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7일 토요일

시력검사표에 'C'가 쓰이는 이유는?

검사표의 'C' 크기에 따라 시력 측정
1909년 안과학회에서 국제기준 정해 지름 7.5㎜인 'C' 방향 맞히면 시력 '1.0'
숫자 1, 구분 쉬워 검사표에 쓰지 않아


지영이는 방학을 맞아 시력검사를 하러 안과에 갔습니다. 검사 후 시력검사표를 들여다보던 지영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어라? 시력검사표에는 숫자 1이 없네요?"

그 말을 들은 의사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지영이는 관찰력이 아주 좋구나. 사람 눈은 익숙한 것을 보면 크기가 작아도 쉽게 인지할 수 있단다. 숫자 1은 다른 숫자와 비교했을 때 잘 구분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작은 크기라도 쉽게 알아볼 수 있지. 그래서 시력검사에서 쓰지 않는단다. 또 다른 특징도 찾아보렴."

"숫자도 있고, 글자도 있고, 그림도 있고, 알파벳 'C' 같은 모양도 있어요!"

"그렇지? 그럼 시력검사표에는 왜 이렇게 여러 모양이 있을까? 숫자만 있어도 될 텐데 말이야."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이창우
"글자나 수를 못 읽는 사람이 있어서 이렇게 여러 가지를 쓴 게 아닐까요? 그런데 선생님, 옛날 사람들도 이런 표로 시력을 쟀나요?"

"그렇지 않아. 옛날의 시력검사표는 요즘과 달랐단다. 1800년대 중반 시력검사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썼어. 처음에는 기호를 쓰다가 점차 알파벳을 사용하면서 글자 획 끝 부분에 장식용 돌출선이 있는 '세리프체'로 검사표를 만들어 썼지. 1970년대 들어서야 지금과 같은 형태의 시력검사표가 등장했다고 해."

1868년 독일의 안과 의사 그린은 시력검사표 표준화를 주장하며, 시력 단위를 지금처럼 '0.1, 0.2. 0.3 …'과 같은 일정한 수열로 배열하고, 그에 맞는 글자를 기하학적으로 배치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해요. 하지만 당시에는 아무도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요. 이후 스위스 과학자인 란돌프가 시력 단위에 따른 글자 크기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시력검사표에 있는 'C'를 '란돌프 고리'라고 부르는데, 1909년 열린 국제안과학회에서 'C'의 크기에 따른 시력 측정법을 국제 기준으로 정했다고 해요.

"시력검사는 일정 거리에서 검사표에 있는 크기가 다른 문자나 그림을 분간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기본적 검사란다. 그럼 검사표로 어떻게 시력을 측정하는지 알아볼까? 우선 지영이가 시력검사표를 가까이에서 다시 보고, 그 특징을 말해 보렴."

"글자들이 반듯반듯해요."

"맞아. 시력검사표에 있는 글자나 숫자를 포함하는 가장 작은 네모를 그리면 정사각형이 된단다. 또 가로와 세로를 5등분 하여 '5×5'의 정사각형을 그리면 글자 두께가 정확하게 가로·세로의 5분의 1이 되지."

기사 관련 일러스트
"아하! 그래서 글자가 모두 반듯하군요?"

"보통 시력검사에서는 일정 거리(5m·현재 4m로 조정)에서 지름이 7.5㎜인 'C'의 방향을 알아맞힐 때 시력을 '1.0'으로 정했어. '1.0' 위치에 있는 C가 안 보이면 더 큰 글씨를 읽겠지. 7.5㎜의 2배, 즉 지름이 15㎜인 C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면, 시력은 '1.0'의 절반인 '0.5'가 되는 거야."

의사 선생님 말씀에 고개를 끄덕이던 지영이가 궁금한 것이 생각난 듯 다시 질문했어요.

"선생님, 친구가 집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시력검사표를 보여준 적 있는데 여기 있는 'C'와 크기가 달랐어요. 똑같이 '1.0' 위치에 있는 C의 크기가 달라도 되나요?"

"좋은 질문이구나. 시력검사표의 글자 크기나 검사 거리는 검사하는 장소마다 달라질 수도 있어. 단 검사 거리나 글자 크기가 달라질 때는 그에 맞는 기준도 따로 있어야겠지. 시력검사에서는 '떨어져 있는 두 점이나 선을 두 개로 인식하는 능력'을 측정하는데, 우리 눈이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점(선)을 구분할 수 있는 최소 각도를 재었을 때 '1분'이면, 그 시력을 '1.0'이라고 해."

"네? 각도에도 시간처럼 '1분'이 있나요?"

"그렇단다. 각도에서도 '분'과 '초'가 있어. 각도에서는 한 바퀴를 360등분한 각도를 '1도', 1도를 60등분한 각도를 '1분'이라고 하지. 선생님이 란돌프 고리의 크기와 시력을 나타낸 표를 보여줄 테니 규칙을 찾아보고, 시력이 0.4일 때 글자 'C'의 크기를 맞혀 보렴."

"시력이 높아질수록 고리의 크기가 작아지네요. 0.1과 비교하면, 시력이 4배로 좋으니 글자의 크기가 4배로 작아져요. 즉, 75㎜를 4로 나누면, 18.75㎜가 돼요."

"그럼 '시력'과 '란돌프 고리의 지름'을 곱해 보겠니?"

"와~ 곱해 보니, 어떤 시력이든 모두 7.5가 나오네요."

"시력이 2배가 될 때, 고리의 크기는 절반으로 줄고, 시력이 절반이 되면 고리의 크기는 2배로 늘지? 이러한 것을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해. 그리고 반비례 관계에 있는 두 변수를 곱하면 항상 일정한 값이 나온단다."

"우아, 시력검사표는 정말 신기하네요!"

의사 선생님께서는 '우리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는 속담을 말씀하시며, 눈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몇 가지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평소 무심히 보던 시력검사표에 왜 'C'가 쓰였는지도 알게 되었고요. 지영이는 주변을 좀 더 잘 살피며 곳곳에 숨어 있는 수학 원리를 찾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함께 생각해봐요]
시력검사표에 있는 같은 문자끼리는 모양이 같고 크기가 다릅니다. 이런 도형을 '닮음'이라고 해요. 다음 평면도형 중 항상 닮은 도형을 모두 찾으시오.
①두 정사각형 ②두 이등변삼각형 ③두 직사각형 ④두 원 ⑤두 직각삼각형


정답: ①, ④


[관련 교과]
5학년 2학기 '소수의 곱셈' '소수의 나눗셈' '비와 비율'

  •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