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타기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옛날에는 종이에 직접 그려서 게임을 즐겼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컴퓨터로도 할 수
있도록 플래시 게임으로 만들어져 있어 친구나 동료들끼리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다. 사다리타기 게임을 수학에서는 뭐라고 할 수 있을까?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4명이
사다리타기 게임으로 돈을 내어 간식을 먹기로 했을 때, 사다리타기 게임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참여하는 사람 수와 같은 개수의 세로선을 일정한 간격으로
긋는다. 여기서는 4명이 참여하므로 세로선은 4개를 긋는다. 각 세로선에는 1, 2, 3, 4의 번호를 붙인다.
2. 오른쪽 그림과 같이 인접한 2개의 세로선 사이에 적당한 간격으로
가로선을 긋는다. 이때 가로선은 몇 개를 그어도 관계없지만 어떤 두 세로선 사이에 그은 가로선이 그 옆의 다른 세로선 사이에 그은 가로선과
일직선이 되지 않아야 한다.
3. 4개의 세로선 위에는 1부터 4까지 차례로 번호를 붙이고,
밑에는 지불해야 할 금액을 임의로 쓴다.
4. 놀이에 참가한 사람은 각자 1, 2, 3, 4의 세로선 가운데
하나씩을 선택하고, 각자 선택한 세로선을 따라 밑으로 내려간다. 이때 처음 선택한 세로선에서 시작하여 연필을 떼지 않고 밑으로 내려가는데,
내려가며 만나게 되는 가로선을 따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내려간다. 예를 들어 그림의 굵은 선은 1을 선택한 경우 선택한 세로선을 따라
가는 길을 나타낸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1번은 3000원, 2번은 4000원, 3번은 2000원, 4번은 1000원이 선택되었다.
여기서
세로선의 번호를 x라 하고, 그 선을 선택했을 때 나오는 금액을 y라고 하면, 하나의 x가 정해지면 꼭 하나의 y가 정해진다. 이 관계에서 x는
1, 2, 3, 4와 같이 여러 가지 값을 가질 수 있고, y도 x의 값이 변함에 따라 여러 가지 값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x, y와 같이
변하는 여러 가지 값을 가지는 문자를 변수라고 한다. 그리고 두 변수 x, y에 대하여 x의 값이 정해지면 y의 값도 단 하나로 정해지는 관계가 있을
때, y는 x의 함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두 집합 X, Y에서 X의 각 원소에 Y의 원소가 하나씩만 대응할 때, 이 대응을 X에서 Y로의 함수라 하고, 이것을 f:X→Y와 같이
나타낸다. 이때, 집합 X를 함수f의 정의역이라고 하고, 집합 Y를 함수 f의 공역이라고 한다. 특히 함수 f에 의하여 정의역 X의 원소 x에
공역 Y의 원소 y가 대응할 때, 이것을 기호로 y = f(x)와 같이 나타낸다. 이때, f(x)를 함수 f에 의한 x에서의 함숫값이라고 한다.
또, 함수 f에 의한 함숫값 전체의 집합, 곧 {f(x)Ιx∈X}를 함수f의 치역이라고 한다. 오른쪽 그림에서 보듯이 일반적으로 치역은 공역의
부분집합이다.
기호
f를 사용하여 사다리타기 게임의 결과를 나타내면 f(1)=3000, f(2)=4000, f(3)=2000, f(4)=1000이고, 그림과 같이
하나의 기계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기계의 투입구 x에 1을 넣으면 y에서 3000, x에 2를 넣으면 y에서 4000, x에 3을 넣으면
y에서 2000, x에 4를 넣으면 y에서 1000이 나온다.
그런데
이 기계는 x에 하나를 넣으면 y에서도 반드시 하나만 나오므로 x에 1을 넣으면 y에서 3000과 2000이 동시에 나올 수 없다. 즉, x에
하나를 넣었을 때, y에서 서로 다른 두 개가 나왔다면 f는 함수가 아닌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로부터 함수 f는 정의역의 모든 원소가 대응하고
정의역 X의 임의의 두 원소 x1, x2에 대하여 x1=x2이면
f(x1)=f(x2)임을 알 수 있다.
함수는
공역과 치역의 관계에 따라단사함수, 전사함수, 전단사함수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제 하나씩 알아보자.
첫
번째, 예를 들어 아래 왼쪽 그림과 같이 정의역의 각 원소가 치역의 각 원소와 꼭 하나씩 대응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공역에는 대응되지 않는
원소가 있어도 된다. 이것은 정의역의 두 원소 x1, x2에 대하여 x1≠x2이면
f(x1)≠f(x2)인 경우이다. 함수가 이와 같은 성질을 만족할 때, 이 함수를 단사함수 (injective function)라고
한다. 이것을 다시 쓰면 함수 f가 단사함수일 필요충분조건은 f(x1)=f(x2)이면 x1=x2이다.
이것은 앞에서 소개했던 함수의 정의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 성질을 이용할 때 항상 조심해야 한다.
둘째,
치역과 공역이 일치하는 경우가 있다. 즉, 치역의 어떤 원소를 택하던지 그 원소에 대응하는 정의역의 원소가 적어도 하나가 있는 경우이다.
단사함수에서 예를 들었던 함수에서는 공역의 원소 4000에 대응하는 정의역의 원소가 없었다. 그러나 아래 가운데그림과 같은 함수에서는 공역과
치역이 같고, 공역의 어떤 원소를 택하여도 그에 대응하는 정의역의 원소가 적어도 하나씩은 반드시 있다. 이런 함수를 전사함수 (surjective function)라고
한다.
셋째,
정의역의 각 원소가 치역의 각 원소와 꼭 하나씩 대응되며 치역과 공역이 일치하는 경우, 즉, 단사함수이며 동시에 전사함수인 경우가 있다. 이런
함수를 전단사함수 (bijective function)라고
하며 간단히 일대일대응(one to one correspondence)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사다리타기 게임과 같이 정의역의 원소 하나에 공역의 원소가 꼭 하나씩 대응되고 공역과 치역이 일치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정의역의 원소와 공역의 원소가 일대일로 짝지어지기 때문에 정의역의 원소의 개수와 공역의 원소의 개수가 같다. 즉, 사다리타기 게임은 전단사
함수인 것이다.
전단사함수는
수학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랫동안 수학의 기본원리로 여겨졌던 유클리드 [원론]의 공리를 무너뜨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클리드 [원론]의 5번째 공리는 "전체는 부분보다
크다."이다. 전체는 그것의 일부분보다 크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처럼 보인다. 그러나 무한과 일대일 대응이 함께 관련되어 있다면
이 말은 자명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무한 가운데 가장 쉬운 자연수를 예로 들어보자. 자연수의 집합과 짝수의 집합을 생각해보자. 짝수의 집합은 자연수의 집합의
‘부분’이다. 그런데 각 자연수 n에 대하여 n을 그것의 2배인 2n으로 보내는 함수 f(n)=2n을 생각해보자.
함수
f(n)=2n은 그림과 같이 자연수 n에 대하여 꼭 하나의 짝수 2n이 대응되므로 일대일 대응이다. 따라서 자연수 전체의 집합과 자연수 전체의
진부분집합인 2의 배수의 집합은 서로 같은 수만큼의 원소를 가지고 있다. 즉, 전체는 그 일부분보다 크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유클리드가 모든
영역에서 참이라고 주장했던 공리 가운데 5번째 공리는 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면,
일대일대응은 언제부터 알려졌을까? 호메로스의 걸작 <오디세이아(Odyssey)>에는
수를 세는 방법에 관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오디세이아가 여행 중에 외눈박이 거인 폴리페모스(Polyohemus)를
장님으로 만들고 키클로프스(Cyclops)의
땅을 떠났다. 그 후 이 불쌍한 거인은 아침마다 자신의 동굴 입구에 앉아서 그의 양들을 한 마리씩 동굴에서 나오게 할 때마다 조약돌을 한 개씩
동굴밖에 놓았다가 저녁에 양들이 돌아오면 한 개씩 동굴 안으로 들여놓았다.’
이
이야기에서 거인은 수학을 배운 적이 없지만 일대일대응으로 수를 세고 있다. 이것 말고도 수를 세는 방법에 관한 여러 가지 옛날이야기가
전해지는데, 모두 일대일대응에 의한 것들이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왜 목에 동물의 어금니를 달고 다닐까? 그것은 자기가 잡았던 동물들의 수로
자신의 용맹함을 과시하기 위함이다. 또 아프리카의 마사이(Masai)족은
미혼여성의 나이를 알리기 위하여 그녀의 나이와 같은 개수만큼의 놋쇠 목걸이를 하고 다니는데, 이것도 일대일대응이다. 그리고 영어에 ‘to chalk one up’은
‘기록하다’라는 뜻으로 옛날 술집 주인이 손님들이 마시는 술잔의 수를 석판 위에 분필로 표시한데서 유래한 것이다. 스페인어에 ‘echai chins’는
‘조약돌을 던지다’라는 뜻으로 옛날 술집 주인이 손님들이 마시는 술잔의 수를 손님들의 두건 위에 조약돌을 던져 계산했던 전통에서
유래했다.
단순해
보이는 일대일대응은 수학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가장 널리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대일대응을 비롯한 함수의
개념과 기호는 17세기 이후에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이루어졌다.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라이프니츠(Leibniz)는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구체적인 현상을 표현하려는 데서 발생한 함수(function)
개념을 처음으로 용어화하였다. 그는 변수 x의 값에 따라서 다른 변수 y가 정해지면 y를 곧 함수라고 정의하였고, 특히 곡선의 방정식이 곧
함수라고 생각하였다. 그 후 오일러(Euler)가
함수의 개념을 더욱 확실하게 정의하였고, 함수의 기호인 f(x)를 처음 사용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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