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택시를 이용했을까? 우선 택시의 역사를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처음 자동차를 이용한 영업은 1896년 미국 뉴욕의 아메리칸
전기자동차회사가 200여대의 전기승용차를 만들어 마차 대신 손님을 태우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후 2년 뒤인 189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속도가 빠른 휘발유엔진을 사용하는 택시가 영업을 했고, 1905년 영국 런던의 한 택시회사에서부터 지금과 같은 미터기를 사용한
택시가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들어온 것은 1903년이고, 우리나라 최초의 택시회사는 1919년 12월 일본인 노무라 겐조(野村賢三)가
세운 경성 택시회사였다. 그는 두 대의 승용차로 영업을 시작했으며 요금은 한 시간에 6원이었고, 서울 장안을 한 바퀴를 도는데 3원을 받았다고
한다. 그 후 조봉승이라는 사람이 1921년에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처음으로 ‘종로택시회사’를 설립하여 영업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택시운송업이 시작된 것은 1962년부터이며, 1970년 4월부터는 콜택시가 처음으로 등장해 서울과 부산에서 운행되다가 중형택시의 등장과 함께
사라졌다. 중형택시는 서울 올림픽 개최에 즈음한 1988년 4월 15일부터 도입되었으며, 택시의 고급화를 위하여 1992년 12월에는 모범택시가
등장했다.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대중교통인 택시는 수학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그 관련성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유클리드 기하학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유클리드기하학은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유클리드가 지은 기하학 책인 <원론>에 소개된 내용을 만족하는 기하학이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에서 수학시간에 배우는 도형에 관한 내용이 모두 유클리드기하학이다. 이를테면 ‘정삼각형의 한 각의 크기는
60°이다.’라든지, ‘대응하는 두 쌍의 변과 그 사이에 끼인 각이 각각 합동인 두 삼각형은 합동이다.’ 등은 모두 유클리드기하학이다.
<원론>은
당시까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수학 지식들을 모아 하나의 학문으로서 그 체계를 잡은 말하자면 ‘최초의 수학책’이다. 유클리드는 이 책에
탈레스, 피타고라스, 플라톤 등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수학자들의 연구결과를 엄선하여 정리하며, 내용과 증명방법을 수정하거나 논리적 순서를 확립하여
재정리하였다. 그 결과 <원론>은 기원전 약 300년경부터 현재까지 2300년 이상 기하학의 바이블로 여겨져 왔다.
우리가
고등학교까지 유클리드기하학을 배우는 이유는 논리적인 사고와 증명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가 유클리드기하학을 너무나도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이것이 ‘공리’나 ‘공준’에 기초한 공리체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유클리드기하학은 모든 과학에서 절대적인 것으로
여겨져 왔고, 비로소 19세기가 돼서야 유클리드기하학이 아닌 기하학인 비유클리드기하학을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중고등학교에서 비유클리드기하학을 다루지 않는
이유를 학생들이 이해할 만큼 간단한 비유클리드기하학조차도 유클리드기하학과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가 배우고 또 알고 있는
유클리드기하학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하면서도 흥미로운 비유클리드기하학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비유클리드기하학 중에서 가장
간단한 일명 ‘택시기하학(Taxicab-Geometry)’을
소개하려는 것이다.
택시기하학과
유클리드기하학의 차이를 알기 위하여 먼저 유클리드기하학에서의 거리가 어떻게 정의되는지 알아보자.
유클리드기하학에서
점, 선, 면, 거리, 각 등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이 중에서 두 점 사이의 거리는 직각삼각형에 관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용하여 구할 수 있다. 즉, 그림과 같이 좌표평면 위의 두 점 A(a,b)와 B(c,d)
사이의 거리는 다음과 같다.
이제
바둑판 모양의 도로망을 가진 도시의 점 A에서 택시를 타고 점 B로 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오른쪽 그림에서와 같이 두 점 사이에 건물이
있으므로 택시를 타고 A에서 B로 가려면 직선으로 곧바로 가지 못하고 점 A에서 점 C를 거쳐 점 B로 가야 한다. 즉, 다음과 같이 거리를
측정하는 것을 ‘택시거리(Taxi-metric)’라고
한다.
그리고 xy-평면에
유클리드거리가 적용되면 ‘유클리드 평면’, 택시거리가 적용되면 ‘택시평면’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생활에서 두 지점 사이의 거리는 택시거리로
측정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며, 택시평면 위에서는 유클리드기하학의 내용들이 옳지 않다. 즉, 택시기하학은 비유클리드기하학인 것이다.
택시기하학이
비유클리드기하학임을 삼각형의 합동공리를 예로 알아보자. 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대응하는 두 쌍의 변과 그 사이에 끼인 각이 각각 합동인 두
삼각형은 합동이다.’인 삼각형의 합동공리(SAS)가
있다. 그리고 나머지 두 개의 삼각형의 합동조건은 이 공리에 기초한 것이다.
아래
그림에서 △ABC는
∠B=90°인 직각이등변삼각형이고, 택시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편
△A'B'C'은 ∠B'=90°인 직각이등변삼각형이고, 택시거리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두 삼각형 △ABC와
△A'B'C'는 두 쌍의 대응변의 길이가 각각 같고, 그 끼인 각의 크기가 같은 삼각형이다. 그러나 이 두 삼각형은 서로 포개어지지 않으므로
합동이 아니다. 따라서 택시평면에서는 유클리드평면에서 성립하던 삼각형의 SAS 합동공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마찬가지 이유로 유클리드기하학에서 성립하던 삼각형의
나머지 두 가지 합동공리도 택시기하학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유클리드기하학에서 정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삼각형’이다. 정삼각형의 이 정의를 택시기하학에 적용하면 윗 그림의
△A'B'C'는 두 꼭짓점 사이의 거리가 모두 2이므로 정삼각형이다. 유클리드기하학에서 정삼각형의 한 각의 크기는 60°인데, 이 삼각형은 세
각의 크기가 각각 45°, 45°, 90°이다. 즉, 이 삼각형은 택시평면에서 세 변의 길이가 같은 정삼각형이지만 각의 크기가 모두 같지는
않고,윗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이 유클리드기하학에서는 정삼각형이 아닌 이등변삼각형이다.
또
우리가 초등학교 기하학에서 배운 마름모는 ‘네 변의 길이가 같은 사각형’이며, 마름모의 가장 대표적인 성질은 ‘두 대각선은 서로 직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기하학에서 마름모는 이 성질을 만족하지 않는다. 오른쪽 그림은 각 변의 택시거리가 3인 마름모이다. 그리고 이 마름모의 두
대각선은 점 A에서 교차하는데, 그림에서 보듯이 두 대각선은 직교하지 않는다.
위의
경우와 같이 택시기하학과 유클리드기하학은 많은 차이점이 있다. 그 중에서 두 기하학에서 서로 확연이 다른 것은 원에 관한 내용일 것이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고 실생활에 사용하고 있는 원은 유클리드거리에 의한 원이다. 실제로 원의 정의는 ‘한 정점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의 집합’으로
이 정점을 중심, 일정한 거리를 원의 반지름이라고 한다. 이 원의 정의를 그대로 택시평면 위에 옮겨 놓아도 우리가 알고 있는 모양의 원이
될까?
중심이
(0,0)이고 반지름의 길이가 3인 택시원을 xy-평면
위에 나타내보자. 반지름의 길이가 3이므로 택시평면 위에서 원은 |x|+|y|=3을 만족시키는 점 (x,y)의 집합이 된다. 그림은 이 식을
만족시키는 점의 집합을 택시평면 위에 나타낸 것으로 택시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원이 아니고 두 대각선의 길이가 같은 마름모 모양의
정사각형이다.
택시원은
두 대각선이 좌표축과 평행한 유클리드평면에서의 정사각형과 같으며, 원점 이외의 점을 중심으로 하여도 마찬가지로 택시원은 정사각형 모양이 된다.
이를테면 중심이 (2,1)이고 반지름의 길이가 3인 택시원은 |x-2|+|y-1|=3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는 위의 도형을 x축으로 2만큼
y축으로 1만큼 평행이동 시킨 도형이 된다.
택시기하학은
위에서 들었던 예 이외에도 유클리드기하학에서 다루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기하학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기하학과는 사뭇 다르다. 택시기하학은 우리에게 수학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즉, 수학을
공부함으로써 고정된 틀에 갇혀있는 생각의 틀을 깨고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여러분도 지금까지 알려진 수학이 아닌 새로운
수학을 만들어 보심이 어떤지???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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