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년 전 이집트 숫자가 가장 오래돼… 하지만 계산하고 표기하기 어려웠죠
'0'개념은 바빌로니아 수에서 첫 사용
지금
숫자는 인도에서 발명했지만 아라비아 무역상이 세계에 널리 알려
엄마께서 시장에 다녀오시는 길에 시계를 하나 사오셨어요. 이제 막 시계 보는 데 재미를 들인 초등학교 1학년 종민이는 무척 기뻤어요. 그런데 엄마가 사온 시계에 종민이가 모르는 숫자가 잔뜩 적혀 있네요.
"엄마! 제가 학교에서 배운 시계의 숫자와 모양이 달라요. 이 숫자는 뭔가요?"
"13세기 말 무렵까지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었던 로마 숫자야. 각 문자가 특정 숫자를 의미하지. Ⅰ은 1, Ⅴ는 5, Ⅹ는 10, L은 50, C는 100, D는 500, M은 1000을 나타낸단다."
- ▲ 그림=이창우
"그럼 로마 숫자가 가장 오래된 숫자인가요?"
"아니. 기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는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 쓰인 숫자가 가장 오래되었다고 해. 이집트 숫자와 로마 숫자를 한번 비교해 볼까? 어떤 차이점이 보이니?"
곰곰이 생각하던 성민이가 대답했어요.
"로마 숫자는 '1, 5, 10, 50,…'으로 단위가 커지는데 이집트 숫자는 10배씩 커지네요. 그리고 숫자 모양이 꼭 그림 같아요."
"맞아. 숫자 생김새가 참 재미있지? 옛날 이집트 사람들은 1부터 9까지는 막대기를 하나씩 늘려가면서 나타냈고, 그다음부터는 사물의 형상을 본떠 수를 나타냈단다. 100만이라는 수는 어떤 그림처럼 보이니?"
"그렇지. 하지만 단점도 있단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수는 숫자가 일의 자리, 십의 자리, 백의 자리 등 어떤 위치에 놓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지. 그래서 '111'과 같이 수를 간편하게 표시할 수 있어. 하지만 111을 이집트 숫자로 나타내면 [그림1]이 된단다. 가장 왼쪽부터 일의 자리가 되는 거야. 하지만 이렇게 나타내면 수가 커질수록 표기하기가 힘들겠지?"
엄마 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숫자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수를 표기하고, 계산하기는 무척 어렵겠어요.
엄마의 설명을 듣던 종민이가 한 가지를 더 질문했어요.
"그럼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수는 어디에서 처음 사용한 것인가요?"
"바로 아시아의 인도에서 발명한 것이란다. 인도에서도 처음에는 1~9까지의 기호만 사용하고 '0'의 자리는 비워 두었지. 그러다가 서기 628년 인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브라마굽타가 천문학 책에 쓴 '0'을 현대적 의미로 사용한 최초의 '0'의 기록으로 보고 있단다."
그런데 숫자 '0'의 발견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요? '0'이란 숫자는 어떤 역할을 할까요?
"현대적인 의미의 '0'은 세 가지의 역할을 한단다. 첫째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를 나타내지. 둘째는 '비어 있는 자리'를 의미하는 자리 기호로서의 역할이야. 바빌로니아 수의 '0'은 이 역할만 맡았어. '4 6'이라고 적힌 수가 '46'을 의미하는지, '406'을 의미하는지, 또는 '4006'을 의미하는지 구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란다. 마지막으로 '0'은 '2+0=2' '3-0=3'처럼 연산의 기능을 가지고 있단다."
"와~ '0'에도 여러 가지 뜻이 있군요. 그런데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를 아라비아 수라고 하지 않나요? 왜 인도에서 발명한 수를 아라비아 수라고 하나요?"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수는 인도 사람들이 발명했지만, 그 당시 세계적으로 활발히 무역을 하던 아라비아 상인들에 의해 유럽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거든. 그래서 아라비아 수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그럼 앞으로는 인도·아라비아 수라고 불러야겠어요. 실제로 수를 발명한 인도 사람들이 서운해하지 않게 말이에요. 수의 역사를 알고 나니 수학이 더 재미있게 느껴져요. 수의 역사가 이렇게 깊다는 것도 참 신기하고요."
"그래. 그동안 당연하게 써왔던 수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함께 풀어봐요]
다음의 이집트 숫자를 아라비아 숫자로 바꾸어 덧셈을 해보세요.
정답: 2425(1729+696)
[관련 교과] 1학년 1학기 '5까지의 수''9까지의 수''50까지의 수', 4학년 1학기 '큰 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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