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가까워지면 오존주의보를 자주 내린다. 특히 햇빛이 강한 날, 자동차 통행량이 많은 도시에서 한낮 오후에 오존 농도가 높아지곤 한다. 오존은
특유의 냄새가 나고, 눈을 자극해서 따갑고, 호흡기 질환도 일으키기 때문에 노약자, 어린이는 외출을 자제해야 할 정도로 위험하다. 이렇게 오존은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다.
반면
기후변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면 항상 언급되는 것이 오존층 파괴다. 오존층은 지구 표면에서 약 20~40 km 상공에 있는, 오존이 많이 분포하는 층이다. 태양에서 오는 강력한 자외선을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한다. 오존은 생물체에 해로운 자외선을 지표면에 이르지 못하게 막아줘 지구상의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물질이기도 하다.
오존이
왜 이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보자. 그러기 위하여 먼저 오존이라는 분자가 어떤 물질인지 살펴보자. 오존은 산소와 형제인 분자다. 산소는
원자 하나, 즉 O로 존재하기에는 너무 불안정하다. 그래서 산소는 두 개의 산소 원자가 결합한 산소 분자()
형태로 존재하는데, 공기의 약 20%를 차지하는 이 형태가 가장 안정적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산소는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그런데 산소 원자 2개 말고, 3개가 결합한 다른 분자가 존재하는데, 그것이 바로 오존()이다.
이렇게
같은 원소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합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성질과 구조가 서로 다른 물질을 ‘동소체’라고 한다. 산소와 오존은 산소 원자로 구성된
동소체다. 다른 예로는 탄소 원자로 구성된 흑연과 다이아몬드가 있다. 산소와 오존은 상온상압, 즉 섭씨 25도, 1기압 상태에서 모두 기체지만,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상온상압에서 모두 고체인 동소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탄소 동소체인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상온상압에서 모두 안정하다.
그러나 산소 동소체의 경우, 산소는 안정하지만 오존은 불안정하다.
어떤
물질이 안정하다는 것과 불안정하다는 것을 좀 더 과학적으로 생각해 보자. 안정하다는 것은 쉽게 얘기하면, 다른 물질로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에는 그 물질 주위의 환경이 매우 중요하다. 과학적으로 말하면 상온상압의 조건 이외에 다른 조건이 가해지지 않으면, 산소는 안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안정하다는 것은 물리적 상태 즉, 고체나 액체, 기체상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또는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다른 물질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앞서 오존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는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즉 화학반응이 잘 일어나 다른 물질로 변화하기 쉽다는 것인데, 오존은
안정적인 산소로 쉽게 변한다. 그래서 오존주의보는 아주 심하면 하루 이상 지속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몇 시간 정도 지나면 해제된다. 그 이유는
오존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산소가 되는 화학반응에 의하여 없어지기 때문이다.
오존은
산소 원자 세 개로 이루어진 분자니까 당연히 산소 원자 2개인 더 안정한 산소 분자로부터 만들어 질 것이다. 그런데 안정한 산소가 불안정한
오존으로 변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안정과 불안정을 결정하는 것은 주위의 환경이다. 산소는
상온상압에서는 안정하지만 온도와 압력이 크게 변하거나 다른 조건이 주어지면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즉 화학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산소로부터 오존이 만들어지는 화학반응을 살펴보자. 앞서 얘기한 오존주의보가 내리는 날의 환경을 다시 떠올려보자. 햇볕이 강한 날,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시의 한낮 오후라고 했다. 자동차 통행이 많은 도시에서는 산소가 반응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반응기들이 상당히 많다. 다른 말로,
자동차의 엔진이 많은 것이다. 상온상압에서 공기 중의 질소와 산소는 절대로 반응을 안 한다. (반응하면 정말 큰일이다!!!) 자동차의 연료인
휘발유나 경유가 엔진 속에서 연소할 때는 공기가 들어가면서 매우 높은 온도 환경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질소와 산소는 화학반응을 하고 소량의
질소산화물이 만들어진다. 이 물질이 다른 배기 물질과 함께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질소산화물
중 이산화질소()는
햇볕이 강한 날 한낮의 햇빛에서 복사에너지를 흡수해 일산화질소(NO)와
불안정한 산소 원자(O)로 분해되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산소 원자는 반응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주위의 산소 분자와 바로 결합하는 화학반응이
일어나서 오존이 생성된다. 오존주의보가 내려지는 상황을 정리하면, 운행 중인 자동차 엔진 내부의 고온 환경에서 질소와 산소가 반응하여
질소산화물이 생성된다. 이 질소산화물이 공기 중으로 배출되면 햇빛의 복사에너지가 풍부한 환경에서 산소 원자로 분해되는 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이 산소 원자가 공기 중 산소 분자와 반응하여 오존이 생성된다. 상온상압에서는 안정한 산소가 주위 환경에 따라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
불안정한 오존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반응에서 빛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광화학반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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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산소가 오존이 되는 화학반응은 앞에서 언급한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아마도 오존발생기라고 들어 보았을 것이다. 간혹 가정에서도
미생물이나 해충퇴치 하는데 사용하는 기기다. 이 기기는 안정한 산소를 오존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반응 조건을 사용한다. 건조한 공기를 고전압으로
방전시키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오존주의보를
내리는 이유는 오존이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반면 오존발생기는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자라는 것을 방지해서 주위 환경이 해로운 균으로 오염되는
것을 막아준다. 다시 말해, 오존은 과량이 있으면 문제가 되지만, 적정량이 있으면 인간에게 이로운 것이다. 이것은 어떤 물질이건 그 쓰임새에는
적당량, 적정량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체에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양이 너무 많아지면 해롭고, 반대로 독이 되는 해로운 물질도 아주 적은
적정량이라면 약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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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오존은 상온상압에서 불안정하다고 했다. 즉 상온상압에서 오존은 산소로 돌아가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오존이 분해되면 산소 분자()와
산소 원자(O)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어진 산소 원자는 매우 불안정하여 주위의 다른 분자들과 반응이 일어난다. 대기 중의 수증기
분자와 반응하면 하이드록실 라디칼(OH)이라는
반응성이 매우 큰 분자가 만들어진다. 하이드록실 라디칼은 대기 중의 이산화질소와 반응하면 강산인 질산이 만들어지고, 연소의 부산물인 탄화수소와
반응하면 눈이 따갑고 호흡기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오존이 분해되어 생기는 산소 원자가 결국 일련의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명체에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농도가 낮으면 해로운 미생물을 죽이는 정도지만 농도가 높아지면 인체에까지 해를 입히게 된다.
우리나라의
오존 경계는 3단계인데, 오존이 대기 중에 인체에 해로운 정도로 존재할 때의 농도에 따라 내려진다. 가장 낮은 단계가 오존주의보로 오존이 대기
중 시간당 평균 농도가 0.12 ppm(질량농도로
백만 분의 일)이상일 때, 0.3 ppm이
넘으면 오존경보, 0.5 ppm을
넘으면 오존중대경보를 내리게 된다.
지구의
대기권은 지표면에서 고도 10~15 km까지를
대류권, 그 위 50 km정도까지를
성층권이라고 한다. 대기 중의 오존은 90%이상이 성층권에 분포하고, 약 2~8 ppm정도의
농도를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오존이 많이 분포하는 층을 오존층이라고 한다. 오존층은 1913년 프랑스 물리학자 파브리(Charles Fabry,
1867~1945)와 뷔슨(Henri Buisson,
1873~1944)에 의하여 발견되었고, 그 후 영국의 기상학자 돕슨(Gordon M.B. Dobson,
1889~1975)에 의하여 자세히 연구되었다.
성층권은
지표면보다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성층권에서는 이렇게 에너지가 큰 파장 200-240 nm(나노미터로
읽고 10억분의 1미터)정도의 자외선에 의해 대기 중 산소 분자()가 두
개의 산소원자(O)로 분해되는 광화학반응이 일어난다. 분해된 산소 원자는 다른 산소 분자와 반응하여 오존을 형성한다. 이 반응 과정에는 주위의
질소 분자나 산소 분자가 촉매 역할을 하고, 열도 발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존은 UV-B라고
불리는 자외선에 의해 다시 산소 분자로 분해된다. UV-B는
자외선차단제에 표시되어 있는 파장인 280-315 nm의
자외선을 말한다. 따라서 산소가 오존이 되고 오존이 다시 산소로 돌아가는 오존-산소 사이클 반응이 오존층에서 끊임없이 진행되면서 성층권 내 오존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광화학반응으로 오존은 UV-B
자외선의 필터 역할을 하고 동시에, 자외선을 열로 바꾸는 반응이기 때문에 성층권에서는, 고도가 높아지면 온도가 낮아지는 대류권과 달리 고도에
따라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대기의 조성은 고도가 변해도 거의 일정하나, 대기의 밀도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낮아진다. 따라서 자외선과 촉매
분자에 의한 광화학 반응의 최적 환경이 오존층 정도의 고도라고 불 수 있다. 그리고 대기의 대류현상도 영향을 미쳐 계절과 지역에 따라 오존층의
고도와 두께가 조금씩 달라진다.
1970년대에
성층권의 오존 농도가 줄어드는 것이 관측되었다. 1985년에 남극상공에서 봄과 이른 여름에 해당하는 9,10월에 오존층 구멍이 처음으로
보고되었고,2) 특히 성층권 하부에서 오존 감소 현상이 계속 일어났다. 1990년대에는 농도
감소 이전에 비하여 오존 농도가 40~50%정도나 감소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과학자들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물질 분석을 통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원인물질을 찾아냈다. 이런 화합물을 통틀어서 오존층파괴물질(ODS, Ozone-Depleting Substance)이라고
부르는데, 대기 중에 자연적으로 소량 존재하는 반응성이 큰, 불안정한 분자인 일산화질소(NO),
일산화이질소(),
하이드록실 라디칼(OH),
염소 원자(Cl),
브롬 원자(Br)
등이 오존을 산소로 만드는 반응의 촉매 역할을 한다.3)
그
중에서도 오존층 감소가 시작한 이후 성층권에서 염소원자와 브롬원자의 농도가 현저히 증가했음이 관측되었다. 증가의 원인은 염화불화탄소(CFCs, ChloroFluoroCarbons)나
브롬화불화탄소 화합물 때문인데, 일반적으로 프레온이라고 불리는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화합물들은 매우 안정한, 즉 반응성이 거의 없는
물질이라 20세기에는 냉장고의 냉매 등에 상당히 많이 사용되었다. 이 화합물은 대기를 이루는 기체들보다 상당히 무겁다. 따라서 매우 천천히
대류권으로 확산하여 결국 성층권까지 이르게 된다. 성층권의 강한 자외선에 의해 이들 물질에 광화학 분해반응이 일어나 염소원자나 브롬원자가
만들어지고, 한 개의 원자가 10만개의 오존을 분해하는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이들 물질은 소량만 존재하더라도
오존층을 파괴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추정하였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체결, CFCs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하게 되었다. 이 의정서는 1989년 1월부터 발효되었는데 우리나라도 1992년 가입하였다. 협약국가는 CFCs를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마련하여 최소한 4년마다 규제 수단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비협약국가는 통상제재를 받게 된다. 이 의정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규제 일정을 다르게 하여 선진국은 1996년부터 CFCs의
생산과 수입을 금지했고, 개발도상국에서는 1997년부터 단계적으로 감축한 후 2010년에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였다. 2016년 6월에 오존층의
구멍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보고가 있었다.4) 몬트리올 의정서가 본격적으로 이행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 오존층 구멍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주장이 있었지만 정밀한 과학적 검증 결과가 처음으로 학술적 논문으로 보고되었다. 논문에 의하면
예상보다 빨리 오존층이 회복되는 것 같고 2050년경에는 완전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존과
산소는 동소체로 주위의 상황에 따라 오존이 산소가 되고 산소가 오존이 되는 화학반응이 진행된다. 그런데 상온상압에서 불안정한 오존이 분해되는
반응의 결과로 생성된, 반응성이 큰 생성물은 인간을 비롯해 생물체에게는 해로운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오존주의보를 일으키는 광학적 스모그가
발생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 해로운 미생물을 제거하는데 사용한다.
반면
성층권에서는 오존의 분해반응은 생물체에게 매우 해로운 자외선 UV-B에
의하여 진행되기 때문에 오존층은 자외선 필터 역할을 하여 지표상의 생물에게 매우 이로운 역할을 한다. 한동안 오존층이 파괴되는 현상이 있었지만
과학자들의 노력에 의하여 원인을 알아내었고 국제적으로 정치적 협력 하에 오존층이 회복되어 가고 있다.
화학반응에서
중요한 것은 주위의 환경이다. 모든 물질들은 환경에 따라 안정하기도 하고 불안정해져서 화학반응이 진행된다. 따라서 모든 화합물은 주위 상황에
따라 다른 얼굴들을 보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 네이버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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