적으로 구성하면 아래의 오른쪽 그림과 같은 기구가 만들어진다. 이 때, 세
등변사다리꼴은 모두 닮음이 되도록 구성한다.
닮음의
원리에 따라 만든 기구를 이용한 각의 삼등분.
처음에
두 막대가 이룬 각이 θ이므로, 이 과정을 세 번 반복하면 3θ의 각을 얻을 수 있다. 즉, ∠AOB를
삼등분하는 각은 막대 DO,
막대 CO가
가리키게 된다. 따라서 삼등분하고 싶은 각 위에 위와 같이 만든 기구를 가지고 가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삼등분된 각을 아래 사진과 같이 얻을 수
있게 된다.
각의
삼등분 작도는 불가능 하나 제도는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작도는 엄밀한 유클리드 작도를 의미한다. 즉, 눈금 없는 자, 컴퍼스만을 사용하여 유한 번 시행을 통해 도형을 그리는 활동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각의 삼등분 작도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수학적 결론이다. 하지만, 각의 삼등분 제도가 불가능한 것은 결코 아니다. 작도에 대한
엄밀하면서도 강력한 조건들을 무시함(?)으로서 얼마든지 각을 삼등분할 수 있다. 직접 종이 위에 각을 그리고, 정말 위에서 소개한 방법으로 각이
삼등분 되는지 확인 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