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가장 비싼 보석으로 거의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다. 또한 권위의 상징이기도 해서 왕관을 장식하는데도 자주 사용되었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경도(단단함), 열전도도 등의 성질이 매우 좋아서 과학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물질이다. 다이아몬드의 경도는 자연의 그 어떤 물질보다도 높기
때문에 단단한 물질을 절삭하거나 연마하는 가공에 사용되고, 열전도가 좋기 때문에 전자기기가 작동하면서 발생되는 열을 처리하는 히트싱크(heat sink)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물질이다.
다이아몬드는
자연에서 발견되지만 최근에는 합성을 통해 얻기도 한다. 물리학과 화학이 현재의 지식 수준에 이르기 전인 20세기 이전에는 연금술을 통해, 값싸게
얻을 수 있는 물질로부터 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런 과정들은 과학, 특히 화학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지식들을
이 과정에서 얻게 되었다. 다이아몬드를 합성하기 위한 노력 역시 과학적 지식, 특히 상전이와 고체반응에 관한 기초지식을 얻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20세기 전반부에 다이아몬드의 주요 산지는 아프리카와 러시아였다. 무기생산에 필요한 단단한 금속 연마에는 다이아몬드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2차 세계대전 후 냉전으로 러시아로부터 다이아몬드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있을까 우려했던 미국은 다이아몬드를 인공적으로
합성하기 위하여 노력했고, 1953년에 마침내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처음으로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하였다.
다이아몬드는
기본적으로 탄소만으로 만들어진 물질이다. 탄소만으로 만들어진 물질은 흑연도 있다. 최근 30여 년 동안 기본 원소 중 하나인 탄소만으로 구성된
물질은 다이아몬드와 흑연 외에 풀러렌이라는 축구공 형태의 분자와 탄소나노튜브, 얇은 판 형태의 그래핀 등 여러 새로운 탄소 물질이 발견되었다.
이들은 모두 탄소의 동소체다. 상온상압에서 순수한 탄소로 이루어진 물질 중에서는 흑연이 가장 안정하다. 그에 반해 다이아몬드는 에너지 면에서는
불안정한데 안정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러한 물질의 상태를 준안정(metastable)
상태라고 한다.
물은
1기압 상태에서 섭씨 0도에 얼음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물의 온도를 낮추면서 상태를 관찰하면 0도에서 얼지 않고 온도를 더
낮추어야 얼음이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실험에서 0도 보다 낮은데 물로 존재하는 상태를 준안정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기압에서 0도
보다 낮은 상태의 물은 약간의 외부적인 충격에도 금방 얼음으로 변한다. 준안정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에 조그만 자극에도 쉽게 안정한 얼음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상온상압에서 아무리 강한 충격을 가해도 더 안정한 흑연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다이아몬드가 비록 에너지적으로
흑연보다 불안정하지만 다이아몬드가 흑연으로 변하는 과정에 매우 큰 에너지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열역학과
상전이를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들은 물질의 온도와 압력에 따라 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연구를 했다. 이것을 온도와 압력에 따라 달라지는 상의
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를 상평형 그림(Phasediagram)이라고
한다. 우리가 예상할 수 있듯이 압력이 낮은 상태에서 온도가 올라가면 기체상으로 존재하게 되고 온도가 낮아지면 액체가 되며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압력이 높으면 고체로 존재하게 된다. 상평형 그림에서 선으로 나타나는 부분은 상과 상사이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으로 이 경계를 넘어가는 온도와
압력의 변화는 상전이를 나타낸다.
물의
상평형 그림에서 1기압을 유지하면서 고체인 얼음 상태에서 온도를 높이는 것이, 그림에서 1기압의 세로 선을 따라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낮은
온도에서 시작하여 온도를 높이게 되면 0도에서 액체상인 물이 되고 100도에서는 기체상인 수증기가 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체, 액체의 경우는
거의 한 가지 상으로 존재하지만 고체의 경우 2개 이상의 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흔하다. 얼음의 경우 고압에서 7개 이상의 상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소의
상평형 그림도 고체상에서 역시 복잡하다. 주요한 두 고체상인 흑연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탄소 원소로 된 동소체이지만 성질은 무척 다르다. 흑연은
자연에 존재하는 가장 부드러운 고체물질 중 하나이고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한 고체물질이다. 탄소 원자가 화학결합을 하여 구조를 이루는 방식의
차이가 이런 물성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흑연은 탄소가 육각형의 꼭지점에 위치하며 평면상에 끊임없이 연결된 얇은 판 형태를 만들고 이 판들이
서로 쌓여있는 형태다. 평면 내의 고리를 만드는 결합은 상당히 강한 결합인 반면 판과 판 사이의 판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결합은 약하기 때문에
판으로 잘 벗겨져 부드러운 물질이 된다. 다이아몬드는 탄소원자가 정사면체의 꼭지점에 위치하는 형태로 3차원 공간상에 네트워크를 이루는 구조다.
이런 구조는 매우 단단한 성질을 보이게 된다.
천연
다이아몬드는 지구상 특정지역에서만 발견되는데 맨틀근처의 지하에서 만들어진 후 화산폭발 때 지표로 밀려 올라온다. 이로 인해, 다이아몬드가 고온과
고압상태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퍼시 윌리엄스 브리즈먼(Percy Williams Bridgman)은
고온고압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실험 장치를 고안해 고온과 고압에서 다양한 물질의 물성을 연구하여 1946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1) 2차 세계대전 직후 GE의
다이아몬드 연구는 브리즈먼의 모루(anvil)
형태 고압발생 장치를 개량하여 연구를 시작하였고 결국 프랜시스 번디, 허버트 스트롱, 트레이시 홀의 연구결과가 1955년 [네이처] 에
발표되면서 학계의 인정을 받게 되었다.
모루
형태의 초기 고압고온 발생장치는 섭씨 3000도에서 3만5000기압 정도의 압력에 몇 초 동안 도달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장치로는
다이아몬드 합성에 필요한 압력에 도달할 수 없었다. 모루를 다이아몬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경도를 가지면서 고온에도 견딜 수 있는
탄화텅스텐(Tungsten Carbide)으로
만들고 그 주위를 역시 탄화텅스텐으로 벨트처럼 둘러싸는 형태로 만들어 약 10만 기압과 2000도에 이르는 벨트 형태의 고온고압기구를
고안하였다. 그러나 이 정도의 고압고온에서도 순수한 흑연에서 다이아몬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결정이 만들어지기 위한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
씨앗(seed)을
넣어주고, 흑연이 고르게 퍼지게 하면서 상전이 반응의 촉매 역할을 하는 용융 상태의 니켈, 코발트, 철 같은 소량의 금속을 같이 혼합해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하였다. 처음에 합성된 다이아몬드는 크기가 0.15mm정도이고
보석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질이 낮았다. 하지만 공업용 연마에는 이 정도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후속 연구를 통해 공업용으로 사용하기에
적절한 경제성을 가진 다이아몬드를 합성하였고 1970년대에는 보석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품질을 가진 다이아몬드까지 합성하였다. 초기에
만들어진 합성 다이아몬드는 천연 다이아몬드에 비해 물성이 떨어졌으나 최근에 생산되는 합성 다이아몬드는 물리적 성질뿐 아니라 보석으로서 질적
수준도 거의 비슷하다.
|
|
|
다이아몬드의
합성법은 1980년대 이후에 두 가지 방법이 더 개발 되었다. 하나는 화학증착법(Chemical VaporDeposition; CVD)이라는
방법으로 매우 낮은 압력 상태에서 탄소의 소스가 될 기체상 탄소화합물과 적당한 매개 기체를 사용하여 기체분자들이 고체 기질(substrate)표면에
서서히 증착하여 다이아몬드 구조를 만들게 하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의 방법은 고온고압 발생장치 대신 폭발장치를 사용하여 순간적으로 고온고압을
발생시켜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말부터 일진이란 회사가 제너럴일렉트릭에서 개발한 방법과 유사한 방법으로
다이아몬드를 생산하기 시작하여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산업화에 성공하였다.
다이아몬드는
고압 연구에 중요한 장치를 만드는 핵심 재료로도 사용된다. 현재 가장 높은 압력을 만들어내는 도구는 다이아몬드 모루 장치(Diamond Anvil Cell, DAC)라고
불리는 것으로 1959년 미국의 국립표준국(National Bureau of Standard로
현재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원 NIST의
전신)에서 처음으로 고안했다. 이 장치는 다이아몬드를 합성할 때 사용하는 장치에 비교하면 매우 작다. 한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장치로 지구의 가장 중심부의 압력인 350만 기압, 6000도 정도의 온도까지 도달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DAC로
760만 기압까지 도달했다고 한다.2)
DAC의
핵심 부분은 보석 수준의 다이아몬드 2개를 반지에 사용하는 것과 거의 유사할 정도로 잘 가공하여 장착하는데, 직경이 작고 매우 평평하게 가공한
팁(tip)
2개를 서로 마주보도록 장착한다. 팁의 크기는 수 mm이하인데
이 크기가 작을수록 높은 압력에 도달한다. 압력은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인데, 도달할 수 있는 압력이 팁의 면적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이 두
팁 사이에 측정하고자 하는 시료를 놓으면 DAC 장치의 두 다이아몬드 팁 사이가 좁혀지면서 압력을 가하게 한다. 압력이 가해지면
시료가 바깥쪽으로 밀려나오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개스킷(gasket)을
사용하는데 앞서 설명한 벨트 형태 압력발생기기의 벨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개스킷은 레늄(rhenium)이나
텅스텐과 같은 매우 단단한 금속을 사용하는데 가운데 팁의 사이즈보다 작은 구멍을 내서 팁 사이에 위치시키면 그 구멍으로 시료를 넣을 수 있다.
구멍의 크기가 팁보다 작아야 하기 때문에 시료가 직경과 높이 1mm보다
적은 공간 안에 채워지기 때문에 사용되는 시료의 양이 매우 적다. 압력이 가해지면 구멍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압력이 증가한다.
다이아몬드
합성에 사용된 벨트 형태와 같은 고압발생장비는 고압반응이나 고압상전이 같은 고압에서 물질을 만드는 데에는 유용하지만 고압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
상황의 물성측정, 특히 광학적 방법에 의한 물성측정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DAC는
다이아몬드가 대부분의 전자기파를 통과시키기 때문에 다이아몬드는 고압을 발생시키는 도구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광학적 물성을 측정하는 윈도우 역할까지
동시에 할 수 있다. 즉 고압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빛을 사용하여 물성을 측정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압에서 X선 회절 방법을 이용하면
시료의 결정 구조를 알아 낼 수 있다. 물론 시료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X-선 회절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아 매우 강력한 X-선을
얻을 수 있는 방사광 X선 회절 실험으로 고압 상태에서 시료의 결정구조를 알아낸다. 물질의 압력도 시료와 함께 매우 작은 루비 조각을 넣어
측정하게 된다. 루비의 형광이 나타나는 파장은 압력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루비를 시료와 같이 넣어 형광을 측정하면 압력을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다이아몬드
합성에 성공하고 DAC가
고안되면서 고압 연구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게 했다. 흥미로운 주제 중에는 지구를 포함하여 태양계 행성들의 내부를 이루는 물질은
상당히 고온고압 상태로 예상되는데, 어떤 물질이 어떠한 상태로 존재할까 하는 것이었다. 20세기 초 모든 물질은 압력이 높아지면 금속 성질을
가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DAC가
고안된 후 많은 물질이 고압에서 금속 성질을 보인다는 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그리고 고압 연구의 꽃이라고 불릴 만한 주제가 만들어 졌다.
고압을 이용하여 금속성 수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1935년에 이론물리학자인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
1902~1995)가 이론적 연구를 통해 25만 기압 정도에서 금속성 수소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하였다.
금속은
일반적으로 원자들이 격자구조의 배열을 가지고 한두 개의 최외각 전자가 자유전자가 되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금속의 성질을 띠게 된다. 상온상압에서
가장 안정한 상태의 이원자로 이루어진 수소분자의 경우에도 압력이 가해지면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액체가 되고 압력이 더 가해지면
고체가 된다. 그런데 압력에 의하여 분자 간 거리가 가까워지면 오히려 분자는 깨질 수 있다. 즉 원자 상태가 되는 것이다. 원자가 되면 일반
금속과 비슷하게 수소 핵들은 격자구조를 만들고 전자는 자유전자가 되어 금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후 많은 이론물리학자들이 이런 상태가 될
수 있는 압력과 이러한 상태가 되었을 때의 성질들을 예측하였다. 지난 수십 년 간 수소와 유사한 동핵 이원자분자들의 고압 연구가 이루어졌는데
아이오딘분자의 경우 이론적으로 예측한 바와 같이 고압에서 원자상태가 되면서 금속성을 띠는 것을 확인하였다.3)
그런데
금속성 수소에 특히 과학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은 수소가 가장 간단한 구조의 원자이기 때문이다. 수소에는 하나의 핵과 한 개의 전자가 있다.
일부 이론물리학자들은 고압 상태의 수소는 금속성일 뿐 아니라 초전도성을 비롯한 다양한 양자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상태는 일단 만들어지면 상압으로 돌아온 다음에도 안정할 수 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이아몬드가 준안정성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속성
수소도 준안정성을 보이기 때문에 상온 초전도체가 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DAC로는
760만 기압 정도까지 다다를 수 있다고 하였다. 이론적으로 예측한 금속성 수소가 될 수 있다는 압력은 이보다 훨씬 낮다. 그런데 아직 금속성
수소는 만들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물질의 단단한 정도가 높일 수 있는 압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금속과 같은 물질은 약간의 힘을 가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압력에 도달할 수 있지만 솜같이 부드러운 물질은 상당한 힘을 가하더라도 압력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수소는 상온상압에서 기체상태다.
그래서 일단 온도를 낮춰 액체 상태의 수소4)를 DAC의
작은 시료용기에 넣어야 하는데, 압력을 가하면 솜보다도 더 부드러워 압력이 잘 올라가지 않는다. 현재까지 DAC를
사용한 고압 수소 연구에서 250만 기압까지 도달하였지만 금속성을 관찰하지는 못하였다.
고체
수소에 대한 관심은 천문학에서도 계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목성이나 토성과 같이 상당히 큰 행성의 내부는 수소가 주요한 구성 물질이고 그곳의
압력이 금속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압력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목성이나 토성은 상온 초전도체 덩어리일 수
있다. 과연 금속성 수소의 문제를 인간이 만들어내 DAC로
풀 것인지 자연이 만든 목성과 토성이 풀 것인지 기대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 네이버캐스트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