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월요일

자석은 왜 두 개의 서로 다른 극이 있을까?

자석에는 왜 두 개의 극이 있을까? 스핀의 과학 27 - 스핀과 자석

자석을 같은 극끼리 붙이려 하자, 서로 밀며 더 이상 가까이 가지 않는다. 자석은 왜 이렇게 두 개의 서로 다른 극이 있을까? <출처: ©ScienceKids>
지금까지 우리가 알게 된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원자의 수많은 선 스펙트럼과 주기율표 구조로부터, 원자들의 수많은 스펙트럼 데이터와, 이들 스펙트럼이 자기장 속에서 변화하는 형태를 연구하던 원자물리학자들은 마침내 원자 속 전자의 상태를 결정해주는 양자화 조건과 배타원리를 발견했고, 원자의 주기율표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배타원리를 만족하기 위해서 전자가 가지는 새로운 두 가지 상태를 발견했다. 이 상태는 마치 전자가 회전을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므로 이 상태를 구별하는 물리량을 스핀이라고 불렀다.

스핀은 어떻게 발견됐는가?

디랙이 전자에 대한 양자역학의 방정식을 상대성 이론에 맞도록 만들자, 놀랍게도 그 방정식을 만족하는 전자는 두 개의 스핀 상태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스핀은 상대성 이론과 관계가 있는 물리량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진짜 물리학 이론은 양자역학과 특수 상대성 이론, 둘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이며, 그러면 전자의 스핀이라는 상태는 거기에 원래부터 존재하는 것이 된다.
한편 물질 속에서 전자가 여러 개 있을 때, 배타원리가 적용되면 전자가 존재하는 방식에 강력한 제약이 주어지는 셈이다. 그럴 때 전자가 존재하는 상태의 수를 세어보면 배타원리가 없을 때의 상태의 수와 당연히 다르다. 그래서 배타원리가 적용될 때와 적용되지 않을 때 우리는 다른 통계법을 사용해야 한다. 배타원리가 있을 때 상태의 수를 세는 법을 페르미-디랙 통계법, 없을 때의 통계법을 보즈-아인슈타인 통계법이라고 한다. 이 차이는 양자역학적으로 보면 두 개의 전자를 바꿀 때 파동함수의 부호가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은 것에 해당한다. 즉 양자역학으로 다룰 때 양자화 조건을 주는 방법이 두 가지 있는 셈이다.
파울리는 이 두 가지 통계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이유가 입자의 스핀에 달려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입자의 스핀이 플랑크 상수 ℏ의 1/2, 3/2. 5/2... 배일 경우, 스핀 상태는 짝수 개 존재하고, 페르미-디랙 통계를 따른다. 입자의 스핀이 ℏ의 정수배일 경우 스핀 상태는 홀수 개 존재하고, 보즈-아인슈타인 통계법을 따른다. 그래서 전자를 페르미온, 후자를 보존이라고 한다. 페르미온 / 보존은 입자를 정의하는 가장 본질적인 구별법이다. 사실 파울리의 증명은 상대성 이론과 양자론을 모두 동원한, 양자 장 이론에 의한 것이었다. 그러나 페르미온과 보존이라는 성질은 굳이 양자 장 이론까지 적용할 필요가 없는, 거시적이고 충분히 낮은 에너지 상태(혹은 빛의 속도에 비해 충분히 느린 상태)에서도 매우 정확하게 성립한다.

플랑크 상수와 스핀

마지막으로 조금 더 수학적인 설명을 덧붙이겠다. 특수 상대성 이론은 3차원 공간과 하나의 차원을 가지는 시간이 합쳐진 4차원 시공간이 가지고 있는 로렌츠 대칭성을 나타낸 것이다. 이 로렌츠 대칭성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대수적 지표(index)에 따라 지표가 0, 1/2, 1, ... 인 양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들을 각각 스칼라, 스피너, 벡터, 텐서 등으로 부른다. 스피너라는 이름은 앞에서 스핀을 나타내는 양이라고 했는데, 지표가 나타내는 것을 스핀이라고 하면 바로 스핀 1/2인 양을 가리킨다. 즉 스핀을 표현하는 수학적 구조가 시공간의 대칭성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디랙이 스핀이 1/2인 입자인 전자에 대해 특수 상대성 이론 방정식을 쓰자 전자에 해당하는 양이 스피너로 표현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스핀은 입자가 가지는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 중 하나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의 대칭성의 수학적 구조를 나타내는 양이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리학 이론은 우리 시공간의 대칭성을 만족하면서 존재할 수 있는 대상에 대한 아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방정식인 것이다.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견해를 소개한다. 흔히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상수를 빛의 속도와 플랑크 상수로 이야기 한다. 빛의 속도는 속도의 상한을 나타내므로, 속도를 직선 위에 나타내면 빛의 속도 이상은 그릴 필요가 없다. 플랑크 상수는 아주 작은 작용량을 나타낸다. 따라서 미시 세계를 기술하는데는 필수적으로 플랑크 상수가 나타난다. 그러나 플랑크 상수는 작용량의 하한은 아니다. 즉 작용을 하나의 직선 위에 나타낸다고 해도 플랑크 상수는 내가 일부러 표기하지 않는 한 나타나지 않는다. 이것은 빛의 속도와 비교해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불완전해 보인다. 그 대신 플랑크 상수가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순간은 스핀 값을 정해줄 때이다. 이에 대해 러시아의 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유리 마닌(Yuri Ivanovitch Manin, 1937-)은 “스핀이야말로 정말 기본적인 양이고, 작용은 고전물리학의 흔적일 뿐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1) 즉 플랑크 상수를 스핀으로부터 정의하는 것이 옳다는 말이다.
플랑크 상수는 스핀 값을 정해줄 때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다시 말해, 스핀이야말로 정말 기본적인 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스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어느새 논의가 주로 이론적인 데에 치우쳐 버렸다. 이제 스핀이 구체적인 현상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면서 글을 마치도록 하자.

스핀은 자기력의 근원

우리는 사실 전자스핀의 존재를 매일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다. 특별한 실험이나 도구를 통해서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자석을 통해서다. 스핀은 바로 물질의 자기력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우선 전자의 스핀은 두 가지로 구별되는 상태라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면 이 두 상태를 우리는 실제로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완전히 매끈한 공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이 공이 회전하고 있다고 해도 완전히 매끈하다면 우리는 눈으로 보아서는 공이 회전하고 있는지, 회전한다면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공이 회전하는지, 그리고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손을 대 보면 알 수 있다. 그보다 좀 더 체계적인 방법이라면 다른 물체와 충돌시키거나 벽에다 던져보아서 튀어나가는 방향을 보면 된다. 회전할 때와 회전하지 않을 때, 그리고 회전하는 방향에 따라서 공이 튀어나가는 방향은 각각 달라진다.
그러면 스핀이 반대 방향인 두 전자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앞에서 보았듯이 스핀에 의해서 전자는 자기 모멘트를 가지게 된다. 울렌벡과 하우트스미트가 했던 일이 전자를 전하가 뭉쳐진 공이라고 생각하고, 이것이 회전할 때의 자기 모멘트를 계산한 것이었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러므로 전자의 두 스핀 상태는 각각 반대 방향의 자기 모멘트를 만든다. 자기 모멘트를 가진다는 말은 곧 전자가 작은 자석이라는 말과 같다. 따라서 스핀이 반대 방향인 두 전자는 서로 극이 반대인 두 자석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두 스핀 상태를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자기장 속에 넣어보면 된다.
스핀에 의해 전자는 자기 모멘트를 갖는다. 두 가지 스핀 상태에 의해 각각 반대 방향의 자기 모멘트가 만들어진다. <출처: (ccUC Davies Chemwiki>
전자 하나하나가 자석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원자는 그 안에 작은 자석을 여러 개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원자의 모든 양자상태에는 배타원리에 의해서 스핀 상태가 반대인 전자가 한 쌍씩 차곡차곡 들어있다. 이것은 똑같은 두 자석을 방향을 바꾸어서 붙여놓은 것과 같고, 따라서 서로의 자기 모멘트는 거의 상쇄되어 버린다. 그래서 원자 전체로 보면, 대부분의 전자의 자기 모멘트는 모두 상쇄되어 버리고, 제일 바깥쪽 껍질에 있는 전자의 자기 모멘트만이 느껴진다. 결국 원자의 자기 모멘트는 제일 바깥쪽 껍질의 전자의 자기 모멘트에 의해 결정된다. 이렇게 원자가 자기 모멘트를 가지고 있으면, 이제 원자 하나가 작은 자석인 셈이다. 그러면 스핀의 상태에 따라 원자의 자기 모멘트의 방향이 반대이므로 다른 스핀 상태인 전자를 가진 원자들은 다르게 행동한다. 그래서 자기장 속에서 원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실험들인 제이만 효과와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이 우리가 스핀의 존재를 찾는데 길잡이가 되어 주었던 것이다.

상자성, 반자성, 강자성

그러면 이제 거시적인 물체를 보자.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거시적인 물체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따라서 그 안에 수많은 자석이 들어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이들 자석의 방향은 제멋대로다. 혹시 일부가 우연히 같은 방향이 된다 하더라도 열운동에 의해서 금방 스핀의 방향이 흐트러져 버린다. 따라서 대부분의 물질은 자성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자기장 속에 들어가면 원자들이 자기 모멘트 때문에 외부의 자기장에 의해 자기장 방향으로 가지런히 정렬된다. 정렬되고 나면 이제 물질은 거시적으로도 자성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자성을 상자성(paramagnetism)이라고 부른다. 자기장 방향의 자성이란 뜻이다.
(왼쪽)스핀의 방향은 열운동에 의해 무작위적으로 흐트러져 있다. (오른쪽)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면, 자기장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한다. <출처: ©Science Buddies>
앞에서 원자의 자기 모멘트는 가장 바깥쪽 전자의 자기 모멘트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런데 만약 원자에서 가장 바깥 껍질의 전자도 짝수 개가 있으면 어떨까? 이들 전자쌍이 같은 양자 상태라면, 이들의 스핀도 서로 반대 상태여야 하고, 따라서 스핀에 의한 자기 모멘트는 상쇄된다. 따라서 이런 원자는 상자성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원자라도 전자 자체가 가지는 궤도에 따른 각운동량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에 따른 자기 모멘트는 존재한다. 이 성질은 원자마다, 화합물마다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하게 어떤 형태의 자기 모멘트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스핀에 의한 자기 모멘트가 모두 상쇄되고 나면 이렇게 전자 자체의 움직임에 따른 자기 모멘트만 남는다. 그런데 자기장 속에 들어갔을 때 전자 자체의 움직임은 움직임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힘을 받는다는 것이 고전 전자기 유도 법칙에서 잘 알려져 있다. 흔히 렌츠의 법칙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자 자체의 움직임에 의한 자기 모멘트가 큰 물질은 전체적으로 외부에서 주어진 자기장의 반대 방향의 자기장을 만들게 된다. 즉 상자성 물질과는 반대 방향의 자기장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자성을 반자성(diamagnetism)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정작 우리에게 익숙한 자석은 어떻게 된 것인가? 자석과 쇠못을 가지고 놀아보면, 자석에 붙은 쇠못은 그 자체가 자석처럼 된다는 것을 곧 알 수 있다. 그래서 자석 끝에 쇠못이나 클립을 주렁주렁 붙일 수 있다. 이런 성질은 상자성 물질이나 반자성 물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자석을 가까이 갖다 대도 대부분의 물질은 자석에 붙거나 밀어내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즉 상자성이나 반자성은 존재하더라도 아주 약하다. 그것은 여전히 열운동에 의해서 원자들이 정렬을 하다가도 금방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철이나 코발트, 니켈과 같은 특정한 종류의 금속은 상자성과 같은 방향의 자기장이 아주 강하게 생기게 되고, 심지어는 외부 자기장을 없앤 뒤에도 자성이 남아있기까지 한다. 즉 한 번 정렬한 원자들이 열운동 정도로는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성질을 강자성(ferromagnetism)이라고 부른다. 강자성의 원인은 더욱 복합적이고 간단히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겠다.
이처럼 사실 물질의 자성이라는 성질은 매우 복잡한 현상으로, 물질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과정이다. 방금 간단하게 상자성과 반자성, 강자성을 설명했지만, 이러한 성질은 결정이냐 비결정이냐, 화합물이냐 단순한 물질이냐 등등의 경우마다 구체적인 양상이 전혀 다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자성의 연구는 물성의 연구 중에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아직도 탐구할 것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어쨌든 우리가 기억할 결론은 물질의 자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전자의 스핀에 의해서 생겨나는 전자의 자기 모멘트라는 것이다.

전자의 전하는 물론 스핀까지 이용하는 스핀트로닉스

양자 현상, 그중에서도 스핀을 이용한 기술을 스핀트로닉스라 한다. 트랜지스터와 레이저, 발광다이오드 등의 반도체 기반 전자소자에 스핀 기술을 응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상징하는 기술은 전자공학이다. 컴퓨터를 비롯해서 TV, 라디오 등 우리의 일상을 이루는 모든 전기 기기는 전자공학을 이용해서 작동된다. 전자공학이란 이름 그대로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한다는 것은 전기적 전하의 흐름을 조종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생기는 전기력과 자기력을 이용해서 여러 기기를 작동시키는 일이다. 그러니까 전자공학이란 전자의 전하를 이용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하 뿐 아니라 스핀도 전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성질이라는 것을 보았다. 따라서 전자의 전하 뿐 아니라 스핀까지 제어할 수 있다면 더욱 정밀하고 효율적으로 많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런 기술을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라고 부른다.
스핀트로닉스의 기본 원리라고 할 스핀에 의존하는 전자 이동 현상은 1936년 네빌 모트(Sir Nevill FrancisMott, 1905-1996)의 천재적인 직관에 의해 처음 제안되었지만, 실제로 구체적인 현상이 발견되어 스핀트로닉스라는 분야가 시작된 것은 거대자기저항(giant magnetoresistanceGMR)과 강자성 금속을 통해 이동한 전자의 스핀이 편극되는 현상 등이 발견된 1980년대의 일이다.
거대자기저항(GMR) 효과를 이용하면 저장장치의 드라이브를 불과 직경 2센티미터 크기로 만들 수 있다. <출처: Toshiba Storage Division>
현재 스핀트로닉스는 금속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와 반도체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금속에 대한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주로 거대자기저항과 터널링 자기저항(tunneling magnetoresistanceTMR) 현상을 이용해서 하드디스크의 재생헤드나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를 개발하는 등의 연구에 적용된다. 반도체 기반의 스핀트로닉스 기술은 스핀 전계 효과 트랜지스터(spin field effect transistorspin FET), 스핀 발광 다이오드(spin light emitting diodespin LED), 스핀 공명 터널링 다이오드(resonant tunneling diodespin RTD) 등의 전기와 자기, 그리고 광 소자를 하나로 통합한 새로운 스핀양자전자소자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스핀트로닉스는 새로운 소자를 개발하고 양자 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분야를 여는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핀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현대물리학의 기본

지금까지 양자역학의 중요한 개념이자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물리량 중 하나인 스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았다. 스핀은 양자역학에서 핵심적인 개념이면서도 흔히 자세히 소개되지 않고, 그저 ‘전자의 자전과 같은 양’ 정도로 언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유는 스핀이 고전역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면서, 그 본질은 상대성 이론에 맞는 양자 이론인 양자 장 이론과 연결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식 물리학 교과서가 아닌 한 스핀을 제대로 설명하는 글을 찾기는 어려우며, 비전문가의 글에서는 간혹 전자의 스핀을 전자가 정말 자전하는 것이라고 잘못 소개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한편 스핀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자기 현상의 원인이며, 이와 관련해서 고등학교 물리학 교과서에도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스핀에 대해서 제대로 아는 것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 뿐 아니라 현대물리학의 바탕에서 물성을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기초가 되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이 연재는 스핀 개념에 대한 오해를 막고, 전자스핀의 역사적인 흐름과 논리적인 맥락을 모두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원자물리학과 양자역학의 발전과정에서 스핀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나타났는가 하는 것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 스핀 개념을 가능한 한 정확히 소개하려고 노력했다.

스핀의 마지막 퍼즐을 채운 볼프강 파울리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돌이켜 보면 누가 뭐래도 스핀이라는 개념의 주인공은 볼프강 파울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심지어 스핀의 발견을 직접 가로막았음에도 그렇다). 이제 파울리의 나머지 이야기를 스케치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자. 1938년에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병합함으로써 파울리는 공식적으로는 독일인이 되었고, 이제 함부로 빈의 집으로도 갈 수 없게 되었다. 1939년에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지자 스위스에서의 삶도 더 이상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하게 되었다. 파울리는 ETH에 남기 위해 스위스 시민권을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파울리도 1940년에는 미국으로 피신하게 된다. 파울리는 곧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이론물리학 교수직을 얻을 수 있었고, 미국에서는 내내 프린스턴에 머물렀다. 그래서 1940년의 스핀-통계법 정리를 증명한 논문에서 파울리의 소속은 프린스턴 고등연구소다. 전쟁이 끝난 해에 파울리는 배타원리를 비롯한 여러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다음 해에는 미국 시민권이 나왔다. 하지만 파울리는 ETH로 돌아가는 쪽을 택했고, 여생을 취리히에서 보냈다. 1949년에는 스위스 시민권도 받았다. 1958년 파울리는 췌장암이 발견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12월 15일에 사망했다.
스위스 취리히 인근 촐리콘 공동묘지에 있는 파울리의 무덤과 그의 생전 모습 (출처: ©C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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