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일 화요일

스노보드에 숨겨진 물리학

눈 덮인 설원을 시원하게 가르며 계곡을 상쾌하게 질주하는 스노보더. 형형색색의 보드복은 흰 설원과 어울려 ‘이보다 더 멋있을 수 없다’. 오늘은 뭘할까 고민하며 뒹굴거리던 과동이는 TV 속의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벌써 온몸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올해는 꼭 스노보드를 배워보리라 결심한 과동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선 스노보드 장비를 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선 과동이는 근처 겨울 스포츠용품 매장에 들렀다. 그런데 스노보드 장비를 보고는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츠와 장갑, 고글 등의 부속 장비를 제외한 핵심 장비는 달랑 판자(보드) 하나뿐인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는 판자에 바퀴라도 달려있지만 스노보드는 바퀴도 없고 다만 앞뒤가 살짝 들린 긴 판자일 뿐이다. 옆에 있는 스키만 하더라도 양발에 하나씩 착용하도록 플레이트가 두개, 또 손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폴대가 두개 있어서 스키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스노보드는 하나의 판자에 두발을 모두 올려놓고 고정시키도록 돼 있다. 폴대도 없고 두발도 고정시킨 채로 어떻게 눈밭에서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을까. 또한 스키는 진행하는 방향이 몸의 정면이지만 스노보드는 진행하는 방향에 대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타야한다. 과동이는 벌써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냥 널빤지같이 생긴 보드가 왜 이리도 비싼지.

(그림1) 스노보드의 구조^스노보드는 단순한 판자가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 는 (그림1) 스노보드의 구조^스노보드는 단순한 판자가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 는


스노보드는 단순한 판자?

매우 단순하게 생긴 보드로 눈 위를 멋지게 미끄러질 수 있는 원인은 바로 보드를 이용해 마찰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보드의 구조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보드는 영어 이름(board)과 같이 한마디로 긴 판자다. 자세히 보면 진행방향 앞쪽으로 살짝 들려있고(노우즈), 뒤쪽도 살짝 들려있다(테일). 그리고 가운데 부분(캠버)은 바닥에서 약간 떠 있는 완만한 곡면 형태를 이루고 있다.

보드는 단단하면서도 탄성력이 있어 사람이 그 위에 타고 힘을 주면 탄력있게 휜다. 보드의 내부 구조는 가장 밑바닥에 보통 ‘P-tex’라고 하는 합성수지로 만든 베이스가 있고 그 위에 보드의 가장 핵심 부분인 ‘코어’(core)가 있다. 코어는 포플러나무와 같은 목재로 만든다. 코어는 보드 위에 실리는 사람의 몸무게와 바닥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지탱하는 부분으로, 좋은 코어는 가벼우면서도 탄력이 좋고 오래 유지돼야 한다.

보드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부위는 가장자리에 둘려있는 ‘엣지’(edge)다. 엣지는 눈과 직접 대면하는 부분으로 보드를 보호하는 기능뿐 아니라 눈과의 접촉으로 마찰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최근에 출시되는 보드 중에는 불필요한 진동을 줄여주는 진동방지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한다.


고공낙하보다 빠른 속도

스키는 자유로운 두발과 손에 쥔 폴대를 이용해 방향과 마찰력을 조절하지만, 스노보드는 엣지를 이용해 눈과의 마찰력을 조절함으로써 눈 위를 자유자재로 회전하거나 속력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드를 눈 위로 미끄러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눈 위를 달리는 거의 모든 스포츠는 마찰력과 중력의 힘겨루기다. 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 스노보드를 미끄러지게 하는 힘은 당연히 중력이다. 여기서 좀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중력 외에도 바닥면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산 비탈면인 경우는 중력의 방향과 수직항력의 방향이 일직선에 있지 않으므로 이 두힘을 합한 알짜힘은 비탈 아래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 힘들뿐이라면 우리는 결코 스노보드를 탈 수 없다. 왜냐하면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접하는 자연 세계에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이 존재한다. 스노보드를 탈 때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은 우선 눈으로 덮인 바닥면과 보드가 닿는 면과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저항력이 있다. 이런 마찰력으로 인해 속도가 무한히 커지지 않고 속도를 조절해 눈 위를 미끄러질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바닥에서 생기는 마찰력의 크기는 바닥을 내리누르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운동하는 물체면과 바닥면의 성질인 마찰계수에 따라 달라진다. 눈의 마찰계수는 어느 정도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눈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와 어떻게 눈 위를 운동하는지 또는 운동 속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보드를 탈 때 눈의 마찰계수는 생각보다 훨씬 작아서 매우 빠른 속력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 스키의 경우 시속 2백km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스노보드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빠른 시속 2백50km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것은 같은 질량의 사람이 공중에서 낙하할 때 낼 수 있는 최대속도인 종단속도보다 더 빠른 것으로 눈과의 마찰력이 공기의 저항력보다 더 작다는 말이다.

이같이 작은 마찰력을 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노보더가 눈 위를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고 있는 동안 바닥과의 마찰력이 한 일은 마찰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은 접촉하고 있는 눈을 녹여 얇은 수막을 형성한다. 이것은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스케이트날이 미끄러지는 동안 생긴 마찰열이 얼음을 살짝 녹여, 날 주위에 얇은 막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스노보드나 스키, 또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워터슬라이드와 같이 얇은 물 위를 미끄러지는 것과 같다.

이에 비해 공기저항력은 미끄러지는 속도에 제곱으로 비례하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공기와 닿는 면적과 비례한다. 따라서 속도가 클수록 공기저항력이 커지므로 속도는 무한정 커질 수 없다.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속력이 무한히 커지지 않고 등속으로 떨어지는 것은 공기저항력이 빗방울의 무게와 같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진행하는 방향으로 공기와 닿는 단면이 작을수록 공기저항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내고 싶다면 몸을 움추려 닿는 면적을 줄여야 한다. 빠른 속력을 겨루는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의 자세를 보면 진행하는 방향의 단면을 최대한 작게 하려고 몸을 움츠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노보드를 탈 때 자세를 낮추는 것은 몸의 무게중심을 낮게 해 안정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빠른 속력을 내기 위해 공기저항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넘어지기의 과학

스노보드 원리를 대충 이해한 과동이는 보드를 가지고 눈밭으로 갔다. 스노보드는 스키와 달리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다음 타기 때문에 스노보드에 부츠를 고정시키기 전에 자신이 왼발잡이인지 오른발잡이인지 알아야 한다. 뒤에서 갑자기 밀었을 때 나가는 발 또는 공을 찰 때 디딤발이 되는 발이 스노보드를 탈 때 진행방향이 되는 발이다. 주축이 되는 발이 왼발인 경우를 ‘레귤러 자세’, 오른발인 경우를 ‘구피 자세’라고 한다. 보통 오른손잡이는 왼발이 앞으로 나오는 레귤러 자세를, 왼손잡이는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는 구피 자세를 취하면 된다.

드디어 보드 위에 부츠를 고정하고 이제 땅에 닿는 것은 오직 보드뿐이 됐다. 그 순간 과동이는 저절로 미끄러지는 보드 때문에 몸을 주체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겨우 몸을 추슬러 일어나자마자 또 넘어진다. 스노보드 첫걸음이 이렇게 험할 줄이야. 중력이니 마찰력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소용없는 순간이었다.

스노보드를 타기 전 명심할 것은 분명 넘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스노보드를 타다 입는 부상 중 가장 많은 경우는 바로 넘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스노보드는 스키와는 달리 진행방향에 대해 몸의 방향이 비스듬하기 때문에 처음 배울 때만 고생하면 앞으로 넘어지든 뒤로 넘어지든 스키보다 심하게 넘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과동이와 같은 왕초보뿐만 아니라 공중곡예까지 하는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스노보더들은 넘어졌었고 또 넘어질 것이다. 어차피 넘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잘 넘어지는 것’을 배울 수밖에 없다.

스노보드를 잘 타는 사람들은 넘어지기의 첫번째 요령이 스키와 마찬가지로 넘어지기 직전에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초보자들은 눈 위를 달리다가 넘어질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안넘어지려고 몸에 힘을 더 주게 된다.

하지만 결국 넘어질 것인데 몸에 힘을 주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보드를 신고 눈 위를 달리고 있을 때는 긴장을 풀면 안되지만, 아차 하는 순간이 오면 빨리 온몸의 긴장을 가능한대로 풀고 충분히 이완된 상태에서 넘어져야 몸의 부상 정도가 훨씬 줄어든다.

스노보드는 넘어지기 요령만 잘 배 우면 스키보다 안전한 스포츠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천천히 여유 를 갖고 넘어지려는 자세다.스노보드는 넘어지기 요령만 잘 배 우면 스키보다 안전한 스포츠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천천히 여유 를 갖고 넘어지려는 자세다.


충격 줄이려면 시간 벌어라

몸의 긴장을 풀면 우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서 침착하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넘어질지를 결정할 수 있어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운동량과 충격량의 정리’에 의해서도 부상 정도가 줄어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한 물체가 일정한 속력으로 달리다가 멈추면 운동량이 변한다. 이 운동량의 변화는 운동을 멈추게 한 힘(충격)과 운동이 멈출 때까지의 시간의 곱과 같다. 한 사람이 보드를 타고 미끄러지다가 넘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몸을 뻣뻣이 하고 넘어지든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넘어지든, 넘어지는 동안 이 사람의 운동량 변화는 나중 속도가 0이므로 어차피 같다. 하지만 몸을 뻣뻣이 할 때보다 근육의 긴장을 풀 경우가 운동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걸린 시간이 길다. 즉 같은 운동량의 변화를 겪더라도 몸의 긴장을 풀 때는 완전히 멈출 때까지 시간을 좀더 벌어서 그만큼 충격을 덜 받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공을 받을 때 손바닥을 뻣뻣이 해 받는 것과 손에 힘을 풀고 부드럽게 끌어안듯이 받는 경우와 같다.

몸의 긴장을 풀고 넘어질 준비가 다 됐으면 스키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산 위를 향하도록 넘어져야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넘어질 경우에는 손바닥을 사용해야 한다. 손으로 땅을 쓸면서 넘어지면 손바닥과 눈과의 마찰력으로 인해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의 힘이 작용해 속도가 줄어든다. 속력이 느린 상태에서 넘어지는 경우 일단 자세를 최대한 낮추어 몸의 무게중심을 낮게 잡은 후 옆으로 넘어지도록 몸을 향한다. 이는 몸 옆에는 팔뚝, 허벅지, 옆 엉덩이와 같이 살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바닥과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바닥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사실 저절로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빠른 속도로 인해 넘어지는 경우는 넘어진 채로 미끄러지는 동안 보드의 엣지가 큰 마찰력을 만들어 속도를 줄이면서 미끄럼틀을 타듯 자연스럽게 착륙하게 된다. 오히려 속도가 느린 경우에 다치는 경우가 더 많다.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무게중심을 낮게 잡고 눈 위에 앉듯이 부드럽게 넘어진다.


앞발은 액셀러레이터 뒷발은 브레이크

(그림2) 슬로프를 활강할 때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슬로프에서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보드와 설면 사이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저항력이다. 이 외에도 바닥면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있다. 보드를 밑으로 내려가게 하는 힘은 중력의 수평방향에서 공기저항과 마찰력을 제외한 알짜힘이다.(그림2) 슬로프를 활강할 때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슬로프에서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보드와 설면 사이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저항력이다. 이 외에도 바닥면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있다. 보드를 밑으로 내려가게 하는 힘은 중력의 수평방향에서 공기저항과 마찰력을 제외한 알짜힘이다.

겨우 넘어지기 요령을 배운 과동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보드를 신고 눈 위에서 첫걸음 떼기에 도전했다. 우선 보드를 진행방향과 수직이 되게 하고 보드 앞쪽 엣지가 눈 속에 박히도록 해 마찰력을 크게 하면 정지해 있을 것이다. 이제 출발하려면 앞꿈치의 힘을 서서히 풀어 앞 엣지가 들리도록 한다. 그러면 보드가 진행방향과 수직을 유지한 채 서서히 앞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속력을 줄이려면 뒤꿈치에 강한 힘을 줘 보드 뒤쪽 엣지가 눈바닥을 누르도록 한다. 그러면 마찰력이 커져 보드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멈출 수 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초보자는 직활강을 하기 전에 우선 보드의 사이드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사이드 슬라이딩을 익혀야 한다. 사이드 슬라이딩에는 힐사이드 슬리핑과 토사이드 슬라이딩 이 있다. 말은 어렵지만 원리를 알면 쉽게 이해된다. 우선 미끄러지려는 방향과 보드를 수직으로 한 다음, 힐사이드 슬라이딩 의 경우 뒤꿈치(hill)에 힘을 줘 발 뒤쪽 엣지에 무게를 실어주거나 풀면서 마찰력을 조절하는 것이고 토사이드 슬라이딩 은 이와 반대로 발가락(toe) 쪽에 힘을 줘 앞쪽 엣지를 조절하는 것이다.

사이드 슬라이딩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제 본격적으로 보드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출발은 힐사이드나 토사이드 자세에서 시작한다. 어느 경우이든 우선 진행하려는 쪽으로 몸의 무게중심을 가져가 진행하는 발에 살짝 힘을 준다. 그러면 진행하려는 쪽 발이 앞으로 먼저 나가게 돼 진행방향과 보드 방향이 일치하게 되면서 미끄러진다. 멈추려면 반대로 뒤쪽 발에 힘을 준다. 그러면 뒤쪽 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보드의 방향을 진행방향과 수직으로 만들고 마찰력이 증가해 속도가 서서히 줄면서 멈추게 된다. 한마디로 앞발은 액셀러레이터, 뒷발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림3) 힐사이드 슬라이딩과 토사이드 슬라이딩^초보자는 우선 보드의 옆면으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사이드 슬라이딩을 익혀야 한다. 힐사이드 슬라이딩은 뒤꿈치가, 토사이드 슬라이딩은 발가락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그림3) 힐사이드 슬라이딩과 토사이드 슬라이딩^초보자는 우선 보드의 옆면으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사이드 슬라이딩을 익혀야 한다. 힐사이드 슬라이딩은 뒤꿈치가, 토사이드 슬라이딩은 발가락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온몸으로 구심력 조절하기

엣지 기술을 익힌 과동이는 최소한 미끄러지기와 멈추기는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속 한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눈발을 날리며 멋지게 턴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과동이는 보드의 턴 기술에 도전했다. 미끄러지기와 넘어지기 기술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후라 자신감도 있었다. 서서히 미끄러지며 턴을 하려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초보자들은 회전할 때 속도에 겁을 먹고 몸을 뒤로 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엉덩이로 넘어지기 쉽다. 하지만 회전을 위해서는 그 반대로 몸, 특히 상체를 진행방향으로 앞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회전하기 전에는 가능한 몸의 자세를 낮추고 타다가 회전하기 직전에 몸을 살짝 세우고 시선을 회전하려는 쪽으로 돌린 다음, 몸을 던진다는 기분으로 회전하려는 쪽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드가 시선 방향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 회전에 필요한 기술은 결국 무게중심을 회전하려는 쪽에 둠으로써 중력으로 인한 구심력을 만드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쪽으로 쓰러지려 하겠지만, 진행하는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쓰러지려는 힘이 작용하고 또 충분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 쓰러지는 것 대신 힘의 방향으로 속도의 방향이 바뀐다. 즉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자전거타기에서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빨리 달리다가 회전할 때 몸을 회전하려는 쪽으로 기울여도 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즉 넘어지려고 하는 중력 성분이 회전방향의 구심력이 돼 자전거 핸들을 돌리지 않아도 회전하게 된다. 물론 충분한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드의 턴에는 엣지에 의한 마찰력도 한몫을 한다. 회전하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면 자연히 그 방향으로는 엣지에 힘이 많이 걸려, 즉 마찰력이 커지고 반대방향은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마찰력이 큰 쪽에서는 잘 안 미끄러지고 마찰력이 작은 쪽에서는 잘 미끄러지려 한다면 결국 마찰력이 큰 쪽으로 회전하게 될 것이다.

과동이는 보드매장에 처음 들렸던 때를 생각해낸다. ‘내가 과연 보드를 탈 수 있을까’하던 두려움과 망설임은 어느새 자신감과 설레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마찰력이니 구심력이니 하는 것들은 온 몸으로 익힐 때다. 자! 보드를 끼고 눈밭으로 나가보자.

(그림4) 스노보드의 턴 요령(그림4) 스노보드의 턴 요령



ㅣ초보와 프로 스노보드의 차이ㅣ

스노보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타는 사람의 성별과 경험 수준, 타는 스타일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스노보드를 선택해야 한다. 보드의 길이와 너비는 일반적으로 cm로 표시된다. 길이는 1백-2백cm, 너비는 15-30cm 정도이고, 무게는 5-10파운드(1파운드는 약 0.45kg)다.

보드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고려해 적당한 보드를 선택한다.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발판의 길이가 길고 엣지(가장자리)가 넓은 보드를 선택한다. 길이는 보드를 밑으로 세웠을 때 보드의 앞부분이 자신의 턱과 코 사이에 오면 알맞다.

‘사이드 컷’(보드의 측면 모양)도 보드 선택에서 중요하다. 보드의 한쪽 측면을 편편한 바닥에 세워놓고 보면 측면과 바닥사이의 틈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보드의 앞과 뒤끝의 너비가 보드의 허리보다 넓기 때문이다. 사이드 컷은 보드가 어떻게 나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측면의 굴곡이 적으면 부드럽게 턴이 되고, 굴곡이 많으면 보드의 가장자리가 눈을 많이 쓸어 다소 거칠게 턴이 된다. 이것을 ‘카브’(carve)라 하는데 모든 라이더들이 이 카빙턴을 하고 싶어 한다.

스노보드는 스타일에 따라 프리스타일과 알파인,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보드 초보자는 프리스타일 보드를 많이 타는데, 길이가 짧고 측면굴곡이 덜해 초보자들도 쉽게 보드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드는 그냥 부드러운 눈 위에서 편하게 탈 때 적당하다. 알파인 보드는 프리스타일 보드보다 길이가 길고 폭이 좁으며 보드 자체가 딱딱하다. 산 아래로 빠른 속도로 내려오거나 단단한 눈밭에서 완벽한 카빙턴을 하고 싶다면 알파인 보드가 적합하다.


ㅣ스카와 서핑의 합작품 스노보드ㅣ

스노보드는 서핑, 스케이트와 같은 스포츠에서 유래했다. 최초의 스노보드는 1929년 미국의 잭 버켓에 의해 고안됐다. 이것은 길다란 널빤지
에 빨랫줄과 가죽끈으로 발을 고정시키게 돼 있어 실제로 타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현대적 의미의 스노보드 기원은 30여년이 지난 1960년 경, 셔면 포핀이 자녀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만든 ‘스너퍼’(스노서핑의 줄임말)라는 이름의 스노보드다. 스너퍼는 두개의 스키를 볼트로 이은 형태로 마치 아주 넓은 스키같이 보였다.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나중에 포핀은 스너퍼 경기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현재의 스노보드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만든 사람은 드미트리에 밀로비치다. 그는 스키와 서핑을 접목시키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서퍼보드를 기초로, 스키의 이동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식 스노보드를 개발했다. 1975년 그는 사이드 컷과 샌드위치 구조, 제비꼬리 모양을 가진 ‘윈터스틱’이라는 자신의 스노보드와 함께 ‘뉴스위크’에 실렸다. 이를 계기로 그때까지 일반에게 생소했던 스노보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노보드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버튼 스노보드 회사의 사장인 버튼 카펜터이다. 그는 밀로비치의 영향을 받아 나무와 합성수지 등 여러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스노보드를 만들었다. 1980년대 초에는 스키기술을 이용해 스노보드를 운행하는 실제적인 기법이 축적됐으며, 보드도 유리섬유와 합성수지 등과 같은 첨단 재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1982년 미국에서 최초의 국제 스노보드 경기가 열렸으며, 1988년에는 올림픽 정식정목으로 채택됐다.


ㅣ부츠와 바인딩 어떻게 고를까ㅣ

발에 맞는 부츠를 고르는 것은 필수다. 부츠는 보드의 바인딩에 버클로 채워져 턴을 할 때 보드의 엣지로 힘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스노보드용 부츠에는 소프트 타입과 하드 타입 두가지가 있다. 요즘 대부분 젊은 층에서는 무게가 가벼운 소프트 부츠를 선호한다.

소프트 부츠는 두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쪽의 부드러운 부츠 바닥과 안쪽에 발의 모양에 꼭 맞게 제작된 이너부츠가 그것인데, 발뒤꿈치를 받쳐주고 제자리에 놓이게 해준다. 소프트 부츠는 주로 프리스타일 보드와 어울린다.

하드 부츠는 스키부츠와 유사하고 소프트 부츠보다 딱딱하고 무겁다. 역시 안에 이너부츠가 있다. 엣지 제어능력이 뛰어나 레이서와 알파인 보더가 선호한다. 또한 스키에 익숙한 사람이 스노보드를 처음 탈 때 선택하기도 한다.

바인딩은 부츠를 보드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노보드 바인딩과 스키 바인딩의 한가지 두드러진 차이점은 스키 바인딩은 넘어질 때 떨어지는 반면, 스노보드 바인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츠와 바인딩을 골랐으면 우선 선 자세에서 너비에 맞도록 바인딩의 위치를 결정한다. 자신의 보딩 스타일에게 맞게 자신에게 가장 편한 각도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초보자의 경우 바인딩의 각도를 앞 25도, 뒤 15도 정도로 세팅을 한 뒤, 나중에 자신의 스타일을 결정하고 각도를 바꾸면 된다. 일단 자신이 선 상태에서의 너비와 각도를 결정하고 나면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라. 그러나, 선 자세가 바르지 않다고 느낄때는 바인딩의 위치를 즉시 바꿔야 한다. 부츠와 바인딩 외에도‘리쉬코드’라는 끈이 필요하다. 이 끈은 앞다리와 바인딩에 연결돼, 넘어졌을 때 보드가 분리돼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안전끈이다.


과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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