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연구계 석학 2人 인터뷰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돼야 시험 성적과 창의 지수는 반비례 정답 요구하는 평가방식 탈피해야
"창의력은 타고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적합한 환경을 형성하는 일이에요.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포용하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합니다."
창의력 연구계의 석학인 김경희 美 윌리엄앤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와 보니 크래몬드(Bonnie Cramond) 美 조지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 강연차 한국을 찾았다. 김 교수는 미국 국립영재협회 창의성네크워크 위원장을 지냈으며, 미국인의 창의성 지수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로 미국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크래몬드 교수는 세계적 창의력 교육 전문기관인 토랜스 창의연구소를 이끈 바 있다.
김경희(왼쪽) 윌리엄앤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와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정답만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호 기자
◇실패·실수해도 '괜찮은' 환경 필요해창의력이라고 하면 노벨상처럼 세계의 인정을 받는 거창한 아이디어부터 떠올리지만, 이들은 다르게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일상 속의 작은 시도도 창의력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크래몬드 교수 또한 "노벨상이나 요리 모두 호기심에서 시작해 새로운 결과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도를 할 때 중요한 건,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주변에서 놀리거나 비난하면, 아이들은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실패했을 때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도록, 쉽게 판단하려 들지 않고 실수를 허용해주는 분위기를 가정과 학교에서 형성해야 합니다."
◇정답사회에선 창의력 기를 수 없어…시험 외 다방면으로 창의성 평가해야반면 이들은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없어 창의성을 발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진도에 집착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생각해보라"며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준 길만 따라가라고 요구하니, 아이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창의적으로 시도해볼 기회를 잃는다"고 설명했다.
학교도 아이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문제만 푸는 교육은 창의성을 저해한다. 실제로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시험 성적이 높은 국가일수록 창의 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2015년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읽기, 수학, 과학 시험과 설문지를 분석해보니, 시험 성적과 창의 지수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아시아계 국가의 학업성취도가 높았지만 창의 지수는 낮았다.
이들은 한 가지 이유로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많은 사람은 답이 정해진 시험을 잘 치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크래몬드 교수는 그림 속 사물의 개수와 숫자를 비교해 기호를 써넣는 수학 퀴즈에서 오답을 쓴 유아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아이는 다섯 그루의 나무가 1과 같다며 '5=1'이라고 답해 문제를 틀렸다. 하지만 아이는 부등호와 등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쓴 게 아니었다"며 "단지 다섯 그루의 나무가 하나의 숲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물음에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정답만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 시험지를 살펴본 크래몬드 교수는 "이러한 성취도 평가는 창의력을 계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학령기에 이뤄지는 평가는 대개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와 풀이 방법을 알려준 뒤, 학생이 정답만 찾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해 우려된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 문제, 풀이방법, 답을 모르는 질문이 주어져야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다. 학생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학생을 평가한다면, 시험이라는 수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창의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꾸준한 행동'입니다. 창의력이 있는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실험하는 등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죠. 이러한 행동은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관심사를 가졌는지 자기소개서로 파악하고, 교사나 학부모 등 주변인에게 추천서를 받아보는 등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돼야 시험 성적과 창의 지수는 반비례 정답 요구하는 평가방식 탈피해야
"창의력은 타고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적합한 환경을 형성하는 일이에요. 다양한 창의적 시도를 포용하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합니다."
창의력 연구계의 석학인 김경희 美 윌리엄앤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와 보니 크래몬드(Bonnie Cramond) 美 조지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과학창의연례컨퍼런스' 강연차 한국을 찾았다. 김 교수는 미국 국립영재협회 창의성네크워크 위원장을 지냈으며, 미국인의 창의성 지수가 1990년대 이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로 미국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크래몬드 교수는 세계적 창의력 교육 전문기관인 토랜스 창의연구소를 이끈 바 있다.
김경희(왼쪽) 윌리엄앤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와 보니 크래몬드 조지아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정답만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준호 기자
◇실패·실수해도 '괜찮은' 환경 필요해창의력이라고 하면 노벨상처럼 세계의 인정을 받는 거창한 아이디어부터 떠올리지만, 이들은 다르게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일상 속의 작은 시도도 창의력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며 "예를 들면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새로운 요리를 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했다. 크래몬드 교수 또한 "노벨상이나 요리 모두 호기심에서 시작해 새로운 결과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시도를 할 때 중요한 건,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도를 했을 때 주변에서 놀리거나 비난하면, 아이들은 틀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실패했을 때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도록, 쉽게 판단하려 들지 않고 실수를 허용해주는 분위기를 가정과 학교에서 형성해야 합니다."
◇정답사회에선 창의력 기를 수 없어…시험 외 다방면으로 창의성 평가해야반면 이들은 '정답을 요구하는 사회'에서는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없어 창의성을 발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진도에 집착하는 학부모의 모습을 생각해보라"며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준 길만 따라가라고 요구하니, 아이는 자신이 내키는 대로 창의적으로 시도해볼 기회를 잃는다"고 설명했다.
학교도 아이에게 정답을 요구하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문제만 푸는 교육은 창의성을 저해한다. 실제로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시험 성적이 높은 국가일수록 창의 지수가 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2015년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읽기, 수학, 과학 시험과 설문지를 분석해보니, 시험 성적과 창의 지수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아시아계 국가의 학업성취도가 높았지만 창의 지수는 낮았다.
이들은 한 가지 이유로 "창의적이고 상상력이 많은 사람은 답이 정해진 시험을 잘 치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크래몬드 교수는 그림 속 사물의 개수와 숫자를 비교해 기호를 써넣는 수학 퀴즈에서 오답을 쓴 유아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아이는 다섯 그루의 나무가 1과 같다며 '5=1'이라고 답해 문제를 틀렸다. 하지만 아이는 부등호와 등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오답을 쓴 게 아니었다"며 "단지 다섯 그루의 나무가 하나의 숲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창의적인 사람은 하나의 정답을 요구하는 물음에 다양한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정답만 요구하는 평가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수능 영어 영역 시험지를 살펴본 크래몬드 교수는 "이러한 성취도 평가는 창의력을 계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학령기에 이뤄지는 평가는 대개 교사가 학생에게 문제와 풀이 방법을 알려준 뒤, 학생이 정답만 찾아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학생의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해 우려된다"며 "교사와 학생 모두 문제, 풀이방법, 답을 모르는 질문이 주어져야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다. 학생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학생을 평가한다면, 시험이라는 수단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창의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건 '꾸준한 행동'입니다. 창의력이 있는 아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생각을 표현하려 합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거나 실험하는 등 그 방법은 다양할 수 있죠. 이러한 행동은 시험으로 측정할 수 없습니다. 어떤 관심사를 가졌는지 자기소개서로 파악하고, 교사나 학부모 등 주변인에게 추천서를 받아보는 등 다면적으로 평가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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