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 나선은 선 간격 일정해 중심점 고정하면 쉽게 그릴 수 있어
선 간격 바뀌는 로그형 나선은 달팽이·꽃·은하 등 자연계에
많아
중심축 따라 그리는 입체적인 나선은 펌프·나사못 등 생활 속에 많이 이용
아빠와 함께 캠핑장에 온 혜진이는 모기에 물려 부어오른 팔을 보자 짜증이 났어요. 그러자 아빠께서 둥그런 모기향을 꺼내 불을 붙이셨어요.
"모기향을 피웠으니 좀 나아질 거야."
"그러고 보니 모기향 모양은 참 특이한 것 같아요. 다른 향들은 다 막대 모양인데, 왜 유독 모기향만 이런 모양일까요?"
"하하. 모기향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막대 모양이었단다. 그런데 타는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게 문제였지. 모기향은 사람이 자는 내내 피워야 하잖니? 그렇다고 막대 형태를 아주 길게 만들면 진열하기도 어렵고, 쉽게 부러진다는 단점이 있었지. 그래서 지금처럼 직선을 둥글게 만 형태로 만든 거야."
- ▲ 그림=이창우
"하하, 좋은 비유구나. 나선형으로 생긴 모기향도 펼치면 아주 길지."
"모기향처럼 둥글게 말린 형태를 '나선형'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 사실 '나선(螺旋)'은 선 사이의 간격이나, 평면인지 입체인지에 따라 종류를 더 세세하게 나눌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둥글게 말린 형태를 말한단다. 모기향을 잘 보면 선과 선 사이 간격이 일정하지? 이렇게 변화율이 일정한 나선을 '아르키메데스 나선'이라고 해. 아르키메데스 나선은 모기향 말고도 롤케이크, 레코드판, 입자가속장치 등 다양한 곳에 이용되지. 레코드판을 잘 보면 레코드판은 일정한 속도로 돌아가고, 판을 읽는 핀은 직선 운동을 하는 걸 볼 수 있어. 즉, 일정한 속도로 도는 회전판의 중심에서부터 바깥쪽을 향해 일정한 속도로 직선을 그으면 아르키메데스 나선을 그릴 수 있지."
"아. 그렇군요. 하지만 직접 그리는 것은 무척 어렵겠어요."
"그렇지 않아. 쉽게 그릴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우선 중심점에 핀을 꽂아 고정하고 실을 묶은 다음, 그 실을 연필에 감아. 그리고 연필을 종이에 대고 실이 풀리는 방향으로 원을 그리면 일정한 길이로 실이 풀리면서 아르키메데스 나선이 그려진단다."
"와~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아빠, 다른 나선도 있나요?"
"물론 있지. 선과 선 사이 간격의 변화율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형태의 나선을 '로그형 나선'이라고 해. 로그형 나선은 자연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 소라, 고둥, 달팽이 등의 껍질 모양을 떠올려 보렴. 중심점에서 멀어질수록 간격이 벌어지는 나선 형태를 띠고 있지?"
"아, 그러고 보니 정말이네요?"
"로그형 나선은 달팽이류 외에 식물의 잎이나 꽃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자연의 모습과 닮은 나선이야. 우주의 많은 은하가 이런 형태를 띠고 있기도 하지."
"정말 신기해요. 그런데 입체적인 나선이란 건 뭐예요?"
"입체적인 나선은 드릴이나 나사못, 스프링 등을 떠올리면 돼. 평면적인 나선이 고정된 중심점에서 그려진다면 입체적인 나선은 중심축을 따라 이동하면서 그려지는 것이지. 여기서 원의 반지름이 일정하면 원기둥 모양 나선이 되고, 반지름이 변화하면 원뿔 모양 나선이 된단다."
"아빠 말씀을 들으니 입체적인 나선은 우리 생활에서 많이 이용되는 것 같아요. 높은 산에 있는 도로나 이발소의 회전등 같은 것도 그런 나선 모양이지요?"
이발소의 회전등은 무늬가 끊임없이 움직이는 신비한 모습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한 사례지. 보통 낮에는 주변의 지형지물이 시각적으로 정지되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움직이는 회전등은 쉽게 눈에 띄거든. 사실 이 회전등은 응급 환자들이 빠르게 조치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거였어. 먼 옛날에는 의사가 이발까지 했거든. 그러다가 두 직업이 점점 나뉘면서 회전등은 이발사의 상징이 된 거지. 이발소 회전등은 보통 파란색, 빨간색, 하얀색으로 되어 있는데, 각각 정맥과 동맥, 붕대를 의미한대."
"와~ 이발소 회전등에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나선은 정말 많은 곳에 이용되네요. 참, 과학 책에서 보니 사람의 유전자도 나선 구조로 되어 있다던데요?"
"맞아.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긴 사다리를 꽈배기처럼 꼬아놓은 형태로 되어 있지. 이것을 '이중 나선 구조'라고 해. 그러고 보니 나선은 아주 작은 유전자부터 거대한 은하에서까지 발견되니, 정말 큰 의미를 지닌 특별한 도형 같구나."
"모기향을 피우다가 정말 많은 것을 배웠네요. 모기에 물린 게 별로 안 억울한데요?"
"하하. 그러고 보니 오늘은 모기가 선생님이 된 셈이구나."
[함께 생각해봐요]
다 타는 데 정확히 1시간이 걸리는 모기향 3개로 1시간 45분을 잴 수 있을까요?
해설: 먼저 모기향 1개가 다 탐과 동시에 나머지 중 하나는 한쪽에만 불을 붙이고, 또 하나는 양쪽에 불을 붙여요. 그럼 양쪽에 불을 붙인 모기향이 30분 만에 꺼질 때, 한쪽에 불을 붙인 모기향은 절반만 탄 상황이 되지요. 그 순간 남은 모기향의 반대쪽에도 불을 붙이면 15분 만에 꺼진답니다(1시간+30분+15분=1시간 45분).
[관련 교과] 3학년 1학기 '평면도형' 3학년 2학기 '원'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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