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자주 온도를 접한다. 이를 테면 “오늘 기온은 32℃”라든가 “열이 많이 나서 체온이 올라갔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열과 온도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온도는 어떤 물리적 의미를 가질까?
온도는 물체의 차고 더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따라서 기온은 대기의 차고 더운 정도를, 체온은 몸이
차고 더운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된다. 우리가 온도를 감지하는 것은 우리 몸에 온도감각(cutaneoussensation)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피부에는 현재의 온도보다 높은 온도자극을 느끼는 온각과 낮은 온도 자극을 느끼는 냉각이 있어서 온도의 변화를 감지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온도를 감지한다기보다 온도 변화를 감지한다고 할 수 있다.
뜨거운
물체와 찬 물체를 서로 접촉시켜 놓으면 뜨거운 물체는 식어가고 찬 물체는 데워진다. 이런 일은 왜 일어나는가? 두 물체 사이에 무엇인가가
이동하기 때문이다. 물리학자들은 이 무엇인가를 ‘열’이라고 부르고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열’
대신 ‘냉’이라는 양을 도입해서 차가운 곳에서 뜨거운 곳으로 흐른다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전하를 도입하여 전류를 정의하는 것과
비슷하다. 도체 내에서 전하를 운반하는 입자(전자)의 부호를 음(-)으로 정의하고 전류의 방향은 양(+)전하가 흐르는 방향으로 정의하여 입자의
흐름과 전류의 방향이 서로 반대방향이 되어 버렸다!)
열은
온도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열은 자발적으로 뜨거운 곳(고온)에서 차가운 곳(저온)으로 흐른다. 따라서 온도는 열이 자발적으로 흐르는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의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온도가 높은 곳은 열이 자발적으로 흘러나오는 곳이 되고, 낮은 곳은 열이 흘러들어가는 곳이
된다.
인류가
열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불을 사용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인류가 열을 이용한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되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체계적으로 열을 탐구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17세기 이후)이다. 과학자들은 처음에는 열의 근원을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알갱이’가
있다고 생각하여 ‘열소(caloric)’라고
이름 지었다. 열소를 가정하면 열의 성질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이를테면 열이 고온에서 저온으로 흐르는 것은 열소가 많은 곳(고온)에서
적은 곳(저온)으로 흐르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
열소를 가정하면 다른 의문들이 생긴다. 무엇보다 열소는 질량을 가져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물체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열소가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지만 물체의 온도가 올라가도 질량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열소는 질량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의문은 벤자민 톰슨(Benjamin Thompson,
1753-1814)이 제기하였다. 톰슨은 미국 태생의 과학자이자 모험가로 미국독립전쟁에서 영국 편에 섰다가 유럽으로 망명하였다. 톰슨은
바바리아(Bavaria)에서
말의 힘을 이용하여 커다란 드릴을 돌려서 대포의 포신을 깎는 일을 감독하였다. 드릴로 포신을 깎을 때 엄청나게 많은 열이 발생하였는데 냉각시키는
물을 끓이고도 남을 정도였다. 포신이나 드릴, 그리고 말은 처음에 전혀 뜨겁지 않았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은 열이 나오는지 열소설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열의
정체를 밝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은 줄(James Prescott Joule, 1818-1889)이다. 줄은 추를 떨어뜨리면 물 그릇 안의 날개가
회전하는 실험 장치를 고안하여 추가 한 일이 회전날개를 돌려 물의 온도를 올린다는 것을 보여주고, 세심하게 이 실험을 반복하여 물체가 일을 하면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정확하게 계산해냈다.
줄이
행한 실험은 열은 열소의 흐름이 아니라 운동에너지임을 시사한다. 줄의 실험과 비슷한 예로 금속을 망치로 두들기거나 손바닥을 서로 마찰할 때 열이
발생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것은 금속이나 손바닥에 해준 일이 열로 바뀐 것이다. 대포의 포신을 깎을 때 발생한 열도 마찬가지이다. 말이 해
준 일이 열로 바뀐 것이다. 열을 흡수한 물질은 원자나 분자의 운동에너지로 저장한다. 흡수된 열은 더 이상 열이 아니라 물질의 내부에너지가
된다.
이와
같이 열을 열소의 흐름이 아니라 물질을 구성하는 분자나 원자의 운동에너지로 생각하면 열에 대한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 열과 관련된 원자나
분자의 운동을 열운동이라고 하며, 원자나 분자들의 열운동은 무질서하게 일어난다.
그러면
온도는 무엇일까? 온도는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나 분자의 열운동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온도가 높으면 열운동이 활발해지고 온도가 낮으면
열운동은 수그러진다.
온도가
무엇인지 조금 더 잘 알기 위하여 외부와의 열 출입이 완전히 차단된 방안의 기온을 측정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기온을 측정하는 것은 온도계에
와서 부딪히며 전달되는 공기분자의 운동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만약
방안의 공기분자 수가 무척 적어서 100개 밖에 없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처음 1분 동안 온도계에 전달되는 에너지의 양은 다음 1분 동안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게 된다. 즉, 방안의 온도는 공기분자가 온도계와 충돌하는 확률과 관련되며 시간에 따라 변하는 양이 된다.
따라서
외부와 완전히 열 출입이 차단된 기체의 경우에도 온도는 일정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온도는
평균량이며 시간에 따른 요동을 갖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요동은 무시될 수 있다. 왜냐하면 방안의 공기 분자 수는 100개 정도가
아니라 아보가드로수(1023개) 만큼이나 많아서 이
요동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작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년 중 기온이 가장 낮은 계절은 겨울이며 추울 때는 -20'C 이하로 내려가기도 하지만 이런 날은 드물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곳은 북극이나
남극이며 가장 추운 곳은 -100℃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여기서 생겨나는 의문은 “온도는 얼마나 내려갈 수 있는가?”하는 것이다. 온도는 한없이
내려갈 것 같지만 -273.15℃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나 음의 절대 온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자세한 내용은 [음의 절대온도] 참조).
과학자들은
온도의 하한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그것은 기체를 냉각시킬 때 부피가 감소하는 현상 때문이었다. 기체는 온도에 비례하여 부피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현상은 기체의 종류와 상관이 없었다. 다음 그림은 기체의 부피와 온도와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모든 기체는 -273.15℃에서 부피가 0이 될 것이 기대되었다.
기체의
부피가 0이 된다는 것은 기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이 온도에 도달하기 전에 기체는 액체나 고체로
응축하여 더 이상 위의 법칙을 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서 이와 같은 온도의 하한선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온도의
하한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물체는 원자로 이루어지고 원자들은 열운동을 하고 있다. 만일 물체의 열운동을 감소시키면 온도가 내려간다. 물체의
열운동이 0에 가까워짐에 따라 원자의 운동에너지도 0에 가까워지고 물질의 온도도 가장 낮은 한계온도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한계가 온도의 하한이
된다. 이 온도는 물질을 구성하는 모든 분자운동이 정지하는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가 된다.
온도의
하한이 존재한다면 이 온도를 0도(절대 0 K)로 하는 온도눈금을 정하면 편리할 것이다. 이 온도눈금을 절대온도(Absolute Temperature)라고
하며 온도단위는 K 를 사용한다. 절대온도는 섭씨온도와 0의 기준점이 다를 뿐 눈금간격은 동일하다.
온도의
하한이 있다면 온도의 상한도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온도에는 상한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온도에는 왜 상한이 없는 것일까?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나 원자의 열운동도 활발해진다. 분자의 열운동이 활발해지면 분자는 원자로 분해되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가
뒤섞인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더욱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은 양성자나 전자와 같은 기본입자들로 분해되고 더 온도가 올라가면 물질은 더욱 기본적인 입자들인 쿼크와 렙톤과 같은 입자들로
분해되기를 계속하여 마침내 모든 것의 시작점인 빅뱅의 온도에 이르게 된다.
우주에서
가장 높은 온도는 우주의 시작점, 즉 빅뱅이 일어난 시점의 온도이다. 현재 이론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우주의 시작점의 온도는 1032 K가 넘는다. 그 후 우주는 팽창하며 계속 식어가고 있다. 현재의 우주는 평균
2.7 K 정도로 식었다. 물론 우주의 모든 부분이 이와 같이 싸늘하게 식은 것은 아니며 별 주변은 뜨겁다. 하지만 별로부터 멀어질수록 온도는
낮아진다.
-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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