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일 월요일

"中·싱가포르는 수학적 思考… 한국은 암기만"

"지식에도 유통기한 있어… 암기보다 개념이해 더 중요"
"4차 혁명시대 아이들 직업 '찾는게' 아니라 '만들게' 해야"

"한국 학생들은 공식과 방정식은 잘 알지만, 중국·싱가포르 학생들이 하듯 수학자처럼 사고를 하는 학생은 드물다."

전 세계 15세 학생들이 대상인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를 총괄하는 OECD 안드레아스 슐라이허(Schleicher) 교육기술국장은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교육의 '약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학문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공식을 달달 외워 문제를 푸는 것보다 개념 원리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국은 여전히 주입식 교육을 시킨다는 것이다.

PISA 개발을 주도한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은 학생들의 학업 성적과 사회적, 정서적 결과가 균형을 이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작년 12월 발표한 한국 학생들의 PISA 학업 성취도는 OECD 회원국 35개국 중 읽기 3~8위, 수학 1~4위, 과학 5~8위로 최상위권이었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에선 48개국 중 터키 다음으로 최하위였다.

―한국 학생들이 공부는 잘하는데 삶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한국을 보면 '높은 학업 성취는 삶의 만족을 희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에스토니아, 핀란드, 네덜란드, 스위스는 둘 다 조화롭게 높다. 또 공부 시간과 삶의 만족도도 관련성이 없다. 그보다 삶의 만족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부모, 교사, 학교와의 관계였다. 특히 부모와 관계는 삶의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부모가 아이와 매일 이야기하고, 함께 밥을 먹을수록 학생 삶의 만족도가 22%, 39%씩 높아졌다."

PISA 웰빙 리포트 결과, 한국 부모 중 아이와 매일 이야기하는 경우는 53.7%, 아이와 매일 같이 식사하는 경우는 70.2%로 OECD 평균보다 낮았다.

―OECD는 한국이 공부 시간이 긴 학생들의 삶의 만족도와 학업 성취도가 공부 시간이 짧은 학생들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라고 분석했다.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한국 학생들은 학교에서 잘하고 싶은 욕구가 매우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내적인 욕구가 공부를 더 잘하게 만들고, 높은 성취 욕구와 학업 성취도가 학생들에게 삶의 목적이 되는 것 같다."

―한국 교육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국에서 수많은 대학 졸업생이 일자리를 못 찾는데, 한국 기업은 원하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사실은 많이 배우는 것이 꼭 나은 기술, 직업, 삶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과거엔 교사가 가르치는 게 평생 갔다. 그런데 이제 교사의 역할은 갈수록 불확실한 세상에서 아이들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나침반'과 '내비게이션'을 만들게 돕는 것이다. 한국 교육도 거기에 더 관심을 쏟아야 한다."

―PISA 결과로 본 한국 교육의 약점은.

"학문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유통기한이 있는 지식을 이해하는 데서 벗어나 학문의 구조와 개념 기초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 또 창의성과 문제 해결은 이질적 요소들을 합쳐 기대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만들 때 이뤄진다. 이것은 호기심과 열린 마음, 관련 없어 보이는 걸 연결할 줄 알 때 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길러주지 못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약점이다."

한국 학생들은 지난 2012년 PISA 수학 영역 학업 성취도는 OECD 회원국 중 1위였지만, 흥미도는 OECD 평균보다 한참 낮았다. 반면 상하이·싱가포르는 성적도 최상위권이고, 흥미도 역시 OECD 평균 이상으로 높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교육이 학생들에게 길러줘야 할 능력은.
"한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전형적으로 혼자 공부하고, 학교는 개인 성취를 인정해준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생들이 다양한 문화와 생각, 관점, 가치를 가진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학생들이 직업을 찾는게 아니라 만들어낼 수 있게 가르쳐야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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