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은 옛것을 익히고 새것을 아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학문이다. 수천년 전에 발견된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방법은 지금도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고, 2000년 동안 기하학의 왕좌를 차지했던 유클리드 기하학을 오늘도 배운다. 따라서 오늘의 수학을 아는 것은 과거의 수학을 아는
것이기도 하며, 미래의 수학을 내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은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과학 수학산책] 코너에서 최대
조회수를 달성하고, 수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글을 엮은 것이다. 유쾌한 수학종결자 이광연 교수가 펼치는 재미있고 놀라운
28가지 수학!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에서 저자가 던진 첫 질문은 이렇다. “인류와 함께 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왔다. 초기에는 수를 추상화하여 기호로 나타내고 읽는 법을 발명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실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점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렇게 발전해온 수학의 오늘날의 모습은 어떨까?” 현장에서 수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심하면서 수학자는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즉, 피타고라스가 ‘만물의 근원은 수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을 확인한다. 물론 개중에는 어렵고 지루한 내용도 있지만, 어떤 것은 아주 흥미로워서 심지어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이런 것이 있었네!’라고 할 만한 것들도 있다. 더욱이 수학의 발전은 인류문명의 발전과 그 괘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수학을 알면 인류가 걸어온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문명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수학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많은 수학자들은 주장한다. 수학을 제외한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등은 모두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지만 유독 수학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진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인간을 파멸로 이끌 잠재적인 응용 때문에 문제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의학이든 전쟁이든 수학의 응용으로 좀 더 발전된 사회를 만들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만 가설이 해결될 경우에 소수의 성질이 거의 완벽하게 밝혀져 오늘날 소수를 이용하고 있는 정보보호분야에 대재앙이 예고된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탐구능력과 호기심은 그런 문제를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수학의 미래에 관하여 앙드레 베유(Andre Weil)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와 같이 위대한 수학자는 잘 밟아서 다져진 길은 피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상상력으로는 어떻게 도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그에게 남겨진 커다란 문제를 보통과 다르게 해결할 것이다. 과거처럼 미래에도 위대한 사고란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광연의오늘의 수학]이 제시하는 답은 바로 이것이다. “위대한 사고란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수학은 커다란 문제를 해결해가며 고차원적인 생각을 단순하게 바꾸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치밀한 방법이 필요하고, 그 방법이 또 다른 수학의 길을 열게 될 것이다.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수학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의 수학은 예측 불가능하다. 미래의 수학은 예측할 수 없지만, 수학의 현재는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을 읽는 독자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미래의 과학과 수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룡은 얼마나 빨리 달렸을까?
공룡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다. 공룡은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그런 영화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쥬라기공원]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티렉스라고 하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쫓기기도 하고, 랩터라고도 하는 벨로시랩터에게도 쫓겨 도망 다니기 바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티렉스나 랩터가 뛰는 속도를 어떻게 정했을까? 오늘날 살고 있는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의 속도를 보고 정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룡연구로 유명한 알렉산더 박사는 1976년 [네이처]에 [공룡의 속도 측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박사는 중력가속도를 g, 공룡이 달릴 때의 보폭을 s, 공룡의 다리 길이를 h라 할 때 공룡의 달리는 속도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주어진다고 주장했고, 이것은 현재도 공룡의 속도를 가늠하는 공식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공룡이 달리는 속도 v는 v=0.25g0.5s1.67h-1.17이다. 여기서 중력가속도는 g=9.8(m/sec)이므로 실제로 공룡이 달리는 속도를 알기 위해서는 공룡의 보폭과 다리 길이만 알면 된다. 예를 들어, 보폭이 s=8m이고 다리 길이가 h=4m인 티렉스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알기 위해 s와 h를 위 식에 대입하면, 공룡이 달리는 속도는 약 5m/sec이다. 그러므로 보폭이 s=8m이고 다리 길이가 h=4m인 티렉스는 1초에 약 5m를 가는 속도로 달렸음을 알 수 있다. 1초에 5m를 달리는 속도를 우리가 보통 사용하고 있는 시속으로 바꾸면 1시간은 3600초이므로 5×3600=18000m이다. 따라서 이 티렉스는 시속 18km 정도로 달렸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는 약 20km의 속도로 달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 [쥬라기공원]을 보면 티렉스가 달리는 자동차도 ?아간다. 이것은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보통 100m를 18초에 달리는 사람은 시속 20km로 달리는 것이므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와는 달리 티렉스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용한(?) 생활의 지혜 한 가지를 알려주겠다. 만일 여러분이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나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시속 20km 이상으로 무조건 달려라. 그러면 여러분은 충분히 무시무시한 공룡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 (본문 13~18쪽)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에도 수학이 있다
2009년 12월 16일 영국의 [데일리 매일Daily Mail]은 “미국의 네바다 주에 있는 ‘블랙 록 사막(Black Rock Desert)’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그림은 반지름이 약 2.4km이고 둘레가 15km 이상인 원과 그 원 안에 원을 그려 모두 1000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모래 예술가 짐 데네반(Jim Denevan)이 동료 3명과 함께 황량한 사막에 특징을 주고 싶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크고 작은 원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선을 뚜렷하게 나타내기 위해 모래를 깊게 파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모든 선은 최소 4~5번 이상씩 땅을 파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장 어두운 선은 무려 8m 이상의 폭과 1m 정도의 깊이로 팠다고 한다. 그가 만든 작품은 ‘아폴로니안 개스킷(Apollonian Gasket)’이라고 불리는 프랙털도형의 일부분이다.
아폴로니안 개스킷에는 재미있는 기하학이 숨어 있다. 아폴로니안 개스킷의 중심 부분에 있는 삼각형 모양을 잘 살펴보자. 이 삼각형의 꼭짓점은 모두 원이 접하여 생긴 점이다. 그리고 세 꼭짓점 근방에는 반지름의 길이가 점점 작아지는 무수히 많은 원들이 계속해서 그려져 있으며, 이런 원들은 끝이 없이 계속 그려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각 점을 꼭짓점으로 하며 세 각의 크기가 모두 0인 삼각형이 된다. 이런 삼각형은 꼭짓점이 커다란 원 위에 있을 때 그릴 수 있는데, 이런 삼각형을 우리는 ‘이상적인 삼각형(ideal triangle)’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상적인 삼각형은 아폴로니안 개스킷에 무수히 많이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기본이 되는 단순한 원만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아폴로니안 개스킷은 매우 복잡한 수학인 프랙털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확장된다.
(/ pp.29~35)
‘불화의 사과’가 수학에도 있다고?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사과로부터 폭군에 맞서 싸운 윌리엄 텔의 사과, 인류의 과학을 한 걸음 진보시킨 뉴턴의 사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는 사과가 많이 등장한다. 사과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비극적인 사과는 트로이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불화의 사과’다. 그리고 이 ‘불화의 사과’는 수학에도 등장한다. 신화 속에 나오는 ‘불화의 사과’라는 이름을 얻은 수학에서의 ‘불화의 사과’는 바로 파스칼에 의해 많은 성질들이 밝혀진 ‘사이클로이드’다.
‘사이클로이드(Cycloid)’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책 중 하나는 1501년에 출판된 찰스 보벨리(Charles Bouvelles)의 책이지만 갈릴레오, 파스칼, 토리첼리, 데카르트, 페르마, 월리스, 호이겐스, 요한 베르누이, 뉴턴, 라이프니츠와 같은 뛰어난 수학자들이 사이클로이드에 대해 연구한 시기는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당시 수학자들은 힘과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는 수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 이루어진 많은 발견들에 관해 누가 무엇을 처음 발견했는가 하는 논쟁과 표절을 둘러싼 비난 그리고 상대의 공적을 깎아 내리는 일까지 빈번히 생겼다. 그래서 사이클로이드에는 ‘불화의 사과’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이 문제에 심취했던 파스칼은 1658년 치통으로 고생하던 중에 기하학적인 착상이 떠오르고, 그 때 마침 치통이 사라져 신의 계시라고 여기고 8일 동안의 연구로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대한 완벽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적당한 반지름을 갖는 원 위에 한 점을 찍고, 그 원을 한 직선 위에서 굴렸을 때 점이 그리며 나아가는 곡선이다. 이 곡선은 수학과 물리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초기 미분적분학의 개발에 크게 도움을 준 곡선이다. 특히 갈릴레오는 맨 처음 이 곡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다리의 아치를 이 곡선을 이용하여 만들 것을 제안했다. 사이클로이드에 대해서는 많은 성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사이클로이드를 거꾸로 한 형태의 그릇을 만들고 그 벽에 유리구슬을 놓으면 위치와는 상관없이 바닥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같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이클로이드를 여기저기에 이용해 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기와다. 우리나라의 기와를 보면 사이클로이드 모양으로 되어 있다. 기와가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빗물이 기와에 스며들어 목조 건물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즉, 빗물이 가능한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서 빨리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기와의 모양을 사이클로이드로 만든 것이다. 사이클로이드는 경사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단강하선’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동물들도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나 매가 땅위에 있는 들쥐나 토끼를 잡을 때 직선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비행을 한다.
(/ pp.39~44쪽)
머리말
01 공룡은 얼마나 빨리 뛰었을까?
02 택시가 기하학을?
03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
04 불화의 사과 사이클로이드
05 프랙털의 차원은?
06 프랙털 만들기
07 고차원으로의 여행
08 소수야 놀자
09 파이데이
10 갈릴레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11 구두장이의 칼
12 소금그릇과 아르키메데스의 [보조정리집]
13 패리 수열
14 카탈란 수와 카프리카 수
15 4차원 입체도형
16 정육면체의 전개도는 몇 개일까?
17 초입방체의 전개도는 몇 개일까?
18 지뢰 찾기와 P 대 NP 문제
19 도미노 이론과 수학적 귀납법
20 격자곱셈법
21 유언비어와 확률
22 종이접기와 코드
23 거미줄과 매듭
24 뫼비우스 띠
25 피타고라스의 정리
26 사다리타기와 함수
27 가래와 벡터의 합
28 좌표평면과 좌표공간에서의 벡터
매경닷컴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에서 저자가 던진 첫 질문은 이렇다. “인류와 함께 수학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해 왔다. 초기에는 수를 추상화하여 기호로 나타내고 읽는 법을 발명했으며, 그것을 기반으로 실생활의 필요에 의하여 점점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렇게 발전해온 수학의 오늘날의 모습은 어떨까?” 현장에서 수학을 연구하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심하면서 수학자는 수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보고 있다고 말한다. 즉, 피타고라스가 ‘만물의 근원은 수이다’라고 주장했던 것을 확인한다. 물론 개중에는 어렵고 지루한 내용도 있지만, 어떤 것은 아주 흥미로워서 심지어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이런 것이 있었네!’라고 할 만한 것들도 있다. 더욱이 수학의 발전은 인류문명의 발전과 그 괘를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수학을 알면 인류가 걸어온 과거와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문명까지도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수학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많은 수학자들은 주장한다. 수학을 제외한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 등은 모두 미래에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지만 유독 수학만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 남겨진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지 어떤지가 중요한 문제로 떠오를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 인간을 파멸로 이끌 잠재적인 응용 때문에 문제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고, 의학이든 전쟁이든 수학의 응용으로 좀 더 발전된 사회를 만들려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사람들 사이에 충돌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만 가설이 해결될 경우에 소수의 성질이 거의 완벽하게 밝혀져 오늘날 소수를 이용하고 있는 정보보호분야에 대재앙이 예고된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탐구능력과 호기심은 그런 문제를 남겨두지 않을 것이다. 수학의 미래에 관하여 앙드레 베유(Andre Weil)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과거와 같이 위대한 수학자는 잘 밟아서 다져진 길은 피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상상력으로는 어떻게 도달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예기치 못한 방법으로 그에게 남겨진 커다란 문제를 보통과 다르게 해결할 것이다. 과거처럼 미래에도 위대한 사고란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광연의오늘의 수학]이 제시하는 답은 바로 이것이다. “위대한 사고란 생각을 단순화하는 것이다.” 수학은 커다란 문제를 해결해가며 고차원적인 생각을 단순하게 바꾸려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치밀한 방법이 필요하고, 그 방법이 또 다른 수학의 길을 열게 될 것이다.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수학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생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의 수학은 예측 불가능하다. 미래의 수학은 예측할 수 없지만, 수학의 현재는 잘 알 수 있다. 따라서 [이광연의 오늘의 수학]을 읽는 독자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미래의 과학과 수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공룡은 얼마나 빨리 달렸을까?
공룡은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의 관심의 대상이다. 공룡은 영화의 소재로도 많이 사용되는데, 그런 영화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것은 [쥬라기공원]이다.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티렉스라고 하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쫓기기도 하고, 랩터라고도 하는 벨로시랩터에게도 쫓겨 도망 다니기 바쁘다. 그런데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티렉스나 랩터가 뛰는 속도를 어떻게 정했을까? 오늘날 살고 있는 도마뱀과 같은 파충류의 속도를 보고 정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룡연구로 유명한 알렉산더 박사는 1976년 [네이처]에 [공룡의 속도 측정]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박사는 중력가속도를 g, 공룡이 달릴 때의 보폭을 s, 공룡의 다리 길이를 h라 할 때 공룡의 달리는 속도는 다음과 같은 공식으로 주어진다고 주장했고, 이것은 현재도 공룡의 속도를 가늠하는 공식으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공룡이 달리는 속도 v는 v=0.25g0.5s1.67h-1.17이다. 여기서 중력가속도는 g=9.8(m/sec)이므로 실제로 공룡이 달리는 속도를 알기 위해서는 공룡의 보폭과 다리 길이만 알면 된다. 예를 들어, 보폭이 s=8m이고 다리 길이가 h=4m인 티렉스가 얼마나 빨리 달렸는지 알기 위해 s와 h를 위 식에 대입하면, 공룡이 달리는 속도는 약 5m/sec이다. 그러므로 보폭이 s=8m이고 다리 길이가 h=4m인 티렉스는 1초에 약 5m를 가는 속도로 달렸음을 알 수 있다. 1초에 5m를 달리는 속도를 우리가 보통 사용하고 있는 시속으로 바꾸면 1시간은 3600초이므로 5×3600=18000m이다. 따라서 이 티렉스는 시속 18km 정도로 달렸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티라노사우루스는 약 20km의 속도로 달렸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영화 [쥬라기공원]을 보면 티렉스가 달리는 자동차도 ?아간다. 이것은 극적인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고, 보통 100m를 18초에 달리는 사람은 시속 20km로 달리는 것이므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와는 달리 티렉스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유용한(?) 생활의 지혜 한 가지를 알려주겠다. 만일 여러분이 티라노사우루스를 만나게 되면 당황하지 말고 시속 20km 이상으로 무조건 달려라. 그러면 여러분은 충분히 무시무시한 공룡으로부터 달아날 수 있다. (본문 13~18쪽)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에도 수학이 있다
2009년 12월 16일 영국의 [데일리 매일Daily Mail]은 “미국의 네바다 주에 있는 ‘블랙 록 사막(Black Rock Desert)’에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그림은 반지름이 약 2.4km이고 둘레가 15km 이상인 원과 그 원 안에 원을 그려 모두 1000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은 모래 예술가 짐 데네반(Jim Denevan)이 동료 3명과 함께 황량한 사막에 특징을 주고 싶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크고 작은 원을 반복적으로 그리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선을 뚜렷하게 나타내기 위해 모래를 깊게 파는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모든 선은 최소 4~5번 이상씩 땅을 파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며 가장 어두운 선은 무려 8m 이상의 폭과 1m 정도의 깊이로 팠다고 한다. 그가 만든 작품은 ‘아폴로니안 개스킷(Apollonian Gasket)’이라고 불리는 프랙털도형의 일부분이다.
아폴로니안 개스킷에는 재미있는 기하학이 숨어 있다. 아폴로니안 개스킷의 중심 부분에 있는 삼각형 모양을 잘 살펴보자. 이 삼각형의 꼭짓점은 모두 원이 접하여 생긴 점이다. 그리고 세 꼭짓점 근방에는 반지름의 길이가 점점 작아지는 무수히 많은 원들이 계속해서 그려져 있으며, 이런 원들은 끝이 없이 계속 그려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각 점을 꼭짓점으로 하며 세 각의 크기가 모두 0인 삼각형이 된다. 이런 삼각형은 꼭짓점이 커다란 원 위에 있을 때 그릴 수 있는데, 이런 삼각형을 우리는 ‘이상적인 삼각형(ideal triangle)’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상적인 삼각형은 아폴로니안 개스킷에 무수히 많이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클리드 기하학의 기본이 되는 단순한 원만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아폴로니안 개스킷은 매우 복잡한 수학인 프랙털과 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확장된다.
(/ pp.29~35)
‘불화의 사과’가 수학에도 있다고?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따먹은 사과로부터 폭군에 맞서 싸운 윌리엄 텔의 사과, 인류의 과학을 한 걸음 진보시킨 뉴턴의 사과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역사에는 사과가 많이 등장한다. 사과는 그리스 신화 속에서도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비극적인 사과는 트로이전쟁을 일으키게 되는 ‘불화의 사과’다. 그리고 이 ‘불화의 사과’는 수학에도 등장한다. 신화 속에 나오는 ‘불화의 사과’라는 이름을 얻은 수학에서의 ‘불화의 사과’는 바로 파스칼에 의해 많은 성질들이 밝혀진 ‘사이클로이드’다.
‘사이클로이드(Cycloid)’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책 중 하나는 1501년에 출판된 찰스 보벨리(Charles Bouvelles)의 책이지만 갈릴레오, 파스칼, 토리첼리, 데카르트, 페르마, 월리스, 호이겐스, 요한 베르누이, 뉴턴, 라이프니츠와 같은 뛰어난 수학자들이 사이클로이드에 대해 연구한 시기는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부터다. 당시 수학자들은 힘과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사이클로이드는 수학자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 이루어진 많은 발견들에 관해 누가 무엇을 처음 발견했는가 하는 논쟁과 표절을 둘러싼 비난 그리고 상대의 공적을 깎아 내리는 일까지 빈번히 생겼다. 그래서 사이클로이드에는 ‘불화의 사과’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이 문제에 심취했던 파스칼은 1658년 치통으로 고생하던 중에 기하학적인 착상이 떠오르고, 그 때 마침 치통이 사라져 신의 계시라고 여기고 8일 동안의 연구로 사이클로이드 곡선에 대한 완벽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은 적당한 반지름을 갖는 원 위에 한 점을 찍고, 그 원을 한 직선 위에서 굴렸을 때 점이 그리며 나아가는 곡선이다. 이 곡선은 수학과 물리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며 초기 미분적분학의 개발에 크게 도움을 준 곡선이다. 특히 갈릴레오는 맨 처음 이 곡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다리의 아치를 이 곡선을 이용하여 만들 것을 제안했다. 사이클로이드에 대해서는 많은 성질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것은 사이클로이드를 거꾸로 한 형태의 그릇을 만들고 그 벽에 유리구슬을 놓으면 위치와는 상관없이 바닥에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같다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이클로이드를 여기저기에 이용해 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기와다. 우리나라의 기와를 보면 사이클로이드 모양으로 되어 있다. 기와가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진 이유는 빗물이 기와에 스며들어 목조 건물이 썩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즉, 빗물이 가능한 기와에 머무는 시간을 줄여서 빨리 흘러가게 하기 위해서 기와의 모양을 사이클로이드로 만든 것이다. 사이클로이드는 경사면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특별한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최단강하선’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동물들도 이와 같은 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나 매가 땅위에 있는 들쥐나 토끼를 잡을 때 직선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에 가깝게 목표물을 향해 곡선비행을 한다.
(/ pp.39~44쪽)
머리말
01 공룡은 얼마나 빨리 뛰었을까?
02 택시가 기하학을?
03 세상에서 가장 큰 그림
04 불화의 사과 사이클로이드
05 프랙털의 차원은?
06 프랙털 만들기
07 고차원으로의 여행
08 소수야 놀자
09 파이데이
10 갈릴레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바퀴
11 구두장이의 칼
12 소금그릇과 아르키메데스의 [보조정리집]
13 패리 수열
14 카탈란 수와 카프리카 수
15 4차원 입체도형
16 정육면체의 전개도는 몇 개일까?
17 초입방체의 전개도는 몇 개일까?
18 지뢰 찾기와 P 대 NP 문제
19 도미노 이론과 수학적 귀납법
20 격자곱셈법
21 유언비어와 확률
22 종이접기와 코드
23 거미줄과 매듭
24 뫼비우스 띠
25 피타고라스의 정리
26 사다리타기와 함수
27 가래와 벡터의 합
28 좌표평면과 좌표공간에서의 벡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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