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747
비행기가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는 동안 필요한 기름은 대략 12,000 리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인공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동안에는 얼마나
많은 연료가 필요할까?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얼마나 떨어져 있지?”, “지구 둘레가 얼마지?“ 방금 이런 것에 대해 고민한 사람은 이 글을 읽어야 한다. 뉴턴의 사과가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낚시’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잠시 흐뭇한 표정을 지은 사람도 이 글을 읽자. 인류의 역사에 거대한 진보가 일어난 순간을
기억하는 것은 항상 가슴 벅찬 일이다.
1665년
영국에는 흑사병이 돌았다. 당시 런던 인구의 20%가 죽을 정도로 처참했다고 한다. 뉴턴이 다니던 케임브리지 대학도 휴교할 수밖에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뉴턴은 이때부터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틀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생활을 하며 창의성을 폭발시킨다.
수학의
미분과 적분을 발명했고 빛의 기본 성질을 밝혀냈으며 중력 법칙(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한 기본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사람들은 이때를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이 기적의 해에
떨어지는 사과에서 뉴턴이 알아차린 것은 과연 무엇인가?
물리는
상상력의 학문이다. 이제 우리도 뉴턴이 했을 그 상상을 여기서 따라 해보자. 그림처럼 내 친구가 사과를 들어 앞으로 던진다. 사과는 앞으로
날아가다가 곧 바닥에 떨어진다. 왜 떨어질까? 물론 지구가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친구가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던진다. 사과는 조금 더 멀리
가지만 결국은 역시 바닥에 닿는다. 더 세게 던지면? 친구는 사과를 갈수록 세게 던진다. 하지만 아무리 세게 던져도 지구는 여전히 사과를 밑으로
잡아당긴다.
그래서
사과가 날아가는 동안 사과의 고도는 조금씩 낮아지고 결국은 다시 바닥에 닿고 만다. 아무 신기한 일도 없을 것만 같다. 이때 나의 몸은 하늘로
날아올라 점점 더 멀리 날아가는 사과를 본다. 그러자 어느 순간 땅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휘어 있는 것을 느낀다. 지구가 둥글기 때문이다. 땅이
평평했을 때에 비해 사과는 더 멀리 가서 바닥에 떨어진다. 왜냐면 바닥에 더 늦게 닿으니까. 사과를 세게 던질수록 지구 표면이 휘어 있는 효과가
커져서 사과는 갈수록 바닥에 더 늦게 닿는다.
더
높이 올라가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본다. 지구는 둥근 공처럼 보인다. 친구가 점점 세게 던지는 사과는 이제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서야 겨우
떨어진다. 그리고 그 다음에 더 빨리 던진 사과는 마침내 지구 반대편을 넘어 영원히 바닥에 닿지 못하게 되고야 만다. 왜냐면 사과가 밑으로
떨어지는 정도에 비해 지구 표면이 더 빨리 휘어버리니까. 즉, 이 사과는 끊임없이 지구 쪽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닿지 않고
영원히 지구를 돌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뉴턴은 이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을 것이다. 밝게 빛나는 달. 저 달은 왜 지구를 돌까? 저 달도 지구가 잡아당겨서 지구 쪽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를 도는 것은 아닐까?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리고 지구가 사과와 달을 잡아당기는 것처럼 지구가
태양도 잡아당겨야 하지 않을까? 즉, 태양이 일방적으로 지구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기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과도
지구를, 또한 달도 지구를, 그리고 사과와 달도 서로를 잡아당겨야 할 것이다.
결국
지구에 있는 물체나 하늘에 있는 물체나 아무런 차이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다. 사과가 지구 쪽으로 떨어지듯이 지구도 사과 쪽으로 떨어지고, 지구가 태양 쪽으로 떨어지듯이 태양도 지구 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동시에
사과와 태양도 서로가 서로에게 떨어진다. 차이라면 무엇이 더 무거운가에 따라 더 적게 떨어지고 많이 떨어지는 차이가 있을 뿐.
대학생이었던
젊은 뉴턴은 이렇게 중력 법칙에 대해 깨달았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뉴턴은 그 이후 20년에 걸쳐서 자신의 깨달음을
정교한 수학 이론으로 완성해 간다. 그리하여 1687년에 출간한 책이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책이 워낙 유명해지자 줄여서 흔히 프린키피아(원리)라고만 부른다. 이 책에는 우리가 학교에서 열심히 외우는 뉴턴의 운동법칙 세 가지와 중력 법칙,
그리고 이를 통한 태양계 행성의 운동이 설명되어 있다.
뉴턴
이전에는 땅의 세계와 하늘의 세계가 구분되어 있었다. 땅의 세계는 불완전한 인간의 세계. 하늘의 세계는 완전한 신의 세계.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는 천사가 신의 뜻을 받들어 완벽한 도형인 원을 따라 행성과 별들을 하루에 한 바퀴씩 돌려준다. 인간은 접근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는 신비의
세계, 꿈과 두려움의 세계였던 하늘이 뉴턴을 통해 인간의 세계와 만났다.
그리고
인류는 드디어 지난 10만 년의 몽매한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돌이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우주 전체를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하기 위한 진정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알기 쉽게 컴퓨터 게임으로 비유하면 인류 등장 10만 년 만에 하늘의 세계와 땅의 세계를 하나로 합치는 임무를 완수하여
게임 한 판을 완전히 깨고 새로운 단계에 진입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를
두고 알렉산더 포프라는 시인은 창세기의 구절을 따서 이렇게 칭송하였다. 자연과 자연의 법칙은 어둠에 잠겨 있는데
(Nature and nature's laws lay hid in night;)
신이 “뉴턴이 있으라!” 하시자 세상이 밝아졌다. (God said "Let Newton be" and all was light.)
그런데
뉴턴의 이론이 얼마나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우주 전체에 걸쳐 적용되는 위대한 법칙인지는 어쩌면 뉴턴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 뉴턴은
500년에 한 번쯤 신의 신성한 손길이 있어야 태양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뉴턴의 후계자들은 뉴턴보다 더 뉴턴의 이론을 신봉했고
“프랑스의 뉴턴”이라 불린 물리학자 라플라스는 나폴레옹에게 우주를 설명할 때 신이라는 가설은 필요하지 않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사실 오늘날에도
양자역학과 상대론이 필요한 극한의 상황을 제외하고는 뉴턴의 이론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일상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종류의 건축물 설계나,
태양계를 탐사하는 우주선의 궤도 계산에도 대부분 뉴턴의 이론이 사용된다.
뉴턴의
사과는 오늘날 수많은 인공위성이 되어 우리 지구를 돌고 있다. 어떤 물체든 상관없이 처음에 충분히 빠른 속도로 던지기만 하면 그 이후 그 물체는
아무런 연료 공급이 없어도 지구 주위를 영원히 돌게 된다. 이 속도를 뉴턴 이론으로 계산하면 초속 8km 정도가 나온다. 이 속도를 얻기 위해 인공위성은 연료를 가득 채운 로켓에 실어
발사한다. 연료가 소모됨에 따라 로켓과 인공위성은 갈수록 빨라진다. 마침내 로켓의 연료가 다 소모되면 로켓이 인공위성에서 떨어져나가고 인공위성만
홀로 남게 된다. 이때 인공위성의 속도는 드디어 초속 8km에
도달한다. 이 인공위성은 사과와 마찬가지로 지구 쪽으로 떨어지고, 그리고 위에서 설명한대로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땅에 떨어지지 않고 영원히 도는
것이다.
인류가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 1957년 10월 4일 발사되었다. 그 뒤 40여 년 동안 수천 개의 인공위성이 발사되었지만
발사 원리는 모두 똑같다. 세게 던진 뉴턴의 사과일 뿐이다. 인간은 이 사과 안에 카메라도 넣고 실험 장비도 넣고 통신 시설도 넣어서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자체 로켓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나라는 모두 10개국. 러시아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올해 8월 중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자체 로켓으로 첫 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다.
350년
전 땅과 우주를 통합했던 뉴턴의 사과는 이제 첨단장비로 무장하고 현재의 우주뿐 아니라 우주 탄생의 순간을 이해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1989년 우주에 띄운 COBE라는 인공위성은 우주 탄생 38만년 후 생성된 태초의 빛을 관측하였다. 비유하자면 아기가 태어나 첫
울음을 터뜨렸을 때를 사진으로 찍은 것에 해당한다. 이 관측을 통해 우주 초기에 대한 빅뱅이론이 탄탄한 반석 위에 올라섰다. (이에 대해서는
훗날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보다 정밀도를 한층 높인 WMAP 위성에 이어 세 번째로 플랑크(Planck)
위성이 지난 5월 14일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Planck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우주 탄생의 비밀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COBE 관측을 주도하여 지난 200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교수가 오늘의 과학 독자를
위해 특별히 사진을 보내주었다. 이 사진은 지난 5월 유럽에서 Planck 위성 발사 직전에 찍은 것이다. 스무트 교수는 올해부터 이화여대에서 물리학과
석좌교수이자 초기우주과학기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며 초기우주에 대해 강의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위성 발사를 통해 본격적인 우주시대를 맞이한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이 분야에 많은 업적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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