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역사는 장구하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그리고 다른 많은 학문 분야와 달리, 수천 년 전에 창조된 수학의
대부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를테면 기원전 300년경에 나타난 유클리드의 <원론>은 2000년 이상 초등 기하학 교육을 지배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구장산술>은 19세기까지도 동아시아 수학의 토대였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던데, 여기의 해병을
수학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책의 문제는 현재의 학생에게도 그대로 제시해서 훌륭한 연습 문제로 사용할 수 있다.
요즘
중등학교 수학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개발되면, 조금씩 모양이 바뀌면서 급속히 퍼져나간다. 수학의 역사에서도 이런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유형의 문제는 아주 오래 전에 등장해서 조금씩 모양으로 바꾸면서 반복해서 나타났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영원한 수학’이라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그 한 가지 예를 제시한다.
피보나치(Leonardo Fibonacci,
1175~1250?)는 1202년에 <산반의 책>을 썼는데,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인도ㆍ아라비아 수 체계를 서양에
전파하는 데 크게 공헌했으며, 흥미로운 문제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당시에 유행했던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요즘
학생들은 이 문제의 답이 7의 처음 여섯 개의 거듭제곱의 합 또는 공비가 7인 등비수열의 합 7+72+73+74+75+76임을 곧 알 것이다. 문제
상황이 좀 억지스럽지만 재미는 있다.
풀이가
어렵지는 않지만 매우 큰 수의 계산을 포함하고 있어서, 요즘의 기준으로는 크게 매력적이지 않은 문제이다. 그런데 이 문제와 같은 내용이 담긴
다음과 같은 동시를 영국에서는 오늘날에도 어린이에게 들려준다고 한다.
물론,
이 문제의 답은 7의 처음 네 개의 거듭제곱의 합 또는 공비가 7인 등비수열의 합 7+72+73+74이다. 만일 ‘나’와
‘남자’까지 합하면 여기에 2를 더하면 될 것이다 . (등비수열과 그 합을 구하는 문제는 유클리드의 <원론>에도 나타났으며,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에도 이미 등장했었다.)
그런데
<산반의 책>에 있는 문제의 원형은 그보다 훨씬 전에 나타났었다는 주장이 있다. 고대 이집트의 수학을 예시하는 귀중한 자료로 기원전
1650년경에 작성된 아메스 파피루스가 있다. 이것은 85개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대부분의 문제를 판독하고 해석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79번째 문제의 해석은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다. 그 문제에는 단순히 다음과 같이 몇 개의 수와 그 합이 나타나
있다.
위의
수들은 7의 거듭제곱이고, 마지막 수는 이것들의 합임을 곧 알 수 있다. 이것 때문에 처음에는 집, 고양이, 쥐 등은 차례로 첫째 거듭제곱,
둘째 거듭제곱, 셋째 거듭제곱 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용어로 저자가 도입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좀 더 그럴 듯하고 흥미로운 설명을
독일의 저명한 수학사학자 모리츠 칸토어(Moritz Cantor,
1829~1920)가 1907년에 제시했다. 그는 이 문제가 바로 위에서 제시한 <산반의 책>에 있는 문제의 옛 형태라고 생각했다.
모리츠 칸토어의 해석에 따라서,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이집트의 왕실 서기 아메스(Ahmes)가
파피루스에 기록했을 때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존재했었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리고 피보나치가 <산반의 책>에 이런 유형의 문제를
집어넣었을 때 이 문제는 거의 3000년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그 뒤 거의 800년이 더 지나서, 영국에서는 이것의 다른 변형을 어린이에게
읽어주고 있다. 수학 문제는 수수께끼와 같이 세계에 전승되고 있다.
위의
문제는 서양 수학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의 전통 수학인 산학에서도 위와 같은 문제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에서 4~5세기에
나타난 산학 책 <손자산경>의 하권 제34문은 다음과 같다.
서양
문제와 비교할 때, 7이 9로 바뀌고 소재가 바뀌었을 뿐, 똑같은 유형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가 조선의 산학 책에도 나타난다. 조선의 황윤석(黃胤錫,
1729~1791)이 쓴 <산학입문(이수신편 21권)>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
이
문제에서는 사람만의 수를 요구하고 있는데, 답은 다음과 같다.
동서양에
이렇게 똑같은 유형의 문제가 공존한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학이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있음을, 만국 공통어임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이다.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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