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오르골은 어떻게 소리 낼까?

자동으로 음악 연주하는 '오르골'
원통 드럼의 돌기가 회전할 때마다 길이 다른 빗 모양의 금속판 튕기며 다양한 높낮이 소리 만들어 내요

드럼 지름 커지면 연주 시간 늘어나고 진동판 많으면 표현되는 음도 많아지죠


"아, 이 오르골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단 말이야."

지연이는 아빠에게 선물 받은 오르골 뚜껑을 열고 기분 좋은 표정으로 감상하고 있었어요.

"아빠가 사 준 선물을 그렇게 마음에 들어 하니 아빠도 기분이 좋구나."

"오르골은 정말 신기해요. 이런 작은 상자 안에서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곡이 연주되는 걸까요? 마치 작은 요정들이 상자 안에서 연주하는 것 같아요."

"오, 작은 요정들의 연주라. 낭만적인데? 사실 오르골의 원리는 수학과 아주 깊은 연관이 있단다."

"수학이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데…."

"오르골뿐만 아니라 모든 악기가 다 수학과 깊은 관계가 있어.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음계도 수학 때문에 만들어진 거니까."

아빠가 통기타를 들고 와서 줄을 퉁기며 소리를 냈어요.

"줄을 누르지 않을 때보다 누르고 퉁겼을 때 더 높은 소리가 나지? 줄을 눌러서 흔들리는 폭을 좁게 할수록 줄이 더 빨리 흔들리기 때문이야. 소리는 진동이기 때문에 빠르게 진동하면 높은 소리, 느리게 진동하면 낮은 소리가 나지."

오르골은 어떻게 소리 낼까?
/그림=이창우
"그래서 악기를 보면 낮은음을 내는 악기는 몸집이 크고, 높은음을 내는 악기는 몸집이 작은 거잖아요."

"바로 그거야! 일정 시간에 진동하는 횟수가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음계가 정해져. 우리가 사용하는 음계 중 '라'의 진동수는 440Hz야. 물체가 1초에 440회 진동했을 때 나는 소리로 정한 거지. 다른 음계에도 고유의 진동수가 있지. 이런 진동수를 정하는 데 정확한 수학적 계산이 없다면 음계도 불안정해져서 제대로 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없겠지?"

"아하…. 그럼 오르골 속에도 기타처럼 줄이 있어서 소리를 내나요?"

"오르골 속에는 빗처럼 생긴 가느다란 금속판이 있어. 그 금속판들이 볼록 튀어나온 핀에 맞아 '퉁~' 하고 소리를 내는 거야. 철판의 길이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음계를 만들 수 있는 거지."

"그렇군요! 그런데 곡을 연주하려면 그 철판들을 알맞은 타이밍에 퉁겨야 할 텐데,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요?"

"비밀은 회전하는 원통형 드럼에 있어. 오르골에 장착된 드럼에는 점자 책처럼 볼록 튀어나온 점들이 있지. 드럼은 금속판에 수직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드럼 위에 난 점이 움직이며 금속판을 퉁긴단다. 점이 짧은 금속판 쪽에 있으면 높은 소리를 내고, 긴 금속판 쪽에 있으면 낮은 소리를 내는 거지. 또 진동판의 축을 수평이라고 하면, 수평축의 위치는 음계와 관련이 있어. 같은 수평축 선상에 있는 점들은 동시에 울리므로 화음을 낼 수 있지. 이때 점의 개수에 따라 2부 화음, 3부 화음 등을 낼 수 있는 거야. 그럼 수직축의 위치는 무엇을 의미할까?"

"수직축에 따라 퉁기는 시간이 달라지니까…. 박자?"

"그렇지! 수직축에 있는 점들의 간격이 좁으면 다음 소리가 빨리 나고, 간격이 넓으면 다음 소리가 늦게 나겠지? 만약 '짝짝-짝'처럼 세 번째 박자를 빼고 싶다면 4개의 점의 간격을 일정하게 하고 세 번째 점만 없애면 되는 거야."

"점의 간격과 위치를 조절하면 어떤 곡이라도 연주할 수 있겠어요. 그러고 보니 드럼은 악보 같아요!"

"맞아. 수직축과 수평축을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직접 연주해 보지 않고도 점으로 된 악보를 만들 수 있지."

오르골은 어떻게 소리 낼까?
/그림=이창우
"그럼 긴 곡을 연주하려면 드럼의 크기가 커야겠네요? 드럼이 한 바퀴 돌면 곡은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니까요."

"그래. 곡의 길이가 길어지려면 수직축 길이도 길어져야 하니까. 원통형 드럼에서 원의 지름이 커지면 자연스레 겉넓이도 커지게 되니, 한 바퀴 돌 때의 시간이 길어지겠지?"

"교향곡 같이 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오르골도 있나요?"

"물론이지. 그런 오르골은 드럼이 커야 하는 만큼 오르골 전체 크기도 매우 커. 또 다양한 음계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진동판의 개수도 많아야 하지. 일반적인 오르골은 정해진 곡을 짧게 연주하기 때문에 진동판의 개수가 14~18개 정도지만, 진동판이 50~100개가 넘는 오르골도 있대. 이런 오르골은 하나의 드럼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드럼을 교체해서 여러 곡을 연주할 수도 있어."

"와! 드럼이 카세트테이프나 CD 같은 음반이 되는 거네요?"

"그렇지. 전기를 이용한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에는 자동으로 곡을 연주해 주는 오르골이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고 해. 원통형 드럼이 회전하는 '실린더 방식' 외에도, 평평한 원판이 회전하는 '디스크 방식', 구멍 뚫린 종이를 이용하는 '천공 리더식' 등 다양한 오르골이 있었어. 지금은 음반을 직접 넣지 않고 음원 파일을 다운로드해 휴대폰, MP3플레이어 등 다양한 재생 장치로 생생한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다 보니 오르골이 음악 감상용보다는 장식용으로 여겨지고 있지."

"그렇지만 전 오르골이 구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르골만이 낼 수 있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니까요. 그리고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도 오르골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아빠도 그렇단다. 오르골은 매번 금속판을 퉁겨가며 우리를 위해 직접 연주를 해 주니 마치 라이브 콘서트를 듣는 기분이 들거든."

"라이브 콘서트라니, 아빠 정말 낭만적이시네요!"


[관련 교과]
4학년 2학기 '수직과 평행' 6학년 2학기 '원기둥의 겉넓이와 부피'


[함께 생각해봐요]
똑같이 생긴 물컵 여러 개에 각각 물을 채우되 양을 다르게 채우세요. 컵을 두드려 소리를 내 보고, 실제 음계와 비슷하게 조율해서 연주해 보세요. 물의 양에 따라 다른 소리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해설: 물컵에 물을 많이 채울수록 낮은 소리가 나요. 우리가 컵을 두드리면 진동하게 되는데, 물이 많이 차 있을수록 물이 컵의 흔들림을 방해하지요. 따라서 진동수가 적어져 낮은 소리가 나는 것이랍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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