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미만'과 '130㎝ 이하'의 차이는?

'미만'의 未(미)는 '아니다'라는 의미… 즉, 기준이 되는 수 포함하지 않아요
'이하'의 以(이)는 '~부터'라는 뜻… 기준이 되는 수까지 포함하죠
그럼 10 이상 15 이하의 자연수는? 답은 6개인 10·11·12·13·14·15

"저 놀이기구를 꼭 타고 싶었는데 키가 1㎝ 모자라 못 타다니, 너무 속상해요."

따뜻한 봄을 맞아 솔희네 가족은 놀이공원에 왔어요. 하지만 솔희는 놀이기구 앞에서 '130㎝ 미만 입장 금지'란 푯말을 보고 시무룩해졌습니다.

"솔희야. 지난번 신체검사 때 네 키가 130㎝였다고 했잖아?"

"네. 그러니까 딱 1㎝ 모자라잖아요. 131㎝만 되어도 탈 수 있는데…."

"하하. 솔희는 아직 수의 범위를 나타내는 용어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미만'은 기준이 되는 수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130㎝는 '130㎝ 미만'에 포함되지 않아. 즉, 저 놀이기구는 130㎝ 이상이면 탈 수 있단다. 키가 130㎝인 솔희도 탈 수 있어."

"와~ 정말요? 그런데 이상해요. '미만'은 기준 수를 빼는데, 왜 '이상'은 기준 수까지 포함해요?"

"수의 범위를 나타내는 '이상·초과' '이하·미만'은 엇비슷해 보여서 혼동하는 사람이 많아. 이를 잘 구별하려면, 우선 용어가 어떤 의미의 한자로 쓰였는지 살펴보는 게 좋단다.

▲ /그림=이창우

우선 '이상(以上)'과 '이하(以下)'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以(이)'는 '~부터' '~에서'라는 의미를 가졌어. 만약 '문제를 1번부터 5번까지 풀어라'고 한다면 풀어야 하는 문제에 1번이 포함되는 것처럼 '이상'과 '이하'는 기준이 되는 수를 포함하지. 예를 들어 '10 이상 15 이하의 자연수는 몇 개인가?'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답은 모두 6개(10·11·12·13·14·15)란다."

"아하! 그럼 놀이기구에 '130㎝ 이하 입장 금지'라고 쓰여 있어야 제가 탈 수 없는 거군요?"

"그렇지. 다음으로 '미만(未滿)'에 쓰인 '未(미)'는 '아니다'란 뜻을, '滿(만)'은 '가득 차다'란 뜻을 담고 있어. 뜻을 연결하면 '가득 차지 않았다' 즉, '기준에 못 미친다'란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 그래서 기준이 되는 수를 제외하는 거야. 또한 '초과(超過)'의 '超(초)'는 '넘다' '過(과)'는 '지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기준을 넘어서다'라는 의미로 해석돼. 그래서 '10 초과 15 미만의 자연수는 몇 개인가?'라는 문제의 답은 4개(11·12·13·14)가 된단다."

"아, 이렇게 한자의 의미를 풀어서 들으니, 이제 정확하게 뜻을 이해하고 쓸 수 있겠어요."

"그래.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용어를 혼동하여 사용해. 흔히 '상상 이상이야' 혹은 '수준 이하야' 등의 말을 쓰는데 '상상 이상'이란 말에는 자신이 상상한 내용도 포함된단다. 따라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는 '상상 초과'나 '상상 초월'이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려. '수준 이하'라는 말도 어떤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사용하는데, '이하'에는 기준이 되는 것도 포함되므로 '수준 미만'이나 '수준 미달'이란 말이 더 적합하지."

"정말 그렇네요. 아빠, 그런데 왜 굳이 이상과 초과, 이하와 미만을 구분하나요?"

"한번 생각해 보렴. 어떤 시험의 합격 점수가 '80점'이야. 그런데 이를 두고 '80점 이상은 합격' '80점 이하는 불합격'이라고 쓰면 기준이 되는 수(80점)가 중복된단다.

그래서 기준이 되는 수를 제외하는 '초과'와 '미만'이란 용어가 수학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지.

▲ /그림=이창우

일상생활에서도 이를 잘 구분해서 사용하면, 기준이 분명해져서 무척 편리해. '주차요금은 10분을 초과할 때마다 500원'이라고 쓴다면 이용자들이 10분까지는 요금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지? 또 만 19세를 성인으로 정하여 미성년자를 보호하려고 할 때는 '19세 미만 출입금지' '19세 미만 관람 불가' 등의 문구를 사용해 의미를 강조할 수도 있단다. '80점 이상 합격' '1000걸음 이상 달성' '5세 이하 무료' '탑승 가능 인원 7명 이하' 등 이상과 이하를 쓴 경우에는 목표량이나 제한 기준 등이 명확히 드러나는 장점이 있지."

"그럼 저는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내년부터 볼 수 있지요? 제가 올해 11세이잖아요."

"하하.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를 12세부터 볼 수 있는 건 맞지만, 이건 만 나이를 의미한단다. 2004년 5월에 태어난 솔희는 생일이 지나지 않아서 아직 만 9세밖에 되지 않았어.

"앗, 제 나이가 그렇게 어린지 몰랐어요. 보통 나이와 만 나이가 다르니 기준이 애매한 것 같아요."

"그래. 그래서 중학생이 되면 대부분 만 12세를 넘기므로, 청소년 영화는 '12세 이상 관람가' 또는 '중학생 이상 관람가'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지. 하지만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라도 부모님과 함께 가면 볼 수 있는 것도 있으니 너무 실망하지는 마."

"네! 그럼 키 130㎝ 이상인 저는 신나게 놀이기구 타고 올게요. 하하."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수의 범위와 어림'


[함께 생각해봐요]
6세 하준이와 8세 범근이는 15세인 누나와 놀이동산에 왔어요. 그런데 한 놀이기구 앞에 ‘8세 미만 어린이는 15세 이상 보호자와 함께 타야 합니다’라는 푯말이 있어요. 이 놀이기구는 한 번에 2명 이하만 탈 수 있다고 할 때, 하준이와 범근이가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단, 나이는 모두 만 나이)

해설: 하준이는 누나와 함께 탈 수 있으며, 범근이는 누나와 함께 탈 수도 있고 혼자서도 탈 수 있어요.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