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마방진

마방진 수학천재 오일러도 파악 못한, 마술적인 숫자 배열

마방진.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아지도록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것.
여섯 개 부대에서 뽑힌 여섯 계급의 36명의 장교를 부대와 계급이 가로줄과 세로줄에서 겹치지 않게 정사각형으로 세울 수 있을까. 수학자 오일러가 세운 직교라틴방진이라는 가설로, 결국 틀린 추측으로 끝났다. 오일러도 몰랐던 신비로운 마방진의 세계를 알아보자.

마귀 마()자가 붙은 방진

한글창제를 앞두고 벌어진 집현전 학사의 살인사건을 그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는 세종 이도(송중기 분)가 세자 시절 마방진을 풀려고 몰두하는 장면이 나온다. 태종 이방원(백윤식 분)은 그런 이도를 보면서 “이래서 방진은 그냥 방진이라 하지 않고, 마귀 마()자를 붙여서 마방진이라 하는 게지요. 마귀에게 홀린 듯 한번 빠지면 나올 수 없기 때문이지요”라고 말한다.
1부터 n2까지의 연속된 자연수를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같아지도록 정사각형 모양으로 배열한 마방진은 드라마 속 이방원의 말처럼 ‘마술적인 정사각형 숫자 배열’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3차 마방진은 토성, 4차 마방진은 목성, 5차 마방진은 화성, 6차 마방진은 태양, 7차 마방진은 금성, 8차 마방진은 수성, 9차 마방진은 달과 연결시켰다.
9차 마방진의 예 <출처 : 위키피디아>

‘멜랑콜리아’ 치료하는 4차 마방진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의 판화 작품 ‘멜랑콜리아’에는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34로 일정한 4차 마방진이 새겨져 있다. 맨 아랫줄 가운데 두 칸에 새겨진 15와 14는 판화를 제작한 해 1514년을 나타낸다. 이 판화에 등장하는 끝이 잘린 다면체, 모래시계, 날개 달린 천사, 해골, 지갑과 열쇠, 비어 있는 저울 같은 물체는 우울한 성질을 가진 토성을 의미한다. 화가는 냉철함의 상징인 목성과 연결되는 4차 마방진을 그림에 새겨 넣음으로써 토성의 우울함을 치료하는 부적 역할을 하도록 한 것이다.
뒤러의 판화 ‘멜랑콜리아’.
멜랑콜리아의 4차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4차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

➊ 양쪽 대각선(X자)이 지나는 칸 8개에 다음 규칙에 따라 수를 넣는다. 4행(맨 아랫줄)부터 시작해 각 행을 화살표 방향으로 순서대로 훑으면서 대각선이 지나는 칸에 1~16까지 중 순서에 해당하는 숫자를 넣는다.
4차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

➋ 이번에는 1행부터 시작해 각 행을 화살표 방향으로 순서대로 훑으면서 남은 8개의 칸에 해당하는 숫자를 넣는다.
➌ 앞의 ➊과 ➋의 결과를 결합시킨다.
멜랑콜리아의 4차 마방진은 댄 브라운의 소설 ‘로스트 심벌’에 등장한다. 주인공인 하버드대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은 피라미드의 암호와 관련해 ‘1514 A.D.’라는 정보를 알아낸다. 처음에 는 연도라고 생각했지만, A.D.는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약자고 1514는 그의 작품 ‘멜랑콜리아’를 의미한다는 것을 파악한다.
랭던은 곧바로 피라미드에서 해독한 알파벳 배열과 4차 마방진을 결합한다. 1은 4행 4열에 있으므로 알파벳 배열에서 4행 4열에 있는 J를 가장 먼저 쓴다. 2는 1행 3열에 있으므로 1행 3열에 있는 E를 뒤이어 쓴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JEOVA SANCTUS UNUS’가 되는데, 이는 라틴어로 ‘하나의 참된 신’이라는 의미다.
4차 마방진

라틴방진

마방진과 약간 다르게, 정사각형 안에 n개의 서로 다른 숫자를 각 행과 열에 꼭 한 번씩만 들어가도록 배열한 것을 n차 ‘라틴방진’이라고 한다. ‘스도쿠’는 라틴방진의 특수한 예로, 9×9 정사각형 가로와 세로에 1부터 9까지 수를 겹치지 않게 적어 넣는 게임이다.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돼 가로와 세로 3칸으로 이루어진 9개의 작은 정사각형 안에도 1부터 9까지의 수가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
n차 라틴방진 두 개를 겹쳐 (1, 1)부터 (n, n)까지 n2개의 숫자쌍이 한 번씩만 들어가게 배열한 것은 n차 ‘직교라틴방진’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3차 라틴방진에 또 다른 3차 라틴방진을 겹치면, 9개의 칸에는 (1, 1), (1, 2), (1, 3), (2, 1), (2, 2), (2, 3), (3, 1), (3, 2), (3, 3)이 한 번씩만 들어간다. 즉, 두 개의 3차 라틴방진을 결합해 3차 직교라틴방진을 만든 것이다.
3차 라틴방진

틀린 추측으로 끝난 오일러의 가설

직교라틴방진은 18세기 수학자 오일러가 다음 문제를 통해 처음으로 제시했다.
“군대에 부대 6개와 장교 계급 6개가 있다. 각 부대에서 계급당 1명씩 6명을 뽑아 총 36명의 장교를 선발하려고 한다. 이들을 가로 세로 각각 6줄로 세울 때 각 가로줄과 세로줄에 있는 장교의 소속 부대와 계급이 다르도록 36명을 배치할 수 있는가?”
이는 결국 6차 직교라틴방진이 존재하느냐는 문제다. 오일러는 1782년, n=4k+2 (k=0, 1, 2, …)일 때 n차 직교라틴방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웠다.
수학자 개스톤 테리는 1901년, 모든 경우를 조사해 6차 직교라틴방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였다. 이로써 오일러 가설의 증명 가능성이 높아지는 듯했으나, 1959년 수학자들은 10차 직교라틴방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어 n=6인 경우를 제외한 모든 n차 직교라틴방진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오일러의 가설은 틀린 추측으로 끝나게 됐다.
10가지 색깔을 이용해 100개의 네모와 그 안의 작은 네모를 칠한 10차 직교라틴방진. 오일러의 가설이 틀렸다는 증거다. <출처 : 위키피디아>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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