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이순신 장군 승리로 이끈 '전략 속의 수학'

화약의 양·포신의 각도에 따라 다른 사정거리를 미리 분석하여 준비한 화약량으로 정확한 사격할 수 있었죠
학 날개 펼친듯 포위하는 '학익진 전략'… 4열로 오는 적을 배 10척으로 공격하면 4대10으로 우위 점해 승리할 수 있죠


"와~ 감동적이에요. 우리나라에 이렇게 훌륭한 분이 계셨다니, 정말 자랑스러워요."

책을 읽던 한솔이가 책을 꼭 안은 채 말하며 아빠에게 다가왔어요. 한솔이는 지난 월요일(28일) 이순신 장군 탄신 기념일을 맞아 위인전을 읽었답니다.

"우리 한솔이가 책을 읽고 무척 감동하였나 보네? 맞아, 이순신 장군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최고의 수군 통솔가지."

"축구 경기에서 어느 팀에 퇴장 선수가 한 명만 생겨도 크게 불리해지잖아요. 그런데 10배가 넘는 수의 적과 싸우고도 아군 피해는 거의 없이 이겼다는 건 정말 믿기 어려운 일이에요."

"그게 바로 전략의 힘이란다. 그리고 그 전략 속에는 놀라운 수학 원리가 숨어 있지. 아마 이순신 장군이 수학 교육을 받았다면 훌륭한 수학자가 되었을 거야."

"예? 이순신 장군이 수학을요? 전략과 수학이 서로 관련돼 있나요?"

"물론이야. 네가 좋아하는 축구만 보더라도 '3-4-3' '3-5-2' '4-4-2' 등 전술을 숫자로 표시하지 않니? 세트 피스(set piece·운동경기에서 미리 정한 방식에 따라 상대방을 공격하고 수비하는 것) 중에도 선수 배치와 공이 그리는 포물선 같은 것을 수학적으로 표시하고 말이야."

"아하! 그러고 보니 축구 감독도 수학을 잘 알아야겠네요."

[개념쏙쏙! 수학] 이순신 장군 승리로 이끈 '전략 속의 수학'
/그림=이창우
"하하. 그렇지. 이순신 장군이 이끌던 조선 수군(水軍)이 일본군보다 강했던 건 수학을 활용한 철저한 훈련과 준비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어. 우선 조선 수군은 사격 정확도가 매우 높았단다. 화약의 양과 포신(砲身·포의 몸통)의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사정거리(射程距離·탄이 날아가는 거리)를 분석하여 미리 기름을 먹인 종이에 정확한 양의 화약을 담아놓고 사격했기 때문이야. 세계 역사에서 유명한 나폴레옹과 넬슨 제독 간의 전투는 이보다 200여년 뒤에 있었는데도 화약량을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쏟아서 썼어. 그래서 사격도 정확하지 않고, 폭발 사고도 잦았다고 해.

조선 수군의 화약 사용법은 지금도 쓰인단다. 포병에서는 화약을 그 양에 따라 '1호 장약' '2호 장약' 등으로 구분하는데, 이렇게 구분해 놓으면 사정거리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정확하게 사격할 수 있어. 당시 조선 수군은 군사 자금도 매우 부족했는데, 정확한 사격을 하면 쓸데없이 소모되는 화약과 포탄의 양도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지."

"와~ 맞아요! 열 번 쏘아 한 번 맞힐 것을 한 번에 맞히면 9개나 아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 그리고 조선 수군은 명령 전달과 이행이 매우 빨랐어. 처음에 이순신 장군은 대장선에서 깃발을 흔들어 지휘했는데, 깃발을 사람이 직접 흔들어야 해서 깃발 크기에 제한이 있고, 다른 배나 지형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 비효율적이었지. 그러자 이순신 장군은 여러 가지 신호를 담은 거대한 연(鳶)을 만들어 높이 띄웠어. 전 함대가 연에 담긴 명령을 한눈에 알아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단다. 이순신 장군의 필승 전략 중 하나였던 '학익진(鶴翼陣)'도 거북선과 판옥선이 일제히 민첩하게 움직였기에 가능했지."

"학익진요?"

"응. 함대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양이 마치 학(鶴)이 날개(翼)를 펼친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야. 이 전략에도 역시 놀라운 수학 원리가 숨어 있어. 학익진으로 상대를 포위하고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공격하면, 공격이 집중되어 적을 명중시킬 확률이 높아져. 반대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공격하면 공격이 분산되어 적중률이 떨어지지."

조선 수군의 배 모양도 학익진에 적합했다고 해요. 배 앞쪽에는 화포가 2문뿐이지만, 길쭉한 옆쪽에는 그 5배인 10문이 장착되었거든요. 또한 노를 이용하여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능력도 있었고요. 이순신 장군은 많은 적을 상대하려고 우선 적을 좁은 길로 유인했다고 해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좁은 길에서는 줄 서서 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예를 들어 4열로 오는 적을 배 10척으로 둘러싸면, 4대10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어요. 더구나 조선 수군이 배를 옆쪽으로 돌리면, 적은 앞쪽에 화포가 2문뿐이기 때문에 화포 싸움에서도 8대100으로 훨씬 우세하지요.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능력을 이용해 다시 배를 반대쪽으로 돌리면, 미리 장전해 둔 화포 100문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화력 차이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와~ 이렇게 수학적인 설명을 들으니 이순신 장군이 엄청난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승리한 이유를 알겠어요. 그런데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그림을 보면 뒤쪽에도 배들이 있네요?"

"그래. 학익진은 상대가 중앙으로 돌진할 경우에 진이 무너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어. 그 상황까지 대비하여 중앙을 튼튼히 한 것이지."

"아~ 그런 치밀함까지! 이순신 장군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욱 존경심이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 이순신 장군은 전략에 뛰어났을 뿐 아니라 투철한 사명감으로 많은 군사의 존경을 받은 진정한 리더였단다."

"아빠, 저도 이순신 장군처럼 멋진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될래요!"

"그래. 한솔이라면 충분히 될 수 있을 거야."


[관련 교과] 4학년 1학기 '규칙 찾기' 5학년 2학기 '도형의 대칭' 5학년 2학기 '비와 비율'

[함께 생각해봐요]


4가지 모양과 4가지 색깔로 만들 수 있는 신호 연의 종류는 몇 가지일까요? 또 거기에 4가지 무늬를 더하면 만들 수 있는 신호 연의 종류는 몇 가지로 늘어날까요? 여러분이 이순신 장군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직접 연의 모양을 그려 각 연에 의미를 담아 보세요.

해설: 한 가지 모양의 연에 4가지 색깔을 넣을 수 있는데, 연 색깔은 총 4가지가 있지요. 따라서 ‘4(모양)×4(색깔)’로 계산하면, 총 16가지 신호 연을 만들 수 있어요. 여기에 4가지 무늬를 더한다면, 하나의 연에 4가지 모양을 넣을 수 있지요. 따라서 ‘16×4(무늬)’로 계산하면, 64가지 신호 연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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