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에는 숨은 의미 있어요
맨 앞 두자리 숫자 01~69번은 승용차, 70~79 승합·80~97 화물·98~99
특수
가운데 한글은 차량 쓰임새 알려주죠
주 마다 다른 동물·식물 그려진 미국, 중국은 번호판 추첨해 차량 공급 조절
뉴스 보도를 듣던 세희가 아쉬워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번호판이 세 자리로 되어 있었다면 범인을 좀 더 빨리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빠는 웃으며 답했지요. "번호판이 세 자리로만 되어 있다면 이런 문제가 있단다. 첫째 자리는 1~9의 숫자를, 둘째·셋째 자리는 0부터 9까지 10개 숫자가 들어갈 수 있으니 세 자리 번호판이라면 고작 900개(9×10×10) 자동차만 번호를 가질 수 있지. 그런데 올해 우리나라의 승용차 등록 대수는 약 1500만대라고 하니 세 자리 번호판으로는 어림도 없겠지?"
- ▲ 그림=이형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번호판은 위치에 따라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어. 맨 앞 두 자리는 '자동차의 종류'를 구분하는 번호란다. 01~99번까지 쓰고 있지. 01~69번은 승용차, 70~79번은 승합차, 80~97번은 화물차, 98~99번은 특수차란다." "그렇다면 그다음 한글 문자는요?" "그건 차량의 쓰임새(용도)를 나타내는 거야. 사업용이 아니라는 뜻의 '비사업용 자동차'는 표처럼 총 32개의 한글 문자를 쓰고 있지. 사업용으로 쓰는 택시와 버스는 '바·사·아·자', 돈을 받고 빌려주는 렌터카는 '하·허·호', 택배 차량은 '배'를 사용한단다." "그럼 앞의 두 자리 수와 한글만 알아도 차량의 종류와 용도를 알 수 있겠네요?" "그렇지. 특히 택시를 타기 전엔 '바·사·아·자'가 있는 번호판인지 꼭 확인하렴. 번호판에 이런 글자가 없다면 불법 택시이므로 타면 위험해."
"한글 다음의 네 자리 수는 차량의 종류나 용도와 관계없이 모든 차량에 주어지는 일련번호야. 첫째 자리는 1~9의 숫자를, 나머지 세 자리는 0~9까지 쓸 수 있어. 따라서 1000~9999번까지 번호가 주어지는 거야. 이제 아빠가 문제 하나 내볼게. 앞에서 본 표를 참고해 비사업용 승용차의 번호판이 모두 몇 가지나 될지 알아맞혀 보렴."
"그때에는 32가지인 한글 문자를 더 늘리면 된단다. 예를 들어 '갸냐댜랴먀' 이렇게 5가지를 더 추가하면 총 37가지가 되지. 이에 따라 번호판 가짓수도 2297만7000(69×37×9000) 가지로 늘어나니 문제없겠지?"
"우와, 번호판에 추가할 수 있는 한글 몇 개만 늘렸는데도 가짓수가 부쩍 늘었네요! 여기에 ㅋ~ㅎ 등의 자음과 모음을 더하면 계속 늘려나갈 수 있겠어요." "그래. 하지만 번호판에 들어가는 한글이 너무 복잡해지면 단속 카메라가 번호판을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지."
"일제 강점기인 1910년에 번호판을 처음 도입했을 때는 차량이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모르고 세 자리의 번호판을 사용했다고 해. 지금 우리가 쓰는 번호판은 2006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라고 해."
"그렇군요. 다른 나라 번호판들도 같은 방식을 쓰고 있나요?"
"아니. 나라마다 문화적 특색을 반영하고 있단다. 예를 들어 미국은 주(州)마다 번호판이 다르다고 해. 각 주를 상징할 수 있는 동물이나 식물이 그려져 있어서 번호판만 봐도 어느 주에 사는 사람인지 알 수 있지. 그뿐만 아니라 번호판은 자동차 공급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을 준단다. 중국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차량 대수 때문에 생긴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으로 힘들어했어. 그래서 새로운 번호판 수를 줄이기 위해 추첨제도를 시작했지. 번호판을 따기 위한 경쟁률이 100대 1이 넘을 때도 많대. 내년에는 새로운 번호판 수를 더 줄인다니 경쟁이 훨씬 치열해질 거야." "아빠, 차 번호판이 이렇게 많은 의미를 지닌 줄 몰랐어요. 사람으로 치면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것 같아요. 빨리 어른이 되어서 제 차에 번호판을 달고 싶어요."
[관련 교과] 6학년 2학기 '경우의 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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