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월요일

2018학년도 영재학교 경쟁률로 본 입시 구도와 유의사항

 21일 서울과고를 마지막으로 8개 영재학교들의 2018학년도 신입생 선발을 위한 원서접수가 모두 마감됐다. 언론과 사교육 기관들의 경쟁률 분석 자료가 쏟아졌지만 영재학교 경쟁률 속에는 일반 특목고 입시와 다른 속사정이 많다. 중복 지원자가 많을 뿐 아니라 다단계 전형을 치르고 중학교 1~2학년도 지원 가능한 독특한 입시 구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경쟁률이 실제 입시 과정에서는 전형별, 단계별로 달라지고 이에 따른 당락 확률도 예상을 벗어나는 이유들에 대해 짚어봤다. 올해 지원자들은 물론이고 내년 지원자들도 알아둬야 할 영재학교 입시 구도에 관한 이야기다.

경쟁률과 다른 1,2단계 통과 확률
세부 경쟁률 분석을 통해 영재학교 입시 분위기 변화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올해 8개 영재학교들의 신입생 선발 규모는 정원 내 789명, 정원 외 79명 이내다. 정원 내 선발은 예정 규모를 그대로 지켜 뽑지만 정원 외 선발은 학교에 따라 매년 선발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 입시 결과를 보면 각 학교 정원 외 실제 선발은 최대 가능 인원의 60~70% 규모가 평균적이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도 8개 영재학교의 정원 외 최대 선발 가능 인원은 총 69명이었지만 실제 선발된 인원은 44명이었다. 정원 외 모집의 경우 드러난 경쟁률보다 실제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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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개 영재학교의 정원 내 평균 경쟁률은 약 14:1로 나타났다. 지난해 15:1보다 소폭 하락세다. 서울과고, 한과영, 광주과고가 평균보다 다소 낮은 경쟁률을 보였고 대전과고, 인천영재고가 평균 수준, 나머지 학교들은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지난해보다 정원 내 경쟁률이 오른 학교는 경기·인천·세종 등 세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지원자들에게 각 학교 경쟁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 학교의 1단계 탈락 비율과 2단계 지필고사 응시율이다. 다른 학교의 1~2단계 과정을 통합해 진행하는 경기과고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학교들은 5월 12일을 전후로 1단계 합격자 발표가 예정되었다. 올해도 1단계 탈락자가 비교적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한과영과 세종영재고다. 매년 탈락자 비율이 가장 높은 한과영은 올해 경쟁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1000명 내외를 1단계 선발 규모로 정하고 있어 올해도 지원자의 35~40% 내외는 탈락이 예상된다. 세종영재고는 1단계 선발 규모를 명확히 규정하진 않고 있지만 예년 입시에 비춰볼 때 올해도 30% 내외 규모의 1단계 탈락이 예상된다. 나머지 영재학교들의 경우 1단계 탈락자 규모는 지원자의 10% 이내 규모가 유력하다.

영재학교 경쟁 구도에서 1단계 통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필고사의 실질 경쟁률이다. 가장 치열한 전형 단계일 뿐 아니라 중복 응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단계를 통과한 수험생들이 어느 학교의 지필고사에 응시할지가 각 영재학교들의 실질 경쟁률을 결정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가 아직 발표된 바 없어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 다만 예년 각 학교 지필고사 시험장 분위기를 통해 대략의 응시율 추정이 가능할 뿐이다. 입시정보 학원멘토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응시율이 비교적 높았던 곳으로는 광주과고와 인천영재고가 대표적이었다. 두 학교의 경우 통상적으로 1단계 합격자의 80~90% 이상이 해당 학교 지필고사에 실제 응시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반면 대전과고와 대구과고 등은 지필고사 응시율이 비교적 높지 않은 편에 속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1단계 통과자의 절반 안팎 인원만이 지필고사에 응시할 수 있음을 참고한다. 하지만 학교마다 1단계 지원자 수와 2단계 선발 규모가 다른 만큼 지필고사 응시율이 반드시 다음 단계 탈락 확률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경기과고의 경우 최근 2년간 입시에서 지원자 대비 지필고사 응시 비율은 높지 않은 편에 속했지만 캠프(우발 포함) 진입 경쟁은 가장 치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내년 영재학교 지원자 유의사항
올해 전체 영재학교 지원 수는 지난해 대비 6.4%가 감소했다. 지원자들의 중복 지원 패턴이 지난해와 크게 달라질 요인이 없었던 만큼 실제 수험생의 감소도 비슷한 규모로 추정 가능하다. 같은 기간 중3 학생 수 감소율이 약 12%였던 점을 감안하면 식지 않은 입시 열기다. 내년엔 오히려 경쟁률이 일시적으로 오를 확률도 있다. 2001년생(현 고1)부터 두드러졌던 인구 절벽 현상이 2003년생(현 중2)과 2004년생(현 중1)에서 잠시 주춤하기 때문이다. 올해 중1,2 학생 수는 현재 중3 학생 수와 거의 차이가 없다. 이는 중1,2 학생도 지원 가능한 영재학교의 올해와 내년 경쟁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실제로 중2 지원자가 많은 경기과고는 예년보다 그 비율이 크게 올라 전체 지원의 40%를 넘었고 올해 경쟁률도 상승했다. 따라서 내년 영재학교 입시를 바라보는 중1,2 예비 수험생들의 경우 올해와 다른 경쟁률 양상과 좁아질 1단계 관문에 대한 대비가 강조된다.

올해 지원자들의 경우는 낮아진 경쟁률과 1단계 통과 여부에 너무 큰 의미를 두기보다 남은 기간 균형 잡힌 학습과 활동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영재학교 지필고사 대비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정신적·육체적 피로가 쌓여 내신이 흔들리거나 다른 활동을 등한시할 경우 영재학교 최종 합격뿐 아니라 차후의 다른 입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에 유의한다. 학부모와 학생 모두, 영재학교 입시가 대입으로 가는 과도기적 과정일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확률이 매우 낮은 도전임을 냉철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학생 성장 과정에 맞는 적절한 힘 조절과 ‘플랜B’까지를 염두에 둔 여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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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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