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최초로 다룬 도형은 직선과 선분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이런 직선으로 만든 가장 간단한 도형은 삼각형이다. 삼각형 중에서 직각삼각형이 관심의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발견된 덕분이다. 직각을 낀 두 변의 길이가 a, b이고, 직각과 마주보는 변(빗변)의 길이가 c인
삼각형에 대해 다음이 성립한다.
역으로
세 변의 길이가 위의 조건을 만족하면 c가 빗변인 직각삼각형이라는 사실도 성립한다. 한편 직각삼각형이 아니어도 한 꼭짓점에서 마주 보는 변에
수선의 발을 내리면 두 개의 직각삼각형으로 쪼갤 수 있다. 이처럼 삼각형을 직각삼각형으로 쪼개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직각삼각형 ABC,
A’B’C’에서 각 B, B’이 모두 x°라면 각 A, A’도 서로 같아져서, 두 삼각형은 닮았다. 두 삼각형에 비례의 원리, 즉, 닮음의
원리를 적용하면,
임을
알 수 있다. 즉, 이 세 값은 삼각형의 크기에 관계없이 x만 주어지면 값이 결정된다. 이로부터 아래와 같이 삼각비 코사인(cosine),
사인(sine),
탄젠트(tangent)를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1, b=1 이면, 피타고라스 정리로부터 c=√2이고, x°=45°임을 안다. 따라서
임을
알 수 있다. 삼각비의 개념이 피타고라스의 정리, 즉, 직각삼각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살펴보기 바란다.
x가
0에 가까운 수일 때, x°의 사인값 sin(x°)를
실제로 구하면 다음 표와 같다.
이
숫자를 보면 뭔가 느낌이 오는가? sin(2°)는 sin(1°)의
두 배쯤 되어 보이고, sin(3°)는
세 배쯤 되어 보인다면 성공이다. 즉, x가 작을 때, sin(x°)는
x에 ‘거의’ 비례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가? 비례 상수는 얼마일까? 즉, x가 작을 때 sin(x°)/x
는 얼마쯤일까? 위의 표를 보면 대략 0.01745…인데, 이 값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오른쪽은
O를 중심으로 반지름이 1이고 중심각이 x°인 부채꼴 OAB를
그린 것이다. 이 때, sin(x°)
= AH/OA = AH이다.
따라서 삼각형 OAB의
넓이는 sin(x°)/2이다.
또한 부채꼴 OAB의
넓이는 ‘원의 넓이 곱하기 x/360’, 즉,πx/360이다. 그런데 x가 작을수록 삼각형 OAB의
넓이는 부채꼴 OAB의
넓이와 비슷하므로,
이다. 따라서 x가 작을 때,
이다. 따라서 π/180= 0.017453...가 원하는 비례 상수임을 알 수 있다.
원점
O(0,0)이 중심이고, 반지름이 1인 원을 생각하자. 이 원 위의 점 P(1, 0)에서 출발하여 원 위를 따라 반시계 방향으로 호 PQ의
길이가 t가 되도록 걸어가자. 이 때, 각 QOP를
t 라디안(radian)이라
부르고, t (rad)라고
쓴다. P에서 호의 길이가π이도록 걸어가면, 중심각이 180°임은 명백하므로
을 얻는다. 즉,
임을 알 수 있다. 어디선가 본듯한 상수인가? 각 QOP는 t rad라 불렀는데, 육십분법으로 쓰면 t×180°/π이다.
따라서
t가 작으면 sin(t rad)는
이다.
즉, “t가 0에 가까우면 sin(t rad)는
t에 가깝다”. 이를 사인 극한 정리라고 부르는데, 비례상수가 π/180인 것보다 1이 더 편리함은 분명하다. π rad = 180°라는 공식이 바로 π/180을 1로 만드는 효과를 내는
것이다.
저런
이유 때문이라면 굳이 라디안을 쓸 필요까지는 없어 보일 텐데, Q의 직교좌표를 구하면 조금은 생각이 바뀔 지도 모르겠다. 위의 그림에서 OQ의
길이가 1이므로, Q의 좌표는 다음과 같음을 알 수 있다.
고집을
부려 육십분법으로 Q의 좌표를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또,
귀찮은 상수 180/π가 눈을 어지럽힌다. 이 정도면 라디안을 쓰고 싶어지지 않을까? 아직도 라디안에 거부감이 있는 분들은, 직각 삼각형을
이용해서는 원칙적으로는 각 x°가 0°도부터 90° 사이일 때만 삼각비 cos(x°), sin(x°)등을
정의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P로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t만큼 걸어간 점 Q의 좌표를 (cos(t rad), sin(t rad))로
정의하면, 모든 실수 t에 대해 cos(t rad)와 sin(t rad)를
정의할 수 있다. 직각삼각형을 쓰지 않고도 (겉으로만 쓰지 않을 뿐, 암암리에 쓴다고 봐야 한다) 원을 이용하여 모든 실수에 대해 삼각비를
정의할 수 있으니 대단히 유용하다. 어찌나 편리한지, 맛을 들인 수학자들은 cos(t rad)
대신 그냥 cos(t), sin(t rad)
대신 그냥 sin(t)라고
쓰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원을
이용해서 삼각함수를 정의하는 게 뭐 그리 대단한 걸까? 삼각함수의 많은 성질을 원의 대칭성을 써서 얻어낼 수 있어, 자연스럽다는 게 큰 장점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삼각함수의 덧셈 정리를 살펴 보자. P에서 각각 길이 r, s만큼 걸어간 점을 R, S라 하면,
이다. 이 때, 각SOR = 각QOP가 되도록 점 Q를 잡으면,
이다. 원의 대칭성 때문에 선분 RS의 길이와 선분 PQ의 길이가 같다. 좌표를 대입해서 계산해보자.
두
값을 같다고 놓고 정리하면 다음을 얻는다. 계산할 때 (sin(x)) 2 + (cos(x)) 2 = 1임을 잊지 말자. 참고로 (sin(x))2는 sin2(x)라고 쓰기도
한다.
r
대신 –r을 넣으면, 다음을 얻는다.
조금
더 궁리하면, 다음의 식도 얻을 수 있으니 시도해 보기 바란다.
물론
직각삼각형을 이용한 삼각비를 써서도 덧셈 정리를 증명할 수 있고, 육십분법으로도 덧셈 정리는 성립한다. 하지만, s+r이 90°보다 큰 경우
삼각비의 개념부터 번거로워지고, s+r이 90°보다 작은 경우와 따로 수고스럽게 증명해야 하므로 썩 추천할만하지는 않다.
덧셈
정리는 삼각함수의 값을 구할 때 대단히 유용하다. 예를 들어 sin(15°)는
다음과 같이 구할 수 있다.
요새는
지수와 로그, 미적분학 및 계산기가 발달하여 그런 일은 없지만, 큰 수끼리 계산할 때 삼각함수의 덧셈 정리를 이용하던 때도 있었다. 또한 덧셈
정리와 이로부터 파생된 수많은 공식들이 삼각함수의 미적분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삼각함수를 미분하고 적분할 때 육십분법을 쓰면 상수 π/180 가
수시로 튀어나와 무척 귀찮은데, 미적분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으니 더 소개하지는 않고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한다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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