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학년도 합격생이 전하는 외고·과학고 자기소개서·면접 준비법
2015학년도 경기 수원외고와 경기북과학고 입시에 각각 합격한 경기 서원중 3학년 엄채린 양(왼쪽)과 경기
망포중 3학년 이소정 양. 자기소개서 작성 노하우에 대해 “키워드를 꼽고 핵심소재로 항목을 묶어 서술하면 자신의 강점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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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학년도 외국어고 및 과학고 입시의 최종 합격자가 최근 발표되면서 특목고 입시가 마무리됐다. 올해 전국 31개 외고의 평균 경쟁률은 2.3 대 1, 전국 20개 과학고 평균 경쟁률은 3.7 대 1로 지난해(외고 1.9 대 1, 과학고 2.9 대 1)보다 높았다.
중학교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적용되면서 상위권 학생들이 늘어나 더 많은 지원자가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기존 9등급이던 내신평가가 5등급으로 줄면서 내신 변별력이 줄고 자기소개서와 면접은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가 되었다.
엄채린(경기 서원중 3학년), 이소정 양(경기 망포중 3학년)은 이번 특목고 입시에서 각각 경기 수원외고(경쟁률 3.29 대 1)와 경기북과학고(경쟁률 6.83 대 1)에 합격한 예비 고교생. 두 고교는 각각 전국 외고와 과학고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원외고와 경기북과학고가 각각 ‘우수 합격생’으로 추천한 이들을 만나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 노하우를 들었다.
핵심 소재로 ‘두 마리 토끼’ 잡아라
올해 특목고 입시에서 달라진 점은 자기소개서 분량이 크게 준 것. 과학고는 5200자 이내에서 3000자 이내로, 외고는 2300자 이내에서 1500자 이내로 줄었다.
자기소개서가 더 짧아지면서 역설적으로 수험생들은 자신의 강점을 드러내기가 더 어려워졌다. 무엇을 넣고 뺄지를 더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짧은 자기소개서로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은 뭘까. 이 양은 ‘키워드’를 하나 꼽은 뒤 자기소개서의 모든 항목을 이 키워드로 관통시키는 전략을 세웠다. 그가 선택한 키워드는 ‘책’이었다.
이 양은 △지원동기와 학습계획 △수학활동 △과학활동 △인성활동으로 나뉜 4개 문항에 그동안 읽은 책 내용을 녹여 씀으로써 독서에 대한 높은 관심을 강조했다. 인성활동의 경우 모금운동 경험을 서술하면서 ‘자선단체 설립자에 관한 책을 읽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미래를 만들어 주는 일이 소중하게 느껴졌던 그 순간이 떠오르면서 모금활동이 더욱 가치 있게 생각되었다’고 밝힘으로써 봉사활동과 독서를 연결지은 것이다.
지원동기, 학습계획, 진로계획, 인성활동 등 자기소개서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항목을 차례대로 열거하는 대신, 이 중 두세 개 항목을 묶어 하나의 소재로 관통시키는 방법도 짧고 효과적인 자기소개서 작성법. 엄 양은 과감했다. ‘영어토론동아리’란 소재로 지원동기와 학습계획을 묶어낸 것.
그는 ‘영어토론동아리 활동 중 영어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과정이 재밌어서 외국어 능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수원외고에 지원했으며, 동아리에서 배운 비판적 사고력을 더 함양하기 위해 수원외고에서 시행하는 토론수업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작성함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평범’ 속 ‘비범’을 찾아라
자기주도 학습의 경험을 서술할 때 대부분의 지원자는 자기만의 학습법을 자랑하듯 열거한다. 중요한 것은 학습법이 아니라 학습 의지와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엄 양은 수업시간에 배운 사회 이슈들과 관련한 신문기사와 자료를 직접 찾아본 뒤 이런 사회적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 이유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한 경험을 서술했다. 평소 학습에 의욕을 갖고 스스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외고 진학 후에도 학습적으로 진화해나갈 것이란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낸 것.
성공적인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특별한 활동이나 경험을 찾아내어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상적이고 소소한 습관이나 활동이 알고 보면 매우 특별하고 소중한 가치가 있음을 어필하는 데서 출발한다. 여기서 자기소개서의 진정성이 보장된다.
이 양이 그랬다. 수학·과학 활동내용으로 그는 북촌한옥마을에서 매듭 만드는 체험을 한 뒤 전통매듭에 얽힌 수학적 원리를 스스로 탐구해본 경험, 실험도구를 사서 집에서 전지의 전류출력량을 높이는 실험을 직접 해본 경험을 언급했다. 일상이 특별해지는 순간이었다.
면접은 ‘소통’이다
수원외고는 1단계에서 영어 내신성적을 바탕으로 면접 대상자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점수와 면접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가렸다. 그만큼 면접은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
면접은 그 자체로 커뮤니케이션(소통) 행위다. 내가 말하는 나를 면접관이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실패인 것이다. 엄 양이 ‘자기 객관화’를 화두로 삼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먼저 엄 양은 면접관의 예상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답변하는 연습을 거울 앞에서 했다. 만족스럽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단점을 찾아내기 위해 친구들과 선생님 앞에서 면접 연습을 했다. 친구로부터 “말할 때 경직되어 보이고 웃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는 밝게 웃으며 답하는 연습을 했다. 그래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말하는 제 모습을 카메라로 수십 번 찍어 다시 보며 점검했어요. 영상 속 저는 의외로 발음이 정확하질 않더라고요. 또렷하게 발음하는 연습을 하고 또 했어요.”(엄 양)
면접에서 넘어야 할 가장 높은 산은 ‘긴장’이다. 특히 과학고 입시 면접에선 수학·과학 역량을 알아보기 위해 중학교 교과내용만 제대로 알아도 답해낼 수준의 문제도 나온다. 긴장하면 이것도 어렵게 느껴진다.
면접에서 ‘이등변 삼각형을 이용해 삼각뿔 만들기’ ‘유리관을 뒤집어 압력 측정해보기’와 같은 특별히 어렵다고 볼 수 없는 질문을 받은 이 양이 긴장 없이 당당히 답변해냈던 것은 면접에 준하는 실전경험을 많이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교내외 각종 수학·과학 경시대회.
“수상 실적을 자기소개서에 쓸 수 없다는 이유로 수학·과학 경시대회를 ‘필요 없다’며 아예 나가지 않는 친구들이 많아요. 크고 작은 대회와 행사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경험이 면접에서 큰 힘이 되었어요. 난관에 부딪혀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갖게 되었거든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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