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월요일

국제학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t. Johnsbury Academy 미리 가보니

미국식 '탐구 중심 학습'으로 글로벌 인재 키운다



이제 제주에서도 전통 있는 미국의 정규 교육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오는 10월 제주영어교육도시에 개교하는 국제학교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St. Johnsbury Academy 제주·이하 SJA 제주) 얘기다. 미국에 본교를 둔 최초의 제주영어교육도시 내 국제학교다. 본교 SJA는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에 있는 사립 명문고로, 17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미국 30대 대통령인 캘빈 쿨리지(Calvin Coolidge)를 배출했고, 대입 성과도 꾸준히 우수하다. 개교를 반 년 앞둔 지난 20일 SJA 제주의 교육과정을 미리 살펴보기 위해 제주를 찾았다. 유치·초등부(만 3세~5학년)를 담당하는 스테이시 몰나르(Stacy Molnar) 교장, 중·고등부(6~12학년)를 관리하는 피터 토스카노(Peter M. Toscano) 교장이 직접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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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개교하는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 제주의 스테이시 몰나르(사진 왼쪽) 유치·초등부 교장과 피터 토스카노 중·고등부 교장이 지난 20일 맛있는공부와 만나 직접 학교의 교육과정을 설명했다./제주=손치홍 객원기자
◇전 세계에서 우수 교원 선발, EAL 영어 몰입 환경도 장점
SJA 제주는 만 3세부터 고교생까지 모든 연령의 학생을 위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남녀공학으로 유치부(만 3세~5세), 초등(1~5학년), 중등(6~8학년), 고등(9~12학년) 과정 등 크게 네 가지 과정으로 나뉜다. 오는 10월부터 모든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다만 개교 첫해인 올해에는 고등부 입학을 신입생(10학년)으로 한정했다. SJA 제주 관계자에 따르면 4월 현재 입학 전형이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교육과정은 유치부에서 고등 과정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인성(Character) ▲탐구심(Inquiry) ▲공동체의식(Community) 등 본교 교육 이념을 반영해 학생의 바른 성장을 이끈다. 토스카노 교장은 "학생이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 안에서 공부 열정을 찾도록 도와준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학습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끄는 게 교육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탐구 중심 학습은 전 세계에서 선발한 우수 교원 덕분에 가능하다. SJA 제주는 개교 첫해에 필요한 70명가량의 교원 선발을 이미 완료했다. 본교에서도 전체 교원의 최대 10%가 참여한다. 미국인 비중이 75%로 높지만, 교육 경력은 전 세계에서 평균 8년 이상이다. 석·박사 학위를 가진 교사도 전체의 80% 정도다. 토스카노 교장은 "10년 이상 경력이 풍부한 교사와, 2~3년 차의 젊고 열정 있는 교사 조합이 아주 이상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특징은 영어 몰입 환경이다. 'EAL(English as Additional Language)'을 통해 소통 도구로써의 영어 활용법을 배운다. 예컨대 영어로 수학, 과학, 예술 등 각각의 콘텐츠를 공부하면서 영어권 문화까지 익힌다. 원활한 EAL 교육을 위해 초등부에 학년별로 1명씩 총 5명의 언어 지원 교사를 따로 배정했다. 이들은 수준이 제각각인 학생들의 성취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몰나르 교장은 "언어 학습을 지원하는 교사는 비슷한 수준의 학생이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담임교사와 함께 협력수업 등을 이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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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JA 본교 내 콜비 건물과 벨 타워. 벨 타워는 로고에도 들어갈 만큼 SJA를 상징한다.
◇유아부터 고등 과정까지 '탐구 중심 학습' 진행
SJA 제주의 교육은 '학생 중심의 탐구 기반 학습'에 방점이 찍혔다. 모든 교육과정에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도록 이끄는 탐구 기반의 접근법을 적용했다. 각 교과는 프로젝트 단위로 구성됐다. 수업에서 학생을 중심에 둔 '수평적(bottom-up)' 방식이다. 교사는 모든 학생이 자신의 관심과 열정에 가치를 둔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유치부에서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Reggio Emilia Approach)'이 있다. 교사는 어린 학생을 주의 깊게 관찰해 학생의 탐구 과정을 독려하고 촉진한다. 친구들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도록 이끌면서 또래 관계를 잘 형성하고 유지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지식을 습득하고 선천적인 호기심과 배움에 대한 관심을 더욱 북돋게 된다. 몰나르 교장은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을 완벽히 이식하기 위해 최근에도 이 교육이 시작된 이탈리아를 방문했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의 핵심은 학생이 어리더라도 '독립적인 탐구자'로 인식한다는 데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이 자기 관심사에 맞는 다양한 학습을 하도록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질 뿐이에요.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간접적인 질문들이죠. 교실뿐만 아니라 자연, 외부에서 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이 주체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읽기, 과학, 사회 등 각 교과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게 돼요. 그러면서 감성, 사회성 발달 등이 동시에 이뤄지죠."

탐구 중심 학습은 고등 과정까지 쭉 연결된다. 본교 12학년이 전통적으로 진행하는 '시니어 캡스톤 프로그램(The Senior Capstone)'에서 따왔다. 특정 과목, 주제에 대해 학생이 스스로 연구하고 발표하는 프로젝트다. 본교 캡스톤 프로그램에서는 학생이 연구 논문을 작성하기도 했다. 대학이 그 결과물을 높이 인정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SJA 제주는 초등, 중등 과정이 끝날 때에도 미니 캡스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이 관심 있는 분야에 일찍이 전문성을 쌓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토스카노 교장은 "대학이 한 분야에 특출난 학생을 선발하려는 게 최근 트렌드"라며 "캡스톤 프로그램은 대입에서 포트폴리오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양질의 AP(Advanced Placement)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학생은 생물, 화학, 물리 등 기초 과목뿐만 아니라 공학(엔지니어링) 등 심화 과목도 수강할 수 있다. 중등 과정에서 AP의 선수 과정인 '스프링보드(SpringBoard)'도 제공한다. 토스카노 교장에 따르면 스프링보드를 운영하는 학교는 동아시아에서 SJA 제주가 유일하다. 철저한 진로 지도는 대입으로 연결된다. 토스카노 교장은 "최근 미국에서는 전체적인 대학 인지도 같은 간판보다 전공 학과에 따라서 대학을 결정하는 추세"라고 했다.

"전공에 따라 아이비리그보다 더 우수한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대학이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공학도라면 매사추세츠공과대(MIT)나 캘리포니아공과대(Caltech)에, 의학을 공부하려면 존스홉킨스대에 진학하는 식이죠. 교육학 전공에서는 하버드대를 제치고 컬럼비아대가 최고로 꼽히기도 하고요. 이처럼 SJA 제주는 학생이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상담하고, 꿈을 이루기에 적합한 전공과 대학을 제시해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학생의 시야를 넓혀주는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습 성취가 뛰어나면서 본교와 교류하고 싶은 고등부 학생은 한 학기 동안 미국 SJA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본교 학생도 제주에 교환학생으로 온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키울 수 있다. 토스카노 교장은 "현재 MIT와 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예술가나 공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를 교내에 초청해 학생과 함께 시간을 보내게 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SJA 제주에서 모든 학생이 자기만의 꿈을 찾고 키워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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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A 본교에서 학생이 직접 실험에 참여하는 모습.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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